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 A Hundred Days Off – Junior Boy’s Own, 2002 새로운 디딤돌, 혹은 안정 속으로의 후퇴 언더월드(Underworld)가 3년만에(라이브 앨범을 제외하고) 신작 [A Hundred Days Off]를 발매했다는 사실에서 기존의 팬들이 가장 궁금해할 부분은 DJ 대런 에머슨(Darren Emerson)의 탈퇴 이후의 이들의 음악적 행보가 어떻게 될 것이냐 하는 데에 있을 것이다. DJ의 부재, 그리고 ‘록 밴드’로 출발했을 당시의 두 사람만이 남았다는 건 혹시 [Dubnobasswithmyheadman](1993) 이전으로의 회귀일까? 물론 언더월드의 전신인 프로이어(Freur) 시절부터 지금까지 밴드를 이끌어 왔던 칼 하이드(Karl Hyde)와 릭 스미스(Rick Smith)가 지속적으로 클럽씬과 록밴드 포맷을 절충하려 노력했던 인물들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이들의 본령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하지만 DJ의 역할이 거세 혹은 축소된다면 기존의 그들의 작업보다 ‘밴드’의 직접적인 연주가 주된 음악적 재료가 될 것임에는 자명하고, 얼마간의 변화는 불가피하다는 예상도 가능하다. 이는 대런 에머슨의 역할을 다른 두 사람이 얼마나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느냐(혹은 이 빈 자리를 어떤 식으로 메꾸었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앨범의 포문을 여는 “Mo Move” 나 “Two Months Off”를 들어보면 이들의 음악에서 특별한 변화의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Mo Move”에 등장하는 기타연주는 여전히 반복적인 시퀀서 연주 사이에 종종 끼어들면서 비트를 강화하기 외한 보족적인 샘플 역할 이상이 아니다. 단지 전작 [Beaucoup Fish](1999)에 비하여 상당히 절제된 느낌이 다가온다는 점이 두드러지는데, 이러한 표현은 동시에 ‘심심하다’는 말을 듣기 좋게 이야기한 것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어떤 면에서 본다면 이들을 비롯한 일렉트로니카의 스타들에게 많은 이들이 끌렸던 이유들 중 하나는 그 ‘과잉’에 있었다. 속도의 과잉, 시퀀서와 샘플의 과잉, 장르 교배의 과잉 등등). 물론 시퀀서와 리듬 패턴의 미니멀한 변주를 기반으로 다양한 샘플들이 끼어들면서 미묘한 곡전개를 이끌어간다는 점은 동일하다. 그러나 문제는 다양한 재료들의 배치에 있을 것이다. 곡 중반부의 시퀀서가 마치 브라스 밴드의 연주같은 느낌마저 주는 “Two Months Off”를 예로 들면, 기존의 시퀀스에서 끼어드는 샘플들이 너무 확실하게 다음에 나타나는 패턴을 예시하면기 때문에-즉 앞으로 전개될 상황이 빤히 보이기 때문에 기존의 이들의 음악에서 들을 수 있었던, 미묘하면서도 동시에 급작스러운 변화를 통한 충격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과거의 것’에 대한 생각을 떨쳐낸다면 개별 트랙들이 의외로 탄탄함을 느낄 수도 있다. 전작의 “Shudder/King Of Snake”의 연장성에 있다고 할 수도 있는 브레이크비트 넘버들인 “Dinosaur Adventure 3D”나 “Luetin”은 여전히 자극제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한다. 전자음보다 ‘실제 악기’의 비중이 강화된 예로서 “Trim”이나 “Ess Gee”와 같은 경우는 이전작들에도 간간이 등장한 소품들과 크게 다른 점이 없다. “Mo Move”나 “Little Speaker”, “Twist”와 같은 곡들에의, 좀더 훵키해진 배이스라인, 에쓰닉한 비트의 지속적인 반복 속에서 이루어지는 애시드 하우스와 앰비언트, 디스코, 재즈 등의 미묘한 절충은 여전히 매력적일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음반에 그다지 후한 평가를 내리기에는 왠지 망설여지는 부분이 있다. 그건 새로운 것에 대한 강박증만은 아니다. 앞서 언급햇듯이, 시퀀스와 분리된 듯하면서도 다름 흐름으로 몰아가는 샘플들의 파편화되고 (어떤 면에서는) 정신분열적인 듯한 배치가 이들에게서 느낄 수 있었던 도시의 파편적이고 몽유병적인 이미지와 같은 느낌을 부여할 수 있었다면, 지나치게 안정적인 프로덕션 과정 속에서 명징한 방식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사운드 재료들 때문에 이러한 느낌을 찾기는 힘들다. 그러고 보면 이는 전작 [Beaucoup Fish]에서부터 본격화된 문제가 아닐까 생각된다. 전작이 ‘과잉’ 속에서 길을 잃었다면 이번 앨범은 어떤 측면에서는 ‘초심으로의 복귀’일지도 모른다. 문제는 아직까지 이들 특유의 에너지가 완전히 살아나지 않았거나, 혹은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중인 것일 게다. 일단 그 디딤돌로서는 충분하다. 물론 아쉬움이 남지만. 20030109 | 김성균 niuuy@unitel.co.kr 6/10 수록곡 1. Mo Move 2. Two Months Off 3. Twist 4. Sola Sistim 5. Little Speaker 6. Trim 7. Ess Gee 8. Dinosaur Adventure 3D 9. Ballet Lane 10. Luetin 관련 글 Underworld [Second Toughest In The Infants] 리뷰 – vol.5/no.1 [20030101] 관련 사이트 Underworld 공식 사이트 http://www.underworld-j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