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117041038-gybe2Godspeed You Black Emperor! – Yanqui U.X.O. – Constellation, 2002

 

 

Black Emperor, God Bless You!

일차적으로, 뮤지션은 음악으로서 해석되는 것이 정당하다. 이차적으로, 정치적 혹은 사회적 입장을 고려하여 해석하는 것은 선택이다. 삼차적으로, 입장이 음악을 전복시킨다는 해석은 무리다. 사차적으로, 뮤지션이 태도를 중시하더라도 개의치 않고 해석하면 그만이다. 오차적으로, 해석은 언제나 자의적이다. 그러므로 당신은 이 글이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알 것이다.

반응에 대한 역반응으로, 변증법에 대한 반변증법으로서 갓스피드 유 블랙 엠퍼러(Godspeed You Black Emperor!, 이하 GYBE)의 이데올로기는 별개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연주만으로 구성된 수록곡들은 사회현실의 은유적 표현이라 여길 수도 있고 선택은 GYBE가 아니라 그들의 음악, 정확하게 2002년에 발매된 [Yanqui U.X.O.]라는 식으로 냉정해질 필요가 있으며, 음악은 개인적이고 작위적이라 생각할 수 있으니 여기에는 다분히 상반된 논거가 존재한다. 그렇다면 주제를 배제시킨 듯한 내용 없는 소리는 오히려 메타포로서 현실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겠고 이러한 경우 점층적인 상향구조로서의 극적 상황은 인과율과 개연성으로 전개와 절정, 결말이 그려지므로 강력한 설득력을 지닐만하겠다. 하지만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청자가 나름의 이미지를 개별적으로 구현하고자 한다면 이러한 집단적 강령은 소환된다.

클라우스 슐츠(Klaus Schulze)는 자신의 앨범 [Mirage]에서 “음악은 잠들지 않고 꾸는 꿈이다. 음악을 듣는 동안 당신의 자아는 새로운 단계로 전이되고 그 속에 사는 동안 그것은 현실을 지배하기 때문에 곧 꿈은 현실이다”라고 적었던 바, GYBE를 포함한 익스페리멘틀 포스트 록 음악에 축복을 보내리. 초자아를 깨우고 형이상학으로 뻗어 가는 독립된 꿈이 겹겹으로 된 단음(單音)의 파동으로 표면의 적의만큼 격해지고 흥분된 채 층층으로 규합되어 극광(極光)을 뿜어내니, GYBE의 이번 앨범은 비가의 점철이 비판적 이성을 뒤로하고 포스트 록을 넘어 비로소 홀스트(G.T. Holst)와 같은 현대음악의 영역에까지 근접하게된다. 한편, 끊어질 듯 이어지는 소리의 휴지(休止)를 전유(傳流)의 방법으로 이용한다는 점에서 감성적이고 계획적이라 느낄 수 있겠지만, 이성은 뒤로하련다. 논조에 동의하는 것이 아니라 음조에 공감할 따름이니.

다만 전작과 비교해서 스타일의 변화가 적은 가운데 여느 때보다 ‘말랑’해졌다고 생각한다면 초기부터 지금까지의 감정진화를 되짚을 때가 온 것이다. 이를 위한 예로서, 지난 음반들이 어린 아이의 성장기에서 느껴지는 가변적 심성이었다면 이제는 불안한 영혼을 지닌 사춘기 소년과도 같이 막연한 격정과 항거를 드러낸다. 소년은 첫 번째 트랙 “09-15-00″에서 곡의 같은 마디를 다양하게 변주, 반복하며 16분 동안 발아하다가 낮은 울림으로 이를 눌러준다. 나긋하게 진행되는 여전한 우울은 앨범 전체를 가로질러 스멀스멀 눈이 트게 되고 “rockets fall on Rocket Falls”의 긴장은 상승과 하강을 오르내리는 동안 간헐적으로 소리 내질러 침묵과의 격차가 사라지니, 이후 모든 것은 동일선에 오르게 되어 오르가즘의 한계로 향한다. 이어지는 “motherfucker=redeemer” 2부작은 오랜 지루함을 거쳐 상승에 상승을 더하는 ‘상승’만이 있는데, 바이올린 등의 현악기가 동일의 마디를 빠르게 반복하면서 가속을 붙여준다면 곧이어 드럼은 비트를, 기타는 리듬을, 심벌은 임팩트를, 트럼펫은 음울한 정조를 더해가고 다음순간에 모든 악기가 서로를 의지하면서 전체를 아우르는 식이다.

물론 GYBE가 지니고 있는 주된 리듬의 부산함은 탠저린 드림(Tangerine Dream)등의 ‘고전’음악보다 현란하여 상대적으로 동일한 텐션이 있다 하더라도 한번의 튕김만 가지고는 효과가 미비하다. 그리고 이에 대한 보상으로서 노골적인 자아복제와 치열한 전투는 안타깝게 보일 수도 있고 또 다른 자세로 비추어져 환영받을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현 상태로서의 정점은 여기까지이니, 떠나는 자와 보내는 이의 마음으로 신의 가호를 ‘검은 황제’에게 전한다. 20030115 | 이주신 youhadbeenredsometime@hotmail.com

10/10

수록곡
1. 09-15-00
2. 09-15-00
3. rockets fall on Rocket Falls
4. motherfucker=redeemer
5. motherfucker=redee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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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사이트
Godspeed You Black Emperor! 공식 사이트
http://brainwashed.com/godspeed
Constellation Record의 Godspeed You Black Emperor! 사이트
http://www.cstrecords.com/html/godspee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