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꽤나 어려운 일을 시작하려고 한다. 글을 쓴다는 것, 무엇을 남긴다는 것은 상당한 책임이 따른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다. 더구나 이제 막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글로벌 음악 산업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에는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이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이유 중 하나는 차우진 편집장의 소신 있는 운영에 대한 지지와 더불어, 언어가 동일하지 않은 문화권이라는 이유로 세계적인 음악 산업 트렌드에서 살짝 멀어져 있는 한국 음악산업계에 미미한 보탬이나마 될지도 모른다는 작은 생각 때문이었다.

우선 최근에 많은 이슈가 있었던 음악서비스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볼까 한다. 유럽발 음악서비스인 ‘Spotify(스포티파이)’는 2008년에 시작된 스웨덴 회사이며 현재는 2,400만 명의 이용자를 가진, 세계에서 가장 큰 스트리밍서비스 기업이다. 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서 이용이 가능하며 호주, 미국, 남미, 싱가폴, 홍콩 등 아시아 몇 개국에도 진출해 있다. 일반 무료 이용자는 음악 중간중간 광고를 듣게 되며, 프리미엄 이용자(영국 9.99파운드, 유럽 9.99유로, 싱가폴 9.99 싱가폴달러, 대만 149 대만달러)는 광고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광고기반의 음악서비스이다.

사실 이것은 우리에게 생소한 서비스는 아닌데, 한국은 2000년대 초반부터 빠른 인터넷 속도에 힘입어 멜론을 비롯한 많은 서비스들이 스트리밍서비스를 정액제(Subscription)로 제공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인터넷 속도가 더디던 유럽과 미국에서는 오직 다운로드가 대부분이던 상황에서 점차 빨라지는 브로드밴드와 함께 스트리밍서비스를 런칭한 일은 상당 부분 파격적이었을 것으로 짐작해본다. 내가 처음 스포티파이를 접했던 것은 2010년 가을 런던에서였는데, 친한 친구가 인터넷에서 공짜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사이트라며 소개했을 때 나는 그 서비스가 분명 불법일 것이라고 생각하여 찾아보지도 않았고, 그 후 스포티파이를 다시 만난 것은 회사에 들어가서였다. 우리 회사 한구석에는 컴퓨터 한 대와 스피커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는데, 모든 회사 사람들이 그 컴퓨터에 연결되어 있어, 듣고 싶은 음악을 간단히 플레이리스트에 올려놓으면 다 같이 들을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그 모든 계정이 바로 스포티파이 계정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spotify
 
역시 스트리밍서비스는 한국에서나 외국에서나 권리에 관한 수익 지급이라는 측면에서 문제가 많이 대두되었는데, 그 논의의 본격적인 시작은 2013년 7월에 라디오헤드(Radiohead)의 톰 요크(Thom Yorke)와 나이젤 고드리치(Nigel Godrich)가 스포트파이에 올라와 있던 자신들의 최근 앨범을 테이크다운(takedown)*하면서부터였다. 나이젤 고드리치는 꽤 여러 번의 트윗을 통해서 자신의 입장을 밝혔는데, 간단히 요약하면, 스트리밍서비스는 이미 돈을 많이 벌은 핑크 플로이드의 오래된 카탈로그에는 맞는 서비스이지만, 새로운 음악을 만드는 아티스트에게는 수익이 거의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메이저 레이블*은 특별한 계약을 하여 돈을 더 많이 받을지 몰라도 작은 레이블들에게 스트리밍서비스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그 핵심이었다.

그러자 그다음 날 아침, 스포티파이 측은 ‘스포티파이만큼 아티스트를 위한 서비스는 없다’는 이야기로 고드리치의 말에 답했고, 그날 오후 BBC에 출연한 라디오헤드의 매니저 브라이언 메시지(Brian Message)는 ‘새로운 기술 개발로 생겨난 음악서비스들은 항상 좋은 것이라 생각하고, 그것을 통해 이익을 추구하고 적응하는 것은 쉽지는 않은 일이지만 매니저들이 할 몫’이라고 밝히며 이와 같은 아티스트의 논쟁은 매우 건강한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며칠 후에는 플라시보의 브라이언 몰코(Brian Molko)가 라디오헤드의 입장을 지지하고 나섰는데, 그는 스트리밍서비스가 남들의 지출을 가지고 돈을 벌려고 만든, ‘오로지 이익을 위한 자리’라고 비난했고, 폴스(Foals)의 야니스 필리파키스(Yannis Philippakis) 역시 스트리밍서비스에서 돈을 받는 것은 모욕적이라며 라디오헤드의 의견을 지지했다. 반면 이매진 드래곤스(Imagine Dragons)의 댄 레이놀즈(Dan Reynold)는 스포티파이를 옹호하는 여러 의견을 미디어들을 통해 발표했다.

한편 그 후 11월에는 빌리 브랙(Billy Bragg)이 오픈레터를 통해서 스포티파이를 지지하는 글을 썼는데, 그는 스포티파이와 같은 서비스를 향한 아티스트의 부정적인 태도는 결코 음악산업을 도와주지 못한다고 밝히면서, 보통은 스트리밍서비스가 생겨나기 전에 정해진 계약이 가장 큰 문제라는 점을 지적했다. 대부분의 경우 8~15%의 앨범 수익을 아티스트가 가져가게 되어 있는데, 이는 보통 피지컬 판매*를 기준으로 작성된 것이므로 현재의 다양한 음악서비스에는 모두 적용될 수 없다는 의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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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tify Artist 메인 화면

 
결국 이러한 아티스트들 간의 논쟁은 스포티파이가 새로운 행보를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는데, 마침내 12월 5일 ‘Spotify Artist’라는 사이트가 오픈되는 것으로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 사이트는 말 그대로 아티스트들에게 로열티에 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개설되었으며,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스포티파이가 아티스트에게 얼마를 지불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이 내용을 요약하자면,

1. Spotify 30%, 권리자 70%
2. 로열티의 계산은 재생 횟수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국가별 스포티파이의 총 수익과 재생 횟수와의 연관성을 따른다. (자세한 내용은 이곳에 나와 있다.)
3. 재생 횟수당 평균 가격은 0.006달러와 0.0084 달러 사이

스포티파이의 이러한 행보를 통해서 나름대로 자신의 위치와 목적을 밝힌 일은 매우 대담하면서도 긍정적이었고, 이에 대해 매니저 연합인 MMF와 FAC에서는 그 정직한 투명성에 환영의 뜻을 표했다.

여기까지 봤을 때, 스포티파이는 일단 꽤나 재미있는 서비스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앞으로 더욱 흥미로워질 부분은,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 중에 스포티파이를 제압할 서비스가 나올 것인가, 그리고 그 서비스가 얼마나 투명하게 운영되면서 아티스트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지가 될 것이다. 가장 많은 나라에 서비스되고 있는 디저(DEEZER)와 런칭을 일주일 정도 남겨두고 있는 BEAT 뮤직, 그리고 곧 세상에 빛을 보게 될 유튜브의 정액제 음악서비스 등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디지털 스트리밍 음원 서비스의 세계. 우선은 앞으로의 발전이 주목된다고 말할 수 있겠다. | 서머 킴 summerkjy@gmail.com

* takedown: 음악서비스 사이트에서 더 이상 서비스하지 못하도록 음원 사용을 중지하는 것을 말한다.
* 메이저 레이블: 보통 메이저 레이블은 유니버셜, 소니, 워너뮤직을 뜻한다.
* 피지컬 판매: 테이프, 시디, 바이널(레코드) 등을 지칭하는 용어로, 디지털 음원의 반대 개념으로 생각하면 쉽다.

p.s. 다음 회는 세계 최대의 음악 마켓인 미뎀(MIDEM)에 대한 이야기를 출장 후에 할 예정입니다. 미뎀에 오시는 분이 있으시면 트위터 @summerkimuk로 살짝 알려주세요.

note. 서머 킴(김정연)은 런던의 골드스미스(Goldsmiths)에서 앙트프러너십(Entrepreneurship)을 전공하고 Consolidated Independent(CI)라는 디지털 음원 회사에서 근무 중이다. 문화를 기반으로 삼은 여러 비즈니스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에어비엔비를 통해 런던에 있는 집도 쉐어링할 수 있다. 개인 블로그는 이곳이다. CI가 하는 일과 사무실이 위치한 런던 테크시티에 대해서는 블로터닷넷의 인터뷰를 참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