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나비 – Album Vol.1 – 지구(KLG 7002), 1974 베테랑 연주자들의 슈퍼 세션, 지상에서 순간으로 검은 나비는 더 멘(The Men)의 손학래(색서폰, 오보에), 김기표(기타), 이태현(베이스), 문영배(드럼)을 중심으로 결성되었다. 히 식스 출신의 최헌(리드 보컬), 그리고 김영균(보컬, 키보드), 김인섭(트럼펫)이 가세하여 데뷔 음반 [Album Vol. 1]에 참여했다(여담이지만 이 라인업이 완성되기까지 피닉스의 심형섭을 비롯해 많은 연주자들이 검은 나비를 거쳐갔다고 한다). 이 음반의 구체적인 발매 시기는 1974년 11월에서 12월 사이이다. 이렇게 유추하는 이유는 그해 11월 최헌이 검은 나비 가입했다는 기사가 나오기 때문이다. 아무튼 1974년 말에 발매된 이 음반은 이듬해 5만장 이상 팔리며 크게 히트했다. 석유 파동으로 음반업계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고 1975년에 5만장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한 음반이 두세 장에 불과했던 시기였다. 베테랑 연주자들이 모인 그룹답게 이 음반에서 검은 나비는 세련된 소울과 브래스 록을 들려준다. 깔끔하게 정제된 사운드와 최헌의 허스키한 보컬이 매력적이다. 또한 ‘여백의 미’가 살아있는 점도 큰 장점이다. 레코딩에 참여한 7명이 모두 수준급 연주자였던 걸 감안하면 절제의 미학이 돋보인다. 히트곡인 “당신은 몰라”와 “사랑한 후에” 등은 몇 번만 들어도 따라 부를 수 있는 간결한 멜로디를 갖고 있다. (정확한 표현은 아니지만) 코러스의 호소력도 좋다. 두 보컬의 제창은 풍성하고 무드 있는 질감을 만들어낸다. “내 마음”은 발랄한 춤곡이고, “큰 별”은 잔잔히 흐르다가 절정에 이르는 발라드이다. 좀 촌스런 사랑 고백곡 “나 너를”은 가스펠 풍의 허밍음과 조촐한 기타 아르페지오로만 시작되는 곡인데 이런 편곡은 다른 그룹이 흉내내지 못하던 것이다. 이 음반에서 이질적인 트랙은 “그녀”와 “허수아비”이다. 다른 곡들이 대중적이고 ‘점잖은’ 데 비해 이 두 곡은 대단히 로킹(rocking)하다. 김기표의 기타 연주는 지미 헨드릭스를 비롯해 싸이키델릭, 하드 록에서 영향받은 듯하다. 로큰롤이나 하드 록 풍의 기타 리프가 쓰이는 “그녀”는 당시 고고 클럽의 잼을 떠올리게 하는 곡이다. “허수아비”는 대단히 몽환적이다. 묘한 그루브가 흐르며 바이올린과 색서폰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룰룰루룰루루”하는 가사도 한몫 한다). 자기 성찰적 가사를 보컬 2명이 번갈아 가며 노래한다. 한편 빅 히트곡 “당신은 몰라”는 당시 저작권 시비로 시끄러웠던 곡이기도 하다. 원래 이 곡은 김홍탁이 히 식스 시절 만들어 히 식스 음반 [당신은 몰라/아름다운 인형](1972)에도 실었던 곡인데 당시 별로 히트하지 못하다, 김홍탁이 미국으로 떠난 후 ‘임자없는 노래’로 알려져 김추자, 이현, 윤항기 등의 가수들이 무단으로 취입했다. 마침내 검은 나비의 이 음반을 통해 “당신은 몰라”가 크게 히트하자, 김홍탁이 소문을 듣고 한국에 있는 동생을 통해 이 곡의 무단 사용에 문제제기를 했고, 결국 무단 사용자들이 신문에 사과문을 게재하는 등의 조치로 원만히 해결되었다. 검은 나비는 최헌의 호소력 짙은 보컬과 멤버들의 출중한 연주력을 바탕으로 “당신은 몰라”를 크게 히트시키며 인기를 모았다. 탄탄한 음악성을 바탕으로 대중성까지 인정받으면서 방송뿐만 아니라 고고 클럽의 간판으로 확고한 위치를 다졌다. 그 결과 ‘지상에서 영원으로’가 되었을까? 불행히도 1975년 6월 대중음악에 대한 검열이 강화되면서 동료 그룹들처럼 그룹을 정비할 수밖에 없었고 그해 말에 손학래가 대마초 사건에 연루되면서 불과 1년만에 그룹이 해체되는 수난을 겪었다. 엽전들과는 다른 지점에서 지하(고고 클럽)와 지상의 다리 역할을 했던 검은 나비도 대마초 광풍에 예외일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멤버들은 이후 한편으로 호랑나비, 불나비 등의 그룹으로 재차 절치부심을 이어갔고, 다른 한편으로 안타 프로덕션으로 음반 기획과 매니지먼트의 길로 궤도를 수정하였다. 20021214 | 송창훈 anarevol@nownuri.net 0/10 수록곡 Side A 1. 사랑한 후에 2. 그녀 3. 당신은 몰라 4. 내 마음 5. 큰 별 Side B 1. 나 너를 2. 허수아비 3. 외로운 별빛 4. 말은 없어도 5. 마음의 노래 관련 글 ‘한국적 록’의 유산(流産)과 유산(遺産): 1974-75 – vol.4/no.24 [20021216] 드래곤스의 보컬 박명길과의 인터뷰 혹은 긴 채팅 – vol.4/no.24 [20021216] 김기표 인터뷰 – vol.4/no.24 [20021216] 프론트맨보다 더 중요한 사이드맨, 이남이와 인터뷰 – vol.4/no.24 [20021216] 이정선 [이리 저리/거리] 리뷰 – vol.4/no.24 [20021216] 양병집 [넋두리] 리뷰 – vol.4/no.24 [20021216] 오세은 [우리 애인/고아] 리뷰 – vol.4/no.24 [20021216] 김의철 [김의철 노래모음] 리뷰 – vol.4/no.24 [20021216] 김인순 [비오는 날에는/초저녁별(안건마 편곡집)] 리뷰 – vol.4/no.24 [20021216] 엽전들 [저 여인/생각해/그 누가 있었나봐/나는 몰라] 리뷰 – vol.4/no.24 [20021216] 히 식스 [당신은 몰라/아름다운 인형] 리뷰 – vol.4/no.24 [20021216] 최헌 [세월/오동잎] 리뷰 – vol.4/no.24 [20021216] 김훈과 트리퍼스 [나를 두고 아리랑/사랑의 추억] 리뷰 – vol.4/no.24 [20021216] 양키스 [Yankee’s GoGo 크럽 초대] 리뷰 – vol.4/no.24 [20021216] 신중현 & 더 멘 [거짓말이야/아름다운 강산] 리뷰 – vol.4/no.24 [20021216] 영화음악 [별들의 고향] 리뷰 – vol.4/no.22 [20021116] 배리어스 아티스트 [골든 포크 앨범 Vol. 11: 바보들의 행진] 리뷰 – vol.4/no.22 [20021116] 관련 사이트 코너 뮤직: 한국 록과 포크 음악 사이트 http://www.conermusic.com 한국 록 음반 연구회 http://cafe.daum.net/add4 윈드버드 http://www.windbird.p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