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llman – Viewfinder – Thrill Jockey, 2001 번디 케이 브라운이 인도하는 전원과 도시의 경계 풀맨(Pullman)은 한국계 혼혈로 알려진 번디 케이 브라운(Bundy K. Brown)이 이끄는 밴드다. 그를 소개하자면 토터즈(Tortoise), 가스트르 델 솔(Gastr del Sol), 롭터스(Loftus)를 거쳐, 자신이 기획한 프로젝트 밴드인 디렉션스 인 뮤직(Directions in Music)을 통해 시카고 포스트 록씬을 대표하는 프로듀서로 자리한 인물이라고 하면 적확하겠다. 라인업에서 달리 거론할만한 인물은 일레븐 드림 데이(Eleventh Dream Day)와 토터즈(Tortoise)를 거치며, 뛰어난 베이스 기타 연주자로 인정받고 있는 더글라스 맥콤스(Douglas McCombs) 정도다. 특성을 꼬집자면 시카고 포스트록 씬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이들의 일시적 합주라는 점에서 ‘슈퍼 세션’ 밴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쯤에서 풀맨을 포스트 록 밴드라고 짐작한 이도 있을 거 같다. 그렇지만 그들의 첫 번째 정규음반인 [Turnstyles and Junkpiles](1998)은 어쿠스틱 기타가 주는 안온하면서 느긋한 울림을 들려준 연주음악이었다. 곡 유형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미니멀리즘, 텍스트의 병렬 구성이 가미된 것들과 나른한 정서를 함유한 근대 전통 포크(Neo-Traditional Folk)같은 곡들이다. 녹음은 브라운의 아파트에서 행해졌으며, 결성 동기는 일종의 어쿠스틱 쿼텟(quartet)을 이뤄보자는 거였다. 그래서 풀맨의 ‘주체’는 어쿠스틱 기타다. 두 번째 정규 음반인 [Viewfinder]에서도 이 점은 변화가 없다. 다만 대체적으로 변화한 부분을 지적하자면 곡의 구조가 촘촘해졌고 근대 전통 포크의 흔적이 묻어 있는 노래들이 사라졌다는 정도일 것이다. “Same Grain With New Wood”, “Or, Otherwise”, “Chicken Smoked Blanket”에서 열거한 특징은 잘 드러나며, 이것은 공간에 따사로운 울림을 더한다. 그러다가 음반은 “Quantum Mechanic”부터 다분히 장조에서 단조로 접어든다. 이러한 분위기는 “Street Light”까지 이어지는데, 문제는 여기서 텍스트의 레이어(layer)가 농밀해진다는 점이다. 물론 이는 오수(午睡)에서 깬 후 가지게되는 찌뿌둥한 느낌을 주기 위해 필요한 여독(餘毒)같은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어쿠스틱 기타로 인해 성립된 안온함을 깨뜨린다는 점에서 시카고 포스트 록의 어법을 끌어오는 것은 음반의 미덕을 불투명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는다. 되돌아보면 어쿠스틱 기타가 현대 대중음악에서 순수한 ‘주체’로 여겨진 적은 흔치 않았던 거 같다. 밥 딜런(Bob Dylan), 아니 디프랑코(Ani DiFranco), 베쓰 오튼(Beth Orton)을 일일이 분석하지 않더라도, 그들이 어쿠스틱 기타를 보완되어야 할 것으로 여겼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그런 의미에서 어쿠스틱 기타가 가진 단선적인 영롱함을 직선적으로 살리려는 풀맨의 시도는 바람직한 것이다. 그러나 [Viewfinder]로 접어들면서 밴드가 추구하는 지점은 모순된다. 포스트 록을 더 끌어들이기 시작하면서 풀맨에서 어쿠스틱 기타가 가졌던 ‘주체성’이 포스트 록의 새로운 방향 찾기란 명제와 충돌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해도 이 음반은 나에게 축복에 가깝다. [Turnstyles and Junkpiles]이 전원에서 부르는 목가적인 뉘앙스였다면, [Viewfinder]는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차창에 비치는 풍경의 파편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어떤 이들이 귀소본능을 거부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에게는 돌아갈 수 있는 도시의 삶이 필요한 것이니까. 20030123 | 배찬재 focuface@hanmail.net 7/10 수록곡 1. Same Grain With New Wood 2. Delta One 3. Or, Otherwise 4. Forty Fingers 5. FLT 6. Hatah 7. Isla Mujeres 8. Chicken Smoked Blanket 9. Bookends 10. Felucca 11. Quantum Mechanic 12. Narrow Canyon 13. Street Light 14. Wire and One Good Shoe 15. Brewster Road 관련 글 Tortoise [Standards] 리뷰 – vol.3/no.6 [20010316] 관련 사이트 Thrill Jockey 레이블에서 제공하는 Pullman 페이지 http://www.thrilljockey.com/bandpage.html?artistnum=9&PopeIISess=fee70afbcc512205de1dd69b44b015e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