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 – For 100 We Try Harder – Asian Man, 2002 아시아계 인디 ‘슈퍼그룹’의 긴장 속의 조화의 사운드 샌프란시스코를 근거지로 하고 있는 인디 밴드 이이(eE)의 두 번째 정규 앨범이자 새로운 라인업으로 제작한 첫 번째 앨범이다. 새로운 라인업이란 기존 멤버 토빈 모리(기타, 보컬)에 베이스 주자 체 추(Che Chou)와 드러머 피터 은구옌(Peter Nguyen)을 영입하고 최종적으로 씨임(Seam)의 수영 박(Sooyoung Park)이 리드 기타와 키보드를 맡아 가입하여 형성된 4인조 체제를 말한다. 토빈이 일본계, 체 추가 타이완계, 은구옌이 베트남계, 수영이 한국계라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중국 변방 각지의 ‘오랑캐’의 먼 후예들이 모여서 ‘미국 음악’을 연주하는 특이한 케이스다. 물론 이들이 ‘아시아인’이 아니라 아시아계 ‘미국인’일 뿐이라는 사실은 재삼 강조하는 게 어색한 사실이다. 이이의 이전 앨범 [Ramadan](1999)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이 앨범에서 확 달라진 것이 드러밍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드럼이 ‘인디 록 스타일(=잘 못 치는?)’이었던 전작과 달리 이번 앨범에서 은구옌의 드러밍은 화끈할 때는 화끈하게 후려주고(“Beijing”), 정교한 손놀림이 필요할 때는 그렇게 한다(“Tinyspot”). ‘노이즈코어(noisecore)’ 밴드인 토털 셧다운(Total Shutdown)의 드러머였다는 전력(前歷)을 고려할 때 자연스러운 결과다. 그렇지만 멜로딕하고 서정적인 ‘팝’ 스타일의 토빈 모리의 작곡과 결합되는 일은 자연스럽지만은 않다. 이런 ‘자연스럽지 않음’이, 이 음악이 좋은가 싫은가를 가르는 중요한 기준일 것이다. 이들의 음악이 싫지 않다면 그건 이런 긴장을 즐기는 취향의 사람일 것이다. 아니면 이런 긴장이 부조화에 이르지 않게 조율되는 여러 음들이 삽입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미 상투적 용어가 되어버렸지만 이런 음의 삽입은 두터운 층과 구조를 이룬다는 점에서 ‘건축’에 가깝다. 그래서 “Slow Motion Restart”와 “You Forgot Your Part”같은 인스트루멘털 넘버들은 시끄럽지만 아름답고 길지만 지루하지 않다. 베이스는 깊고 무거운 톤으로 저류(底流)를 만들어 내고, 기타는 때로는 피드백을 동반한 드론과 노이즈를, 때로는 영롱한 광휘를 머금은 아르페지오를 구사하면서 ‘이음새 없는'(seamless!) 소리를 진행시킨다. 가끔은 키보드와 밴조도 가세한다. “March of the Chogokin”과 “Subrosa”가 듣는 이의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것이 후반부에 배치되어서 그런 것인지, 즉흥 잼 연주의 성격이 강해서 그런 것인지는 시간이 지난 후에 판단해야 할 문제다(생각해 보니 “March of the Chogokin” 중간에 나오는 드럼 솔로에 가까운 부분은 ‘인디 음반’에서는 듣기 힘든 것이다). ‘포스트록(postrock)’이라는 조어를 들이댈 만한 곡들이지만, 대서양 양쪽의 포스트록의 대표자로 간주되는 토오터스(Tortoise)와도, 모과이(Mogwai)와도 동일시하기는 힘든 스타일이다. ‘노래’를 원한다면 ‘이모코어’ 스타일의 “Beijing”과 ‘슬로코어’ 스타일의 “Drunk in Carthage”를 들을 수 있다. “Beijing”은 박수영이 보조 보컬을 맡았고(음반에서 유일하게 박수영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곡이기도 하다), “Drunk in Carthage”는 토빈 모리가 메인 보컬을 맡았지만 씨임(Seam)이 1990년대 발표한 곡들의 영향이 강해 보이는 스타일이다. 토빈 모리의 색깔이 보다 강한 곡은 더욱 느리고 어쿠스틱한 “Tinyspot”가 마련되어 있다(이 곡은 2002년 4월에 나온 EP [Tinyspot]의 타이틀 트랙이었다). 다 듣고 나면 토빈 모리 혼자 밴드를 이끌던 이이(eE)나 박수영 혼자 밴드를 이끌던 씨임(Seam)과는 달리 현재의 이이(본인들 표현으로는 ‘eE ver 2.0)는 누구 한 명이 주도하는 것이 아님을 느낄 수 있다. 자신들의 사이트에 적어 놓은 것처럼, 이이의 멤버십은 “밴드의 사운드의 핵을 형성하는 네 개의 다양한 음악적 열정들로 감겨 있다(Ee’s membership is wound with the tension of four diverse musical passions that form the core of the band’s sound)”. 그 결과 이전의 이이나 씨임이 보여주었던 ‘응집력’이 작아 보인다고?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어쩌면 그것이 새로운 매력일 수 있다. ‘밴드란 같이 협력해서 하는 게 제맛’이라는 통설을 신뢰해서가 아니라 ‘1인 주도형 밴드’가 이제는 다소 식상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조금 과장해서 말한다면 확고한 자의식의 강렬한 표출보다는 여러 감정들의 불확실한 유동이 미덕이 되는 시대로 이행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100점을 맞기 위해(?) 우리는 열심히 노력한다”는 앨범 제목은 농담일 것이다. 내 해석이 틀렸거나. 20021116 | 신현준 homey@orgio.net 9/10 수록곡 1. Slow Motion Restart 2. Beijing 3. Thomas Sleeps Beneath an El Paso Tree 4. You Forgot Your Part 5. Drunk in Carthage 6. San Jose 7. Tinyspot 8. March of the Chogokin 9. Subrosa 관련 글 이이(eE)와의 인터뷰: ‘모범 소수인종’의 로큰롤 – vol.4/no.11 [20020601] 한 ‘코리안 아메리칸’ 경계인의 예술과 삶: 심(Seam)의 박수영 – vol.1/no.6 [19991101] 미국 인디 씬의 히어로 박수영의 Seam – vol.1/no.6 [19991101] Seam [Headsparks & Kernel] 리뷰 – vol.2/no.10 [20000516] Seam [Are You Driving Me Crazy?] 리뷰 – vol.2/no.10 [20000516] Seam [The Pace Is Glacial] 리뷰 – vol.1/no.9 [19991216] Seam [The Pace Is Glacial] 리뷰 – vol.2/no.10 [20000516] eE, [Ramadan] 리뷰 – vol.4/no.9 [20020501] Korea Girl, [Korea Girl] 리뷰 – vol.4/no.9 [20020501] 관련 사이트 이이 공식 사이트 http://www.eetheband.com 토빈 모리의 또 다른 인터뷰 http://209.80.37.9/tobininterview.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