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vement – Slanted & Enchanted: Luxe & Reduxe – Matador, 1992/2002 성공한 패배자들과의 (조금은) 이른 재회 발매 10주년 기념을 빙자하여 더블 CD로 재포장된 페이브먼트(Pavement)의 [Slanted & Enchanted: Luxe & Reduxe](2002)에 대한 반응들은 쉽게 두 가지로 나뉠 것이다. 이들의 기념비적인 데뷔작인 [Slanted & Enchanted](1992)에 무려 34곡을 보너스로 추가시킨 더블 CD가 팬들의 구미를 당기는 아이템임은 당연하다. 혹은 정규앨범 발표 이전(대표적으로 [Westing (By Musket and Sextant)](1993)같은)의 날것 그대로의 사운드에 관심이 있다면 더더욱. 그렇지만 이러한 종류의 재포장은 항상 울궈먹기의 의혹을 동반하기 마련이다-미발표곡 모음집 혹은 라이브 음반이 아닌 이상 그러한 시선을 피하기에는 힘든게 사실이다. 그건 차치해 두더라도, 개인적으로는 이들도 벌써 리이슈의 대상이 되었다는 서글픈 감정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Deluxe’이라는 딱지가 왠지 ‘이제는 역사의 뒤안길로….’라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일까. 그러고 보면 이는 ‘얼터너티브 록’이라 불리운 일련의 음악적 경향의 현재적 운명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1) [Slanted & Enchanted] ‘로파이 인디록’에 있어서 마스터피스와 같은 본작에 대해 특별한 설명을 더하는 일은 괜한 수고일 수도 있다. 단지 본작의 리이슈의 빌미인 ‘발매 10주년’이 다소 의외로 느껴질 수 있다면 아마도 국내에서 다소 늦게 알려진 까닭일 수도 있다. 이는 페이브먼트를 비롯한 로파이 계열의 음악인들(벡(Beck)과 같은 예외를 제외하고)이 스타덤과는 무관했고 상대적으로 늦게 주목받았던 탓에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Slanted & Enchanted]를 처음 들었을 때 연상된 건 미트 퍼피츠(Meat Puppets)나 다이노서 주니어(Dinosaur Jr.)와 같은 1980년대 중후반 미국 포스트펑크씬의 밴드들이었다. 마치 전자의 신경증과 뒤틀림이 후자의 나른한 게으름과 미묘하게 결합한 양태라고나 할까. 물론 다이노서 주니어에서 쫓겨난 루 발로우(Lou Barlow)가 이들과 함께 1990년대 미국 인디 로파이의 대표적 아티스트로 꼽힌다는 점에서도 이러한 음악적 특징은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소닉 유스(Sonic Youth)의 ‘차가운 노이즈’에 비해 페이브먼트나 루 발로우의 세바도(Sebadoh)와 같은 밴드들은 ‘뜨거움’까지는 아니더라도 ‘뜨뜻미지근한’, ‘지리멸렬의’ 노이즈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까. 그건 아마도 아방가르드라는 태도 안에서 록음악을 재구성하는 소닉 유스에 비해 후자의 밴드들의 음악적 재료들은 소위 ‘루츠 록’로 불린 밴드들과 오히려 더 유사한 탓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컨트리나 훵크와 같은 재료들을 주무르고 뒤튼 미트 퍼피츠의 방식은 페이브먼트에게도 분명 유효하다. 하지만 1980년대의 포스트펑크 밴드들의 음악에 비해 이들의 음악은 무언가 잘 정돈되어 있다는 느낌을 준다-좀 억지스러운 표현이지만 정교한 솜씨의 재단사가 창조한 누더기패션이라고나 할까? 또한 “Here”같은 예외적인 곡을 제외하고는 [Slanted & Enchanted]에 수록된 곡들의 멜로디는 대부분 뒤틀어졌지만(Slanted) 동시에 매혹적이다(Enchanted). 스콧 캔버그(Scott Kannberg)의 돌출적인 기타 노이즈와 신경질적으로 중얼거리는 스티븐 말크머스(Stephen Malkmus)의 보컬이 특징적인 “Conduit For Sale”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코러스와 그에 이어지는 노이지한 리프는 날것의 에너지를 그대로 지닌 것인 동시에 정확하게 계산된 지점에서 폭발한다. “Loretta’s Scar”, “In The Mouth A Desert”의 신경질적인 기타 리프, 그리고 루 리드(Lou Reed)와 닐 영(Neil Young)의 중간에 있는 말크머스의 보컬 멜로디는 곡이 진행됨에 따라 따뜻함과 차가움을 급격하게 오고 가지만 곡의 구조상 그것이 ‘격변’처럼 느껴지는 일은 결코 없다. 이들은 어떤 의미에서 1990년대 이후의 포스트록이 나아간 “록의 해체”의 직전의 모습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의 파쇄된 노래구조는 형식 자체를 천착한 결과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2집 [Crooked Rain, Crooked Rain](1994) 이후 점차 로파이와 멀어진 것을 이와 연관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일정한 발전단계를 전제한 상태에서 이 음반의 역사적 위치를 구획지으려는 생각은 아님을 밝혀두고 싶다-포스트록의 해체 역시 새로운 형식의 창조로 비추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2) [Luxe & Reduxe] 2002년에 새롭게 리이슈된 [Slanted & Enchanted: Luxe & Reduxe]에서 새롭게 추가된 34곡의 내역은 우선 같은 해에 발표되었던 [Watery, Domestic] EP를 비롯한 1992년 당시의 스튜디오 미발표곡들 및 존 필 세션(John Peel Sessions), 그리고 같은 해에 가진 런던 브릭스턴 아카데미 공연을 담은 라이브, 이렇게 2개의 부분으로 크게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눈에 띄는 부분은 아마도 [Watery, Domestic] EP에서 감지되는 ‘변화의 조짐’에 있을 것이다. “Frontwards”. “Shoot The Singer” 등에서 나타나는 안정된 리듬파트의 연주와 상대적으로 덜 파쇄된 곡의 구조는 명백히 [Crooked Rain, Crooked Rain]의 “Cut Your Hair”같은 곡을 예시한다. “Sue Me Jack”처럼 초기의 분열적 사운드의 특징이 두드러진 곡들도 [Westing (By Musket and Sextant)] 수록곡들의 ‘데모버젼’ 느낌에 비해 더 안정되어 있다. “Wounded-Kite at :17″의 원형을 알 수 있는 “Nothing Ever Happens”라든가 3가지 버젼으로 실린 “Here”에서 알 수 있듯이, 당시의 세션은 초기의 분열적인 곡 구조를 기반으로 한 극단적 로파이에서 점차 안정적인 사운드로 이행하고 있는 과정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라이브 트랙들은 어떤 의미에서는 스튜디오버젼의 미묘함을 상실한 듯 여겨지기도 하지만(“Summer Babe”), 한편으로 원곡과는 사뭇 다른 직선적인 펑크록을 듣는다는 즐거움이 존재한다. 이들의 다른 부트렉 음원들을 그다지 많이 접해본 입장은 결코 아니지만, 그 몇 안 되는 것들과 비교한다면 가장 힘있고 강렬한 에너지를 발산한다는 점에서는 이들의 팬으로서 상당히 만족스러움을 감출 수 없다. 물론 위에 언급한대로 울궈먹기라는 혐의에 이 앨범이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Westing (By Musket and Sextant)]와 같은 앨범이 이미 존재한다는 점에서도. 하지만 여기에 실린 곡들은 페이브먼트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던 당시의 모습과 그 미묘한 변화과정 전반을 알 수 있는 자료적인 가치만으로도 충분한 리이슈에 대한 변명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20030203 | 김성균 niuuy@unitel.co.kr 9/10 수록곡 DISC 1 [Slanted & Enchanted] 1. Summer Babe (Winter Version) 2. Trigger Cut/Wounded-Kite at :17 3. No Life Singed Her 4. In the Mouth a Desert 5. Conduit for Sale! 6. Zurich Is Stained 7. Chesley’s Little Wrists 8. Loretta’s Scars 9. Here 10. Two States 11. Perfume-V 12. Fame Throwa 13. Jackals, False Grails: The Lonesome Era 14. Our Singer [Slanted Sessions] 15. Summer Baby (7″ Version) 16. Mercy Snack: The Laundromat 17. Baptist Blacktick 18. My First Mine 19. Here (Alternative Mix) 20. Nothing Ever Happens [John Peel Session #1] 21. Circa 1762 22. Kentucky Cocktail 23. Secret Knowledge of Backroads 24. Here DISC 2 [Watery, Domestic] 01. Texas Never Whispers 02. Frontwards 03. Lions (Linden) 04. Shoot the Singer (1 Sick Verse) [Watery Sessions] 05. Sue Me Jack 06. So Stark (You’re a Skyscraper) 07. Greenlander [john Peel Session #2] 08. Rain Ammunition 09. Drunks With Guns 10. Ed Ames 11. The List of Dorms [Live Brixton Academy, London, December 14, 1992] 12. Conduit for Sale 13. Fame Throwa 14. Home 15. Perfume-V 16. Summer Babe 17. Frontwards 18. Angel Carver Blues/Mellow Jazz Docent 19. Two States 20. No Life Singed Her 21. So Stark 22. Box Elder 23. Baby Yeah 24. In the Mouth a Desert 관련 글 Pavement [Terror Twilight] 리뷰 – vol.1/no.4 [19991001] 관련 사이트 Pavement 공식 사이트 http://www.pavementtherockband.com Matador 레이블 공식 사이트 http://www.matadorrecord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