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위클리 웨이브는 동방신기, 알스테레오, 걸스데이의 새 앨범과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의 컴필레이션 앨범 [내가 너의 작곡가]에 관한 코멘트다. | [weiv]
 

 

 

V.A | 내가 너의 작곡가 |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2014.01.07
내가 너의 작곡가

최민우: 이 음반에서 참여 뮤지션들의 개성이 어떤 식으로 ‘케미스트리’를 일으키는지 모두 감별할 수 있다면, 인디 씬에 대한 애정이 큰 청자일 것이다. 요조와 이영훈의 “Ephemera”처럼 오래 남는 곡도, 레인보우 99와 정차식의 “살아보자”처럼 산만한 곡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즐겁게 들을 수 있다. 다만 어떤 ‘뾰족한’ 순간이 없는 것은 다소 아쉽다. 7/10
한명륜: 이 컴필레이션에서 파트너를 이룬 뮤지션들은 사전 설정을 거치지 않고 제비뽑기로 연결됐다. 그런 만큼 작업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배경지식이 간섭으로 작용할 여지가 적었다. 상대 뮤지션의 장점은 살리고 클리셰적인 요소를 피하는 묘를 보여 준 것은 큰 장점. 특히 “Rush”처럼 ‘주무기’가 다른 카프카와 선우정아의 만남, 혹은 “예”처럼 각각의 기존 스타일과 공히 떨어진 제3의 지점에서 만난 루싸이트 토끼와 사람또사람이 돋보인다. 하지만 일종의 실험인 만큼 연쇄적인 결과물이 나오기 전까지는 이 기획의 성과에 대한 판단을 다소 유보할 필요도 있을 듯하다. 7/10

 

 

동방신기 | Tense | SM엔터테인먼트, 2014.01.06
Tense

미묘: 무언가를 증명하려 하는 것 같았던 전작에 비해 여유를 갖춘 듯한 앨범이다. 초반부터 등장하는 ‘연인이 된 지 겨우 10년째, 아직 모자라’ 같은 과감한 가사에서도 자신감이 엿보인다. 특히 중반부의 트랙들이 인상적이다. 제이퓨전의 영향이 느껴지는 훵크풍으로 일관성을 갖고 구성되어, 자칫 산만해질 수 있는 앨범의 전체 흐름을 비교적 잘 조율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탄탄한 중반부가 드러내는 완숙미와 에너지는 팬이 아닌 이들에게도 설득력 있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7/10
최성욱: 언제부턴가 훵키 그루브는 어른의 세계로 편입하기 위한 보이그룹의 통과의례가 되었다. 그리고 대개 예측 가능한 스타일에 머무른다. 동방신기의 7번째 앨범도 유사한 수순을 따른다. SM의 곡답게 스타일의 완성도는 나무랄 데가 없다. 그러나 보컬의 완급 조절에는 다소 실패한 것처럼 보인다. 강과 약을 이어주는 부드러운 중간 음이 없으니 그루브가 툭툭 끊기는 느낌이다. 너무 갑자기 말쑥한 정장을 차려입은 것처럼 보인다. 6/10

 

 

알스테레오 | The Aim Of Past | 2014.01.07
The Aim Of Past

블럭: 음악적 지향점으로서든 혹은 계산된 컨셉으로서든 이미 한차례 사랑받았던 것을 다시 꺼내는 건 안전한 길 중 하나이다. 착한 가사와 자극적이지 않은 사운드 모두 90년대 음악을 표방하는 것에 있어서는 성공적이다. 다만 상당 부분 클리셰에 충실한 탓에 뻔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며, 이는 단조로움으로 이어질 위험도 있어 보인다. 6/10
최성욱: 전형적인 90년대풍 발라드부터 신스팝 연주곡까지 다양한 스타일을 보여준다. 그러나 음의 재료들이 그다지 신선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편안하게 들리는 것까지는 좋으나 익숙한 재료들을 너무 익숙한 방식으로 배치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5/10

 

 

걸스데이 | 3rd Mini Album | 드림티엔터테인먼트, 2014.01.03
3rd Mini Album

최민우: “Something”은 씨스타의 “나혼자”와 엄정화의 “초대”를 섞은 것 같다. 둘 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전자다. 매력적인 훅이 있으니 ‘히트곡’의 자격이 충분하지만 휘발성도 강하다. 다른 두 곡은 ‘서비스’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4/10
미묘: “Something”은 브라스 등의 여러 장치에도 불구하고 후렴구가 좀처럼 폭발하지 못하고 흘러가 버린다. 차라리 사이드 트랙인 “휘파람”이 선명한 구조를 갖추고 귀를 사로잡는다. “기대해”가 군더더기 없는 음악만으로 퍼포먼스를 뒷받침했던 것에 비해, 섹시 퍼포먼스로 음악을 보충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작에서 걸스데이의 2기가 시작됐다고 본다면, 섹시함만으로 여성 아이돌의 ‘성장’을 표현한다는 안일함에 빠진 것은 아닌지. 4/10
한명륜: “Something”은 걸스데이라는 그룹이 “기대해”나 “여자대통령”등에서 보였던 어정쩡한 스탠스(아마도 “반짝반짝”, “나를 잊지마요” 등의 게임음악과 같은 이미지로부터 벗어나면서도 기존 걸그룹들과는 차별점을 찾아야 한다는 강박이 원인일)로부터 탈출했음을 보여주는 성과다. 특히 심플하면서도 코드의 내성을 절묘하게 쓰는 멜로디에 힘 있는 리듬워크 등 90년대 후반 댄스가요의 이디엄을 지금의 시공간에 맞게 잘 살려낸 듯하다. 조금 더 나가자면, 올해 나올 대중음악 콘텐츠의 레퍼런스에서 나타날 시간적 이동에 대한 예고라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