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peed You Black Emperor! – Yanqui U.X.O. – Constellation, 2002 정처를 잃어버린 추상 인스트루멘탈리즘 갓스피드 유 블랙 엠퍼러(Godspeed You Black Emperor!, 이하 GYBE로 표기)의 [Lift Your Skinny Fists Like Antennas to Heaven](2000)은 록음악이 도달할 수 있는 극한의 사운드 스케이프를 구현함으로써 온갖 찬사를 얻은 앨범이다. 동시에 록음악의 범위와 진정성에 대해 의문을 품게 했던 문제작이기도 했다. 개인적인 고백이지만, 각 잡고 들어야 하는 음악에는 체질적인 거부감이 있다. 그래도 GYBE의 신작 [Yanqui U.X.O.]를 감상하는 순간은 음의 상찬을 대하는 경건한 의식(ritual)과도 같았다. 그리고 의식이 끝난 후 짧은 탄식과 함께 찾아든 느낌은 공허함이었다. 일단 앨범에 대한 외지들의 반응은 의외로 썰렁해 보인다. 앨범이 연말에 나와서이기도 하겠지만, 각종 베스트 앨범 목록에 GYBE의 이름은 발견되지 않고(실은 [weiv]에서도 이상하게 거론되지 않았다), 리뷰도 별로 없는 것으로 봐서는 이 논쟁적인 앨범에 대해 몸을 사리고 있다는 느낌이다. 제일 먼저(그것도 앨범의 공식 발매일 전에) 용감하게 나선 평자는 [피치포크(Pitchforkmedia)]의 편집장 라이언 슈라이버(Ryan Schreiber)이다. 그는 급진적인 정치적 메시지를 담는 수단으로서 음악의 모호함(혹은 침묵)을 꼬집으며 10점 만점에 5.2점이라는 가혹한 점수를 매겨버렸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은 사운드에 대한 분석보다는 이데올로기 비평에 치우쳐 있고, 록음악이 담지할 수 있는 저항정치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위험한 접근이다. 자신들의 존재조차 드러내지 않는 은밀한 뮤지션들이 미국의 패권주의니, 샤론 총리의 팔레스타인 탄압이니, 메이저 음반사와 군수산업의 유착이니 하는 정치적 이슈들을 암시하는 것도 뜬금 없지만, 이들의 정치성향을 음악만으로 평가하는 것은 심각한 ‘오바’로 보인다. 한편, 음악이 독보적이고 충격적이라는 이유만으로 별점을 왕창 주고 보는 몇몇 리뷰들도 생각 없어 보이긴 마찬가지다. 주지하다시피, GYBE의 음악적 특징은 대곡취향의 인스트루멘탈리즘(instrumentalism), 끝없이 깊은 심연에서 격정적인 노이즈의 난사와 함께 파국으로 치닫는 드라마틱한 구조, 곡의 골격을 이루면서 텐션과 왜곡을 부여하는 스트링 라인, 비감 어린 마이너 코드 등으로 요약된다. 그런데 이번 앨범은 전작에 비해 이러한 방식이 더 극단화되고 추상수위도 한층 높아졌다. 이는 전혀 보이스가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과도 관련이 있는데, 보컬은 둘째치고 나레이션마저 배제한 것은 다분히 의도적으로 보인다. 또한 전작의 “Static”, “Antennas To Heaven” 등의 곡들은, 속된 말로 핥아주는(lick) 멜로디나 제법 로킹한 리프의 삽입을 통해 전율을 느끼게 했으나, 이번 앨범은 그 어떤 친근한 선율감 없이 75분이 넘는 시간 동안 난해한 패턴들의 연속과 반복을 인내하도록 만든다. 첫 곡인 “09-15-00(part 1)”은 딜레이가 걸린 기타음과 나른한 퍼커션 소리, 무정형의 현악 연주가 지속되다가 스트링의 음감이 거칠어지면서 드럼 비트와 기타의 피드백 노이즈가 난사되는 전형적인 GYBE식 패턴을 띤다. 특히, 대미를 장식하는 현악 합주는 극단적인 오버 드라이브가 걸려 웅웅거리는 ‘소음 덩어리(din)’처럼 들린다. 첫 곡의 2악장과 같은 역할을 하는 “09-15-00(part 2)”는 대기를 부유하는 듯한 드론(drone) 노이즈와 종을 치듯 주기적으로 울리는 간명한 기타음이 혹사당한 귀를 달래는 미니멀한 소품이다. 다음으로, 추락하는 로켓이 그려진 자켓 이미지와 일맥상통하는 곡인 “rockets fall on Rocket Falls”는 20분이 넘은 대곡이다. 이 곡의 전반부를 지배하는 비감 어린 현악기의 트레몰로 음과 뮤트된(muted) 기타 소리는 폭발적인 비약을 향한 충실한 유도부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콘트라베이스의 불길한 저음과 트럼펫의 불협음이 전해주는 억압적인 느낌은 다시 격정적인 노이즈에 의해 해소된다. ‘잡놈이 구세주’라는 해괴한 제목이 달린 “motherfucker=redeemer(part 1)”은 드럼과 베이스가 끌어가는 중반부의 드라이빙 감이 잠시 귀를 솔깃하게 할 뿐 처참하도록 지루한 곡이다. 더구나, 이 곡에 이르러 기타는 바이올린과 첼로 소리 속에 산파되어 묻혀버리는 일개 현악기가 되어버리고 만다. 이쯤에서 드는 의문은 ‘GYBE의 음악을 더 이상 록큰롤이라 부를 수 있나’라는 것이다. 이렇게 논쟁적인 질문에 ‘록큰롤이 아니면 어떠냐’라고 간단히 반문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강렬하고 파격적이었던 록음악이 실내악단의 따분한 엄숙주의 냄새를 풍기는 모습은 실망스러울 따름이다. 그래도, 마지막 곡인 “motherfucker=redeemer(part 2)”는 10분 여 밖에(?) 안 되는 러닝타임 동안 이전 앨범들의 농밀한 귀기와 분노로 일그러진 노이즈를 재현하고 있어 위로가 될 만한 곡이다. 특히, 긴장감을 증폭시키는 현악기의 트레몰로 효과, 일렉트릭 베이스의 반복적인 핑거링, 짓뭉개진 기타음에 이끌려 들어가는 도입부에서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엔딩 처리까지 꽉 짜여진 구조가 인상적이다. 이제 이 골치 아픈 음악에 대한 부담스러운 글쓰기를 마무리할 때인 것 같다. 전작이 록의 대지를 뒹굴며 이탈과 반란을 도모한 것이었다면, 이번 앨범은 록적이지 않은 요소로 산파되어 록의 대지에 불시착할 수 없는 부유물이 되어버린 듯하다. 또한 한없이 이완되고 지연된 긴장을 통해 음이 고조되고 폭발하는 부분을 전제하게 하는 도식은 관습화의 우를 염려하게 한다. 관습적 록의 계승과 극복이라는 포스트록(post-rock)의 양가적인(ambivalent) 미학이 적어도 GYBE의 현재에서 록과의 단절로 귀착되는 듯하다고 말한다면 너무 성급한 것일까? 정처를 잃어버린 추상 인스트루멘탈리즘이 도달할 궁극은 그들만의 천상, 혹은 모두의 골방, 둘 중 하나일 것이다. 20020112 | 장육 evol62@hanmail.net 5/10 수록곡 1. 09-15-00 2. 09-15-00 3. rockets fall on Rocket Falls 4. motherfucker=redeemer 5. motherfucker=redeemer 관련 글 Godspeed You Black Emperor! [Yanqui U.X.O.] 리뷰 2 – vol.5/no.2 [20030116] Godspeed You Black Emperor! [Lift Your Skinny Fists Like Antennas to Heaven] 리뷰 – vol.3/no.1 [20010101] 관련 사이트 Godspeed You Black Emperor! 공식 사이트 http://brainwashed.com/godspeed Constellation Record의 Godspeed You Black Emperor! 사이트 http://www.cstrecords.com/html/godspee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