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202024332-plusminusPlus/Minus – Self Titled Album – Teenbeat Records, 2002

 

 

공존하는 이질적인 것들의 아름다움

전기기타와 현악기의 잔향이 느릿하게 흐르는 가운데 보컬의 ‘All I do’라는 가사가 몽롱하게 반복된다. 마치 새벽녘 호숫가에서 피어오르는 안개처럼, 아득하지만 아름다운 풍경이 눈앞에 어른거리는 듯하다. 이 서정적이고도 몽환적인 곡의 제목은 “All I Do”, 밴드는 플러스/마이너스(Plus/Minus)다. 플러스/마이너스는 2001년, 밴드 버서스(Versus)의 기타리스트이자 밴드를 구성하고 있는 발루유트 형제의 막내인 제임스 발루유트(James Baluyut)와 패트릭 라모스(Patrick Ramos)를 중심으로 크리스 디너(Chris Deaner), 마가렛 매카트니(Margaret McCartney)로 결성된, 제임스의 솔로 프로젝트, 혹은 사이드 프로젝트 밴드이다. 현재 버서스의 멤버들은 모두 개인 프로젝트 밴드를 결성하고 활동 중인데, 발트유트 형제의 맏형이자 버서스의 실재적인 리더였던 리처드 발루유트(Richard Baluyut)는 위샐 레인(Whysall Lane)을, 둘째인 에드 발루유트(Ed Baluyut)는 퍼시픽 오션(The Pacific Ocean)을 각각 결성했다. 그러나 이것으로 버서스가 와해된 것은 아니다. 버서스의 홈페이지도 건재할 뿐 아니라, 어디에도 팀을 해체한다는 공식적인 ‘선언’이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들의 왕성한 활동 중에서 가시적인 결과물을 가장 먼저 선보인 것은 플러스/마이너스이다. 플러스/마이너스는 2002년에 동명의 타이틀을 단 정규음반을 발표했다.

음반의 전체적인 인상은 몽롱하게 부유하는 음표들이 공간을 채우는 이른바 드림팝 성향의 곡들과 버서스의 음악을 연상시키는 기타 팝으로 양분되어 있는 것처럼 들린다. 첫 곡 “All I Do”를 비롯하여 “Crestfallen”, “The Declaration Of Independence”, “Setting Your Head On Fire”와 “Yo Yo Yo (Please don’t fall in love)”등이 전자에 속한다면 후자에 속하는 것은 “The Queen Of Detroit”와 “Beverley Road”, “All I Have To Do Is Make You” 등이다. 특히 “Crestfallen”은 반복되는 허밍과 샘플링된 보컬의 한 부분을 ‘잘라’낸 사운드가 기타 노이즈와 뒤섞여 독특한 리듬감이 형성되는 곡이다. “The Declaration Of Independence”의 경우도 이와 비슷하지만, 차분하고 나직한 보컬이 진행되다가 중반부에 폭발하듯 한꺼번에 터져 나와 은근슬쩍 사라져버리는 것이 씨임(Seam)의 음악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Setting Your Head On Fire”, “I’ll Advised” 등은 한편으로 1980년대 씬스팝을 연상시키는 곡들인데, 그런 점에서 혹자는 마그네틱 필즈(Magnetic Fields)의 감수성을 떠올릴 수 있을 것도 같다. 대부분 3분 안팎의 곡들은 부유하는 사운드와 내면적인 가사로 사색적이고 서정적인 감동을 주는데, 거의 모든 곡에 사용된 샘플러와 노이즈는 이런 분위기에 몽환적인 풍경을 더해준다. 또한 노래의 화자가 약간 움츠린, 무언가에 상처받은 듯한 느낌을 준다는 점이, 전기기타의 경쾌한 사운드에 우울한 멜로디를 숨겨 놓은 음악을 들려주었던 버서스(혹은 리처드 발루유트)와 플러스/마이너스(혹은 제임스 발루유트)와의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플러스/마이너스는 그 이름에서 연상할 수 있듯이 그렇게 이질적이면서도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것들을 한 곡에 모아놓는다. 혹시, 동양적 정서? 물론 본질적으로 존재하는 성향이란 게 있을리 만무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코웃음 칠 얘기지만, 그래도 아시안 아메리칸이라는 정체성, 말하자면 태생적 ‘환경’이 이들의 사운드와 감수성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었으리라고 짐작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 동부 인디 씬의 한 축을 담당했던 버서스의 멤버들이 밴드의 활동을 (임시적으로나마)중단하고 각자의 프로젝트에 열중하는 사실에서는, 약간 다른 얘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들의 변화는 어떤 상황들을 시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씬의 위기, 혹은 기회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겠지만, 이 상황을 어떻게 분석하든 플러스/마이너스를 포함하여, 버서스를 모태로 하는 발루유트 형제들의 프로젝트 밴드들의 사운드가 다각도로 확장될 것이라는 점만은 분명한 것 같다. 물론 그 덕분에 새로운 음악, 더 좋은 음악을 들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품게 되는 것도 당연하다. 20030118 | 차우진 lazicat@empal.com

8/10

수록곡
1. All I Do
2. Crestfallen
3. The Queen Of Detroit
4. Beverley Road
5. Manifest Destiny (in general)
6. The Declaration Of Independence
7. Setting Your Head On Fire
8. The Industrial Revolution
9. Yo Yo Yo (Please don’t fall in love)
10. I Sleep Forever
11. All I Have To Do Is Make You
12. I’ll Advised
13. The Separation Of Church And State
99. A Million Pieces On The Gr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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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sus [Two Cents Plus Tax] 리뷰 – vol.4/no.9 [20020501]

관련 사이트
+/- (Plus/Minus) 공식 사이트
http://plusmin.us/index.html
Teenbeat Records 공식 사이트
http://www.teenbea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