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키스 – Yankee’s GoGo 크럽 초대 – 미도파레코드기획실/대도(MDF 25), 1975 함중아와 양키스의 1970년대 중반 고고 클럽으로의 초청장 요 몇 년 새에 윤미래, 소냐 등이 혼혈인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었지만,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혼혈 음악인은 새삼스러운 존재가 아니다. 그 동안 유주용, 샌디 김, 윤수일, 박일준, 인순이 등, 많은 수는 아니지만 그렇지만 적지도 않은 수의 혼혈 가수들이 활약해왔다. 지금이야 그나마 사정이 나아진 편이지만, 그동안 혼혈에 대한 차별과 멸시가 적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1970-80년대 혼혈 가수들의 활약은(더욱이 지독한 인종적 편견을 감안하면 특히 흑인 혼혈 가수들의 활약은) 인상적이었다. 물론 ‘가수’들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대중적이라 볼 수는 없지만 혼혈 뮤지션으로 구성된 그룹 사운드의 존재 또한 선명하다. 1971년에 함중아, 함정필 형제를 중심으로 결성되어 앨범 [즐거운 고고 파티(신중현 사운드 3)](1972)를 내기도 한 골든 그레입스(Golden Grapes), 그리고 그 후신격인 양키스(Yankees)가 대표적이다. 골든 그레입스와 양키스를 관통하는 인물은 함중아였다. 그리고 이 [Yankee’s GoGo 크럽 초대](1975)는 함중아가 골든 그레입스를 정리하고 새로 결성한 양키스의 데뷔 앨범이다. 특이하게도 이 음반은 A면은 노래가 있는 곡, B면은 연주곡(일명 ‘경음악’)으로 구성되어 있다. B면 ‘경음악편’에 수록된 곡들(과 A면의 한 곡)은 모두 커버곡들이다. 전체적으로 이 음반은 함중아가 작사·작곡·편곡한 곡들과 그가 편곡한 커버곡으로 구성된 ‘함중아 작편곡집’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커버곡이 음반의 반 이상을 차지한 것은 자작곡이 부족해서였을까? 정확한 사정은 알 수 없지만, 외부(주로 직업적 작곡가)로부터 받은 곡이나 커버곡을 레코딩하는 경우가 흔했던 당시 관행에 비춰보면 그게 그리 큰 흠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데뷔 앨범에서 자작곡을 주요 축으로 담고 전체 수록곡의 편곡을 자체적으로 소화했다는 점은 평가할 만한 대목이다. 그런데 자작곡과 커버곡은 어떤 모습일까. 먼저 A면에 보자. 함중아의 자작곡들은 신중현의 곡들을 연상시킨다. 하드 록 스타일의 첫 곡 “미스타 소”가 대표적이다. 두 대의 일렉트릭 기타가 마치 춤사위처럼 어우러지는 도입부 리프를 비롯해, 전체적인 기타 플레이가 영락없이 엽전들 풍이다. 다른 곡에서도 기타는 사운드를 압도하거나 사운드에 의해 압도되는 일 없이 적재적소에서 빛을 발하는데, 농현(弄絃) 주법을 활용해 가야금을 타는 듯한 신중현의 연주, 또는 사운드의 저변으로 도도하게 혹은 은근하게 넘실대는 블루스 기타리스트의 연주를 닮았다. “나를 웃겼네” 같은 곡은 “하필이면 그 사람”(신중현 작사 작곡으로, 골든 그레입스가 연주한 적 있다)을 떠올리게 하고, “해지기 전에”는 신중현 식 발라드를 듣는 것 같으며, “내 마음 흔들려”는 신중현이 여성 가수를 염두에 두고 만든 곡이란 ‘착각’을 준다. 이런 영향은 신중현이 양키스의 전신인 골든 그레입스의 활동을 도와주었던 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신중현은 골든 그레입스와 같은 무대에 올라 연주해주곤 했으며, 음반에도 참여하여 작사, 작곡, 편곡, 리드 기타 연주를 맡아주었다). 그렇지만 신중현을 연상시키는 첫 인상에 너무 집착할 필요는 없다. 아직 ‘자기 목소리’를 충분히 내지는 못하지만 함중아가 만든 자작곡과 양키스의 연주는 ‘아류’로 치부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너무나도 유명한 커버곡 “썸머 타임”을 들어보면, 블루지한 기타와 신서사이저의 파도 소리, 갈매기 소리가 넘실대는 가운데 여성이 부르는 게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하이 톤의 가성 창법을 구사하는 함중아의 보컬이 이채로움을 준다. 역시 느린 템포의 발라드인 “해지기 전에”는 프로그레시브 록 스타일의 인트로로 시작해 오르간과 와와 기타가 곡 전체에 출렁인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곡은 여성이 리드 보컬을 담당하는 “내 마음 흔들려”와 “나 혼자 달래야지”이다. 여성이 리드 보컬을 맡고 함중아가 배킹 보컬을 맡은 이 두 곡은 저음의 긁고 허스키한 여성 보컬과 가는 하이 톤의 남성 보컬이 교차되고 어우러지는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특히 함중아는 주로 가성을 쓰며 여성 보컬과의 차이와 대비를 극대화한다. 여성 보컬이 “내 마음 흔들려”하고 ‘매기면’ 함중아가 “흔들 흔들 흔들”하고 재밌게 ‘받아넘기고’, 키보드와 와와 기타가 깔짝거리며 연주하고, 퍼커션이 풍부한 리듬을 불어넣는 “내 마음 흔들려”는 이 음반의 백미이며, 스탠더드한 노래가 귀와 입에 오래 머무는 “나 혼자 달래야지”도 인상적인 트랙이다. B면의 경음악 연주곡들은 이 음반이 ‘고고 클럽’이란 배경 하에 탄생했음을 알려준다. 원곡을 보면, 폴 앵카(“파파”), 클린트 홈스(“어린 시절”), 로보(“우리 함께”), 신중현(“나는 너를”), 조영남(“불꺼진 창”) 등의 곡들이다(“어린 시절”과 “우리 함께”는 이용복의 번안곡으로 유명했다). 1970년대 초중반 인기가 높던 ‘대중적인’ 곡들임을 알 수 있다. 함중아의 편곡과 양키스의 연주 역시 대중성에 초점을 두었음을 보여준다. 특별히 로킹하지도 댄서블하지도 않고, 연주력에 치중하지도 않는다. 와와, 퍼즈 등의 기타 이펙트와 다양한 키보드의 음색들을 활용하지만 주거니 받거니 하며 곡들을 리드하는 기타와 키보드는 선율에 집중하면서 전체적으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경음악을 추구한다는 인상을 남긴다. 말하자면 B면은 당시 고고 클럽에서 즐겨 연주하던(= 손님들의 호응도 좋은) 레퍼토리를 약간의 편곡을 가미해 녹음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싶다. 양키스가 건네는 이 고고 클럽 초대장은 1970년대 중반 고고 클럽이 대중화되고 그룹 사운드의 음악도 점차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 변화는 고고 클럽이란 ‘스테이지와 플로어’에서 그룹 사운드의 연주와 대중의 반응이 경험으로 쌓여가면서 형성된 ‘자기 목소리와 감성’이다. A면과 B면이 대비되는 이 음반의 구성과 결과물은 그런 자기 목소리와 감성이 절충적으로(또는 타협적으로) 결합한 모습을 보여준다. 커버곡과 번안곡의 시대, 그리고 소울·싸이키의 시대가 지났지만 아직 ‘뽕 록’이란 실질적 대중화의 시대가 도래하기 이전의 과도기적 모습 말이다. 굳이 그런 게 아니더라도 “안개 속의 두 그림자”나 “내게도 사랑이” 같은 노래로(만) 함중아와 양키스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이 음반은 그런 대표곡들과는 사뭇 다른 초기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자료로서 흥미를 줄 것이다. 20030102 | 이용우 garuda_in_thom@hotmail.com 0/10 <덧붙이는 말> 1. 양키스는 1년 후 이 음반과 동일한 앞뒤 커버 디자인을 가진 연주곡집 [초록별들 GoGo 경음악](힛트(HL-M10), 1976)이란 음반을 내놓았다. [Yankee’s GoGo 크럽 초대]에서 세 곡의 경음악(“파파”, “우리 함께”, “어린 시절”)을 가져왔고, 나머지 아홉 곡(“보리밭”, “고별”, “그 옛날처럼”, “날아라 로빈”, “산타마리아의 기도”, “둥글둥글한 세상”, “디지”, “바람아”, “초원”)은 새로 녹음했다. 이 연주곡집에 실린 곡들 역시 ‘대중적’ 선곡임을 알 수 있다. 2. “미스타 소”는 이후 “그 사나이”란 제목으로, “썸머 타임”은 “추억의 바닷가”란 제목으로 다시 발표되었다. 3. 이 음반에 참여한 정확한 라인업, 그리고 리바이블 크로스란 이름으로 함중아가 편곡·지휘한 음반 [스트리킹 Stop!! GoGo 춤을!](1974)과 이 음반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함중아와의 인터뷰를 통해 추후 보강할 것이다. 독자들의 양해를 구한다. 수록곡 Side A 1. 미스타 소 2. 썸머 타임 3. 해지기 전에 4. 내 마음 흔들려 5. 나 혼자 달래야지 6. 나를 웃겼네 Side B 1. 파파(Papa) 2. 나는 너를 3. 어린 시절(Playground In My Mind) 4. 썬다운 5. 우리 함께(We’ll Be One By Two Today) 6. 불꺼진 창 관련 글 ‘한국적 록’의 유산(流産)과 유산(遺産): 1974-75 – vol.4/no.24 [20021216] 드래곤스의 보컬 박명길과의 인터뷰 혹은 긴 채팅 – vol.4/no.24 [20021216] 김기표 인터뷰 – vol.4/no.24 [20021216] 프론트맨보다 더 중요한 사이드맨, 이남이와 인터뷰 – vol.4/no.24 [20021216] 이정선 [이리 저리/거리] 리뷰 – vol.4/no.24 [20021216] 양병집 [넋두리] 리뷰 – vol.4/no.24 [20021216] 오세은 [우리 애인/고아] 리뷰 – vol.4/no.24 [20021216] 김의철 [김의철 노래모음] 리뷰 – vol.4/no.24 [20021216] 김인순 [비오는 날에는/초저녁별(안건마 편곡집)] 리뷰 – vol.4/no.24 [20021216] 엽전들 [저 여인/생각해/그 누가 있었나봐/나는 몰라] 리뷰 – vol.4/no.24 [20021216] 히 식스 [당신은 몰라/아름다운 인형] 리뷰 – vol.4/no.24 [20021216] 검은 나비 [Album Vol. 1] 리뷰 – vol.4/no.24 [20021216] 최헌 [세월/오동잎] 리뷰 – vol.4/no.24 [20021216] 김훈과 트리퍼스 [나를 두고 아리랑/사랑의 추억] 리뷰 – vol.4/no.24 [20021216] 신중현 & 더 멘 [거짓말이야/아름다운 강산] 리뷰 – vol.4/no.24 [20021216] 영화음악 [별들의 고향] 리뷰 – vol.4/no.22 [20021116] 배리어스 아티스트 [골든 포크 앨범 Vol. 11: 바보들의 행진] 리뷰 – vol.4/no.22 [20021116] 관련 사이트 코너 뮤직: 한국 록과 포크 음악 사이트 http://www.conermusic.com 한국 록 음반 연구회 http://cafe.daum.net/add4 윈드버드 http://www.windbird.p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