Cody Chesnutt – The Headphone Masterpiece – Ready Set Go!, 2002 R&B/소울로 코디한 록의 투박하고 유연한 절충 코디 체스넛(Cody Chesnutt)의 데뷔 앨범이 지난 10월말에 발매된 걸 감안하면, 초여름부터 시작된 주류 미디어와 음반산업의 호들갑은 좀 지나치다 싶었다. [훼이더(The Fader)]지가 디제이 섀도(DJ Shadow), 블랙칼리셔스(Blackalicious)와 함께 그를 커버모델로 한 여름호를 내놓은 후, 당시 데뷔 앨범을 준비중이던 33세의 이 흑인 청년에 대해 [MTV News]는 단독 특집을 마련했고, 방송이 나간 뒤 콜롬비아(Columbia), 캐피틀(Capitol) 같은 대형 레이블들이 그에게 노골적으로 추파를 던지기 시작했다. 또 한 명의 주류 R&B 스타 탄생이 예정된 수순처럼 보였지만, 정작 코디 체스넛 본인은 이런 야단법석을 전혀 원하지 않았다. 자신의 앨범에 대한 배급과 제작지원 외의 어떤 간섭도 원하지 않던 그는 결국 메이저 레이블과의 ‘딜(deal)’을 거부하고 만다. 마지막까지 자신의 침실 스튜디오에 머무르며 완성된 코디 체스넛의 데뷔 앨범 [The Headphone Masterpiece]는 겨우 1만 불의 제작비와 저가 장비로 제작된 ‘로파이(lo-fi)’ 혹은 ‘노파이(no-fi)’ 앨범의 전형이다. 더욱이 노래는 물론 혼자서 거의 모든 악기를 연주하고 레코딩 작업까지 해냈으니 모범적인 ‘DIY’ 음반이기도 하다. 한편으로, 그의 사촌이자 매니저인 돈레이 본(Donray Von)의 도움으로 본인 홈페이지에서만 독점 판매되기에 진정한 ‘인디’ 앨범이라고 해도 하자가 없다. 물론 로파이, 인디, DIY 같은 표현이 맥락에 따라 미사여구가 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이 앨범의 가시적인 결함까지 정당화하진 못할 것이다. 사실, 몇 개의 스킷(skit)을 고려하더라도, 무려 36곡이 들어있는 거친 질감의 더블 앨범은 일견 과하다 싶고 아무래도 부담스럽다. 하지만 한 곡씩 꼼꼼히 듣다보면 생각이 바뀌기 시작한다. 다소 과장하자면, [The Headphone Masterpiece]는 영미권 대중음악의 다양한 유산이 농축된 음반이다. 1960년대 클래식 록, 1970년대 소울과 훵크, 1990년대 주류 힙합과 R&B의 핵심 요소가 모두 녹아 들어간다. R&B 작곡가이자 드러머로 음악 경력을 시작해, 너바나(Nirvana)에 충격을 받아 본격적으로 기타를 잡았고, 나중엔 브릿 팝 카피 밴드에서 영국 악센트로 노래한 특이한 이력이 과장은 아닌 듯하다. 물론 거창하고 의도적인 하이브리드 프로젝트라고 하기엔, 코디 체스넛의 절충적 태도는 너무 소박하고 솔직하다. 더욱이 단점이 될 수도 있는 거친 질감의 투박한 프로덕션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사운드에 매력을 더한다. 프린스(Prince)와 벤 하퍼(Ben Harper)를 섞은 듯한 절묘한 보컬은 종종 불안한 음정 때문에 더욱 심금을 울리며, 슬라이 스톤(Sly Stone)이나 키쓰 리처드(Keith Richard)를 닮은 기타 음색은 듣고 나서도 한참 귓속을 공명한다. 대부분의 곡이 어디서 들어본 듯한 익숙한 소리들을 담고 있다. 하지만 그의 프로덕션이나 목소리가 주는 독특한 매력과 개성은 ‘답습’이나 ‘카피’의 한계를 가뿐히 넘어선다. 경쾌한 리듬 기타 연주와 달콤한 보컬의 “Upstarts In A Blowout”이 롤링 스톤스(Rolling Stones)를 연상케 하는 록큰롤이라면, “She’s Sill Here”는 비틀즈를 닮은 멜로디를 단순한 건반 연주와 프린스 뺨치는 팔세토 보컬이 따라다닌다. “Michelle”에서는 경쾌한 어쿠스틱 기타를 배경으로 여성에게 구애 공세를 펼치는데,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를 모사한 듯한 보컬 기교가 일품이다. 물론 몸을 들썩이게 하는 그루브의 “The World Is Coming To My Party”나, 디안젤로(D’Angelo)도 부러워할 R&B 발라드 “Can We Teach Each Other”도 놓칠 수 없다. MTV를 통해서도 이미 소개가 되었던 “Look Good In Leather”는 발군의 록큰롤 넘버다. 경쾌한 어쿠스틱 기타로 시작해 단순하면서도 유려한 멜로디와 감칠맛 나는 보컬의 조화로운 진행이 탁월하다. 특히 이 노래의 가사는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코디 체스넛의 태도를 압축해 표현하고 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뭐든지 할 수 있어. 왜냐면 난 가죽 차림이 근사하니까”라는 자화자찬으로 시작해 시종일관 흑인 남성의 자신감과 이기주의를 대담하게 읊조린다. 하지만 그의 호언장담은 주류 시장 래퍼들의 과장되고 호색적인 마초이즘과는 변별되는 ‘쿨’함이 진하게 베어있다. 코디 체스넛의 개성과 독특한 태도는 힙합 성향의 “Bitch I’m Bloke”나 “War Between The Sexes”에서 더욱 분명히 드러난다. 훵크 리듬 혹은 마이크로 비트 위로 과격하고 선정적인 랩을 내뱉지만 그의 래핑이 그다지 천박해 보이지 않는 것은, 그 속에 갱스타 혹은 핌프(pimp) 래퍼들에 대한 의도적인 조소 혹은 냉소가 스며있기 때문이다. 한편, 런 디엠씨(Run DMC)의 이미지를 뒤틀어 버리는 절묘한 표현 “We can crown kings in Adidas”로 시작하는 “Serve The Royalty”는 가스펠 향취가 가득한 트랙이다. 느리게 진행되는 곡조에서 은근한 그루브를 찾아낸다는 점에서, 한편으로 커티스 메이필드(Curtis Mayfield)의 방법론도 적용하고 있다. [스핀(Spin)]지는 최근 연말 결산에서 [The Headphone Masterpiece]를 2002년 최고의 R&B 음반으로 꼽았다. 이 앨범이 무명 흑인 뮤지션의 데뷔작에 불과하며 더욱이 특정 레이블의 도움 없이 개인 사이트에서 온라인으로만 판매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더 이상의 찬사는 없을 듯하다. 하지만 이 음반을 단지 ‘R&B’의 테두리 내에서만 평가한 건 아쉬움이 남는다. 사실, 현재의 주류 흑인 음악 코드에 국한시키기엔 [The Headphone Masterpiece]는 너무도 자유분방한 앨범이다. 팝, 록, 소울, R&B, 힙합에 이르는 모든 장르가 서로간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들며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물론 코디 체스넛이 1970년대의 슬라이 스톤, 1980년대의 프린스를 잇는 흑인 음악의 간판급 ‘이단아’가 될 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최근에 그는 흑인 음악의 새로운 대안을 추구하는 일군의 뮤지션들과 한 배에 올라탔다. 루츠(The Roots)의 신보 [Phrenology]에 “Seed”의 리메이크가 수록되었고, 모스 데프(Mos Def), 쥬라식 화이브(Jurassic 5), 마틴 루터(Martin Luther) 등과의 공동 작업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미 음반 산업 시스템의 가시권에 들어선 코디 체스넛이 앞으로 어떻게 자신의 음악을 정련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나갈지, 그의 행보가 점점 궁금해진다. 20021227 | 양재영 cocto@hotmail.com 9/10 수록곡 Disc 1 1. Magic In A Mortal Minute 2. With Me In Mind (with Sonja Marie) 3. Upstairs In A Blowout 4. Boylife In America 5. Bitch, I’m Broke 6. Serve This Royalty 7. The Seed 8. Enought Of Nothing 9. Setting The System 10. The Most Beautiful Shame 11. Smoke And Love 12. Michelle 13. No One Will 14. Batman vs. Blackman 15. Up In The Treehouse 16. Can’t Get No Betta’ 17. She’s Still Here 18. Can We Teach Each Other 19. The World Is Coming To My Party 20. Brother With An Ego 21. War Between The Sexes 22. The Make Up 23. Out Of Nowhere Disc 2 1. Family On Blast 2. My Women, My Guitars 3. Somebody’s Parent 4. When I Find Time 5. Eric Burdon 6. Juicin’ The Dark 7. 5 On A Joyride 8. Daylight 9. So Much Beauty In The Subconscious 10. Daddy’s Baby 11. If We Don’t Disagree 12. Look Good In Leather 13. 6 Seconds 관련 글 Niggas with Guitars: ‘블랙 록’의 새로운 영웅들 – vol.5/no.3 [20030201] The Roots [Phrenology] 리뷰 – vol.5/no.3 [20030201] N*E*R*D [In Search Of…] 리뷰 – vol.4/no.9 [20020501] Res [How I Do] 리뷰 – vol.4/no.7 [20020401] 관련 사이트 Cody Chesnutt 공식 사이트 http://www.codychesnut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