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 새,벽 – Rui Music, 2002 반갑지만 아쉬운 ‘부활’ 1985년 당시 만 19세였던 김태원은 헤비메탈 밴드 디 엔드(The End)를 결성하고 김종서(보컬)와 함께 종로의 파고다 예술관에서 음악 활동을 시작한다. 다음 해 김종서는 밴드 작은하늘에서 활동을 시작하고, 김태원은 밴드 명을 부활로 바꾼 뒤 이승철을 보컬리스트로 영입한다. 1986년은 한국에서 헤비메탈 사운드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 음반들, 즉 시나위, 백두산, 부활의 데뷔 음반이 동시에 발표된 해이다. 세 밴드 모두 (당시의 표현을 빌자면) ‘천재적인 재능’의 기타리스트를 중심으로 모였다는 점(시나위의 신대철, 백두산의 김도균, 부활의 김태원)과 개성이 뚜렷한 보컬리스트를 배출(당시엔 ‘데뷔’)했다는 점(임재범, 유현상, 이승철)으로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언론은 이 세 밴드를 ‘빅3’로 칭하기도 했다). 이 중 부활은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누렸는데, 그것은 (말 그대로)인구에 회자되던 김태원의 기타 연주력과 준수한 외모를 가진 이승철의 부드러우면서도 샤우팅에 능한 보컬, 그리고 당시 ‘가요’와는 거리가 있음에도 멜로딕한 면(소위 ‘록발라드’같은 면)이 부각되어 신선한 느낌을 주는 곡 구성 덕분이었다. 1집 [Rock Will Never Die](1986)에는 김태원의 기타 테크닉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던 “희야”(도입부의 ‘종소리’는 당시 ‘메탈키드’들에게 ‘전설’로 회자되었다)와 “인형의 부활”, “비와 당신의 이야기”가 수록되었고, 2집 [회상]에는 대곡 스타일의 연작 “회상 1, 2, 3″과 “천국에서”, “슬픈 사슴”이 수록되어 40만장의 공식 판매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집 이후 이승철은 솔로로 데뷔하고 밴드는 침체기에 빠졌다. 1993년에 3집 [기억상실]을 녹음할 때까지 김태원은 게임, 라디오와 같은 밴드를 결성해 활동했고, 숲을 나는 새의 음반을 제작하기도 하는 등 나름의 음악 궤적을 밟아간다. 덧붙여 3집은 녹음 당시 보컬리스트였던 김재기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이어 그의 동생 김재희가 참여해 녹음을 마친 감동적인 사연으로 인해 폭발적인 관심을 얻기도 했다(이런 반응은 80만장의 공식 판매고로 이어졌다). 1993년 이후 김재희, 박완규, 김기연, 이성욱 등의 보컬리스트를 차례로 거느리며 부활은 2001년까지 모두 5장의 음반을 더 발표하고 2002년, 초대 보컬이었던 이승철이 합류한 8집 [새,벽]을 발표한다. 사실 [새,벽]은 기타리스트와 보컬리스트의 14년만의 재회라는 ‘음악 외적인 이슈’로 더 부각된 감이 없지 않은 음반이지만, 3집 이후 부활이 대중적인 록발라드(혹은 ‘전기 기타로 연주되는 가요’) 중심의 음악을 만들어온 이력의 연장에 있는 음반이기도 하다. 부연하자면, 4집부터 부분적으로 사용되어 차츰 그 비중이 높아지던 현악/건반악기는 [새,벽]에 이르러 전면에 등장하고 신서사이저의 활용도 높아졌다. “새벽”, “Never Ending Story”, “섬”과 같은 곡에서 들리는 오케스트레이션은 오랜 솔로 활동으로 보다 부드럽게 다져진 이승철의 보컬과 어울리며 더없이 감상적인 사운드를 형성한다. “섬”에서는 신서사이저와 더불어 전자적으로 왜곡된 보컬이 등장하기도 해서 외적으로 뚜렷한 변화가 감지된다. 가장 큰 변화는 기타 연주가 지나치게 매끈하다는 것이다. 이전 앨범에서도 감지되었지만, 디스토션이 제거된 전기 기타 소리가 이들의 음악을 가요 발라드로 들리게 하는 것은 이들의 정체성을 애매하게 만든다. 그것은 기타 연주곡(“눈먼 아이가 본 풍경”, “시계의 반대 방향”)이나, 재편곡된 기존의 ‘히트곡'(“회상 II”, “비와 당신의 이야기”, “천국에서 II”)에서도 변함이 없다. 단적으로 말해, 김태원의 기타 연주는 무언가 거세된 느낌을 준다. 그의 연주에서 깊이보다는, 테크놀로지로 가린 자의식이 엿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그래서 비슷한 편성의 “R.E.M”과 “비와 당신의 이야기”가 여전히 록 음악의 화법을 재현하고 있다는 점이 오히려 의외로 느껴진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이 음반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것은 전기 기타 연주가 아닌, 보컬의 음색이다. “Never Ending Story”에서 이승철의 보컬은 곡 자체의 완성도를 넘어서는 완숙함을 들려준다. 사실 1988년 첫 독집의 성공이후(물론 이 음반에는 박광현이라는 싱어송라이터가 존재했다) 꾸준하게 바이브레이션과 (이른바) ‘꺽기’가 강조되는 스타일의 창법을 고수해온 이승철의 보컬은 이 음반에서 절정에 이른 것처럼 들린다. 한없이 매끄러운 편곡에 그의 음색은 더없이 잘 어울린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아쉬운 것이다. 2집 발표 이후 스스로 ‘우리의 음악은 록음악이 아니다’라고 언급했던 밴드에게 1986년의 바로 그 록음악을 들려달라고 떼를 쓰는 것은 억지이지만, 적어도 ‘오랜 팬’의 입장에서는 반복되는 매너리즘으로부터 탈피한 사운드를 기대할 수는 있을 것이다. 이 음반 [새,벽]은 바로 그 점을 분명히 인식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러 가지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20여 년 동안 꾸준한 활동으로 쉽게 사라져버리지 않은 밴드가 곁에 있다는 점은 분명히 기억하고 존중해야 할 사실이다. 비록 두 사람의 재회가 매너리즘에 빠진 밴드(혹은 기타리스트)와 가수 자신을 구원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해도, 혹은 지금 부활의 새 앨범에 열을 내는 팬들이란 결국 김태원과 이승철의 재결성에’만’ 반응할 뿐 지금까지 부활의 행적에 대해서는 (거의) 무관심했다 해도, 그리고 무엇보다 이들의 거창한 재회의 세레머니가 1986년의 ‘회상’일 뿐이라는, 결과적으로 대다수 팬들의 향수와 기대를 자극하는 전략이라는 혐의를 품을 수밖에 없다 해도 말이다. 20021130 | 차우진 djcat@orgio.net 5/10 수록곡 1. 새벽 2. 섬 3. 눈먼 아이가 본 풍경 4. 회상 II 5. 네번째 회상 6. Never Ending Story 7. R.E.M 8. 시계의 반대 방향 9. 비와 당신의 이야기 10. 천국에서 II 관련 글 시나위 [미니 앨범] 리뷰 – vol.2/no.15 [20000801] 임재범 [The Story of Two Years] 리뷰 – vol.2/no.11 [20000601] 관련 사이트 부활 공식 사이트 http://www.boo-hwal.com/frame.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