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1208081920-ohbrothers오! 부라더스 – Let’s A Go Go – 카바레, 2002

 

 

점잖은 로큰롤

오! 부라더스의 두 번째 음반은 별로 신나지 않다. 흥겨운 로큰롤을 연주하고 싶어하는 밴드에게 이러한 평가는 치명적이다. 키치와 복고 유행에 편승한 해프닝성 밴드이건 나름의 일관된 음악 세계를 추구하는 밴드이건 [명랑 트위스트](2001)는 신나고 흥겨운 음반이었다. 밴드 주변을 서성거리는 각종 혐의를 잠재울 수 있는 것도 음악의 힘이었다. 그 힘이 상당부분 사라진 두 번째 음반은 복잡한 생각을 끄집어내지만 그것은 이 자리에서 충분히 말할만한 것이 못된다.

사운드는 전작에 비해 촘촘해지고 매끈해졌다. 두왑 스타일의 “비가 오면”에서는 기타와 색소폰이 주거니받거니 하면서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연출해내고, 색소폰이 분위기를 주도하는 “바다로 가자”나 느슨한 리듬 앤 블루스인 “안녕 Boogie”, 워킹 베이스의 활용이 돋보이는 “질질 Boogie”와 “사랑스런 독구”는 복고란 말로는 모자란 능청스런 로큰롤을 들려준다. 사운드를 이끄는 것은 척 베리 스타일의 (리버브를 잔뜩 건) 낭랑한 기타와 색소폰이며, 계속 끼어드는 코러스는 노래의 ‘낡은’ 분위기를 노골적으로 조장한다. 이것은 로큰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즐겁고 명랑한 로큰롤이라는 점을 음반은 (전에도 그랬듯) 노골적으로 강조한다. 멤버들은 흥겹게 연주하는 듯 하며, 음반 커버의 방긋거리는 멤버들 사진은 녹음기간이 즐거웠을 것이라는 상상을 불러일으킨다(물론 이것은 상상일 뿐이다. 녹음은 많은 경우 힘들고 짜증나는 과정이다). 재미로 들어도, 심각하게 들어도 좋을 소리들이다.

그러나 음반을 다시 들을 수 있을 것인가, 라고 묻는다면 자신있게 말하기 망설여진다. 다른 말로 하자면, 어딘가 맥이 풀렸다. 보컬을 맡은 최성수는 시종일관 고음의 여린 창법으로 일관하는데 가끔씩 그것이 음반의 전반적인 사운드와 충돌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임잔희가 보컬을 맡은 트위스트인 “별거아냐 따라해봐”에서 들리는 낮고 거친 보컬은 목에 억지로 힘을 주고 있는 인상이 역력하다. 연주는 능숙하지만 능숙함이 빠지기 쉬운 함정인 진부함을 벗어난 것 같지는 않다. 데뷔 음반에서 들을 수 있었던 ‘거칠고 성긴 활기의 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가끔씩 생기를 되찾을 것처럼 보이는 순간이 나오다가도(“바다로 가자”, “말해야 하나”) 음반은 다시 전지가 다 된 시계처럼 천천히 째깍거린다. 그래서 삐딱하게 들려야 할 가사는 우울하게 변해버린다. 키치적인 부클릿을 통해 주던 시각적인 쾌감도 이번 음반에는 없다.

적어도 내 입장에서는 음반을 두 장(EP까지 합치면 세 장) 발매한 밴드에게 해프닝성 밴드라는 평가를 내리고 싶지 않다. 그렇다면 나름의 일관된 색깔을 찾고자 하는 밴드라는 쪽으로 기울게 되는데, 이들은 데뷔 음반에서 초기 로큰롤을 경배함으로써 지나칠 만큼 쉽게 자신들의 스타일을 획득해 버렸다. 두 번째 음반이 보여주는 안이함은 거기서 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명랑 트위스트]를 지지하는 나로서는 그들의 한계가 보인다고 말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이 음반은 도로교통법을 준수하는 폭주족처럼 점잖게 군다. 20021129 | 최민우 eidos4@freechal.com

5/10

수록곡
1. 집 밖은 Rock And Roll
2. 비가 오면
3. 나 너 좋아해도 돼?
4. 바다로 가자
5. 별거아냐 따라해봐
6. 안녕 Boogie
7. 질질 Boogie
8. 말해야 하나
9. 랄랄라
10. Rock And Roll to You
11. 사랑스런 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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