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사운드 – 히트 퍼레이드(달무리/파도의 추억) – 오아시스, 1972 싫어하기 힘든 1970년대 초의 젊은 사운드 영 사운드는 1972년 (국내의) 일반 무대에 ‘헤성같이’ 등장한 그룹이지만 그룹의 기원은 1967년에 결성되어 미 8군 무대에서 활동한 실버 코인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화양 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되어 여가수 김계자 등과 함께 ‘패키지 쇼’를 했다는 사실이 이들의 전력(前歷)을 이룬다. ‘족보 파악’을 위해서는 실버 코인스 시절 멤버였던 김용호(드럼)와 오덕기(베이스)가 박동수(드럼)와 장대헌(베이스)으로 교체되었다는 점을 언급해야 할 것이다. 멤버 교체의 원인이 1968년 패키지 쇼를 위해 전국 각지를 순회하는 도중 발생한 교통사고라는 비극적 사건도 언급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실버 코인스 이후 영 사운드에 이르기까지 그룹의 중추는 안치행(기타), 유영춘(보컬), 장현종(키보드)였다. 유영춘이라는 이름을 듣고 ‘어디선가 본 것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 기획을 처음부터 열심히 훑어본 사람일 확률이 크다. 다름 아니라 그는 히 화이브(He 5)의 멤버였기 때문이다. 이 앨범에서 듣는 대부분의 리드 보컬은 그의 것으로 특유의 산뜻하고 상큼한 창법을 보여준다. 특히 ‘힘’이 있으면서도 ‘악’은 쓰지 않는 그의 맑은 목소리는 높은 G음까지도 무난히 소화해 낸다. 이는 “달무리”같은 그룹 사운드 초기 창작곡(이자 히트곡), 그리고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원곡: 사이먼 & 가펑클(Simon & Garfunkel) 등에서 유감없이 발휘된다. 물론 그룹의 리더는 유영춘이라기보다는 안치행이다. 그의 이름은 1977-8년 경 최헌이 부른 “오동잎”과 “앵두”, 윤수일이 부른 “사랑만은 않겠어요” 같은 히트곡의 작곡자로 더욱 유명할 것이다. 최헌이 히 화이브의 후예인 히 식스(He 6) 출신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영 사운드라는 후발 그룹의 성격은 ‘김홍탁이 이끌었던 그룹 사운드들’과 유사하다고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인맥의 특징이 음악의 성격을 좌우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또한 1970년대 말 직업적 작곡가로 자리잡았을 때의 안치행의 작·편곡과 이 음반이 발매된 1970년대 초 그의 작·편곡 사이에는 적잖은 차이가 있다. 즉, 1970년대 말 안치행 작곡의 트레이드마크는 ‘리듬은 록, 멜로디는 트로트, 정서는 성인 취향’인 스타일이었지만 1970년대 초에는 멜로디에서 ‘트로트’의 영향은 거의 보이지 않고, 취향도 ‘성인’과는 거리가 있다. 그의 기타 톤은 당시의 ‘유행’이었던 퍼즈(fuzz)와 와와(wah wah) 같은 인공적 이펙트를 사용하지 않은 채 ‘클린 톤’을 뽑아낸다. 당시 ‘웨스 몽고메리(Wes Montgomerry) 스타일의 기타리스트’, ‘한국의 쳇 앳킨스(Chet Atkins)’라고 불렸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록 기타’라기보다는 재즈나 컨트리의 영향을 흡수하여 자신의 스타일을 개발한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파도의 추억”이나 “당신을 못 잊어서”에서의 아르페지오를 들어보면 그가 어쿠스틱 기타 연주에도 능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들 그룹의 ‘사운드’는 조용한 이지 리스닝이고, (악기)연주 지향적이기보다는 노래 지향적이고, 리듬보다는 멜로디가 먼저 부각된다. 이들이 주로 인기있었던 무대가 시끄러운 ‘고고 클럽’이라기보다는 포 시즌(Four Season)이나 오비스 캐빈(OB’s Cabin)같은 ‘생음악 살롱’이었다는 점도 이들의 취향을 대변해주는 정보일 것이다. 이는 이 음반에 수록된 “Love”, “Mamy Blue”, “Without You”, “Bridge over Troubles Water” 같은 번안곡들이 대체로 ‘포크 록’ 스타일에 해당된다는 점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포크 록 스타일에서 반드시 필요한 보컬의 하모니도 영 사운드에서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다. 굳이 말하자면 여성 취향이지만 여고생보다는 ‘여대생’에 호소력이 강한 취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성별 취향을 가리기 이전에 ‘팝송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싫어하기 힘든’ 취향의 사운드다. 건반의 비중이 높고 현악이 많이 삽입된 편곡도 이런 원만한 취향의 사운드를 도와주는 요인들이다. 미리 말해 두어야 했을 사실이지만 이 음반은 당시의 음반들 가운데 자작곡의 비중이 높은 음반이다. “달무리”, “등불”, “파도의 추억” 같은 곡은 오랫 동안 애송되었던 곡들로 안치행의 작곡 능력을 보여주는 곡들이다. A-A’-B-A의 악곡 형식이 하나의 공식으로 정착되었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안정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세 곡들 가운데 두 곡이 단조 음계를 가지고 있고(“달무리,”, “등불”), 두 곡은 12비트의 리듬(이른바 ‘슬로우 록(slow rock)’)을 가지고 있으며, 가장 인기 있었던 곡은 단조 음계에 12비트의 리듬을 가진 “등불”이다. 이런 사실이 당시의 ‘젊은 사운드’에도 대중적 취향과 비대중적 취향이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가 될 수 있을까. 물론 오랜 시간이 흘러도 좋은 곡은 “달무리”다. 안치행의 기타는 불길한 분위기에서 인상적인 전주를 만들어내더니 노래가 나오면서부터는 아기자기한 배킹을 넣고 간주에서는 맛깔스러운 솔로까지 뽑아낸다. 카우벨의 톡톡 찍는 소리와 건반을 훑는 소리도 양념처럼 잘 들어있다. 한마디로 평한다면 ‘한 시대의 획을 그은 탁월하고 놀라운 음악’이라기보다는 ‘한 시대 많은 사람들이 무난하게 좋아하던 음악’이라는 뜻이다. 이런 두 범주의 음악에 대한 평가에는 각자의 취향이 작용하겠지만 후자의 범주에 속하는 음악이 많아야 전자의 범주에 속하는 음악도 나올 수 있다는 점은 취향을 불문하는 사실일 것이다. 이렇게 쓰고 나니 저렇게 둘로 싹둑 잘라놓는 이분법이 마음에 걸리기도 하지만… 1970년대 초는 이런 무난함도 미덕이 될 수 있던 시기였다. 1970년대 후반에 가면 사정이 달라지지만… 200201108 | 신현준 homey@orgio.net 0/10 P.S. “달무리”는 작사가 김주명이 TBC-TV의 ‘신가요박람회’라는 프로그램에 당선된 가사에 곡을 붙인 것이다. ‘신가요박람회’는 응모를 받아서 하나의 가사의 선정한 후 3명의 작곡가에게 작곡을 의뢰한 뒤 그 가운데 가장 뛰어난 것을 선정, 이를 집중적으로 방송했다. 김주명의 가사는 안치행이 붙인 곡이 1등을 차지했다. 작사가는 ‘윈드버드’에 쓴 글에서 민주화를 염원하는 의미에서 가사를 만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달’을 자유와 민주화를 상징하고, ‘달무리’를 권력자에 비유하고 ‘달밎이꽃’을 그 권력에 맞서는 민중에 비유하는 상상의 나래를 폈다”는 것이 작사가의 변이다. 한편 작곡가인 안치행 본인은 그런 사연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술회한 바 있다. 200201108 수록곡 Side A 1. 달무리 2. 등불 3. 모두가 즐겁게 4. 사랑(Love) 5. 그리운 나의 어머니(Mamy Blue) Side B 1. 파도의 추억 2, 고향의 벗 3. 당신을 못 잊어서 4. 그대 없는 세상(Without You) 5.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Bridge over Troubled Water) 관련 글 고고 클럽, 한밤의 혁명 혹은 하룻밤의 꿈: 1971-73- vol.4/no.21 [20021101] 소울을 환생시킨 ‘악마들’의 후일담: 김명길, 최성근, 홍필주와의 대담- vol.4/no.21 [20021101] 훵키 록의 혁신자 최이철과 그의 동료들과 나눈 ‘옛 이야기’- vol.4/no.21 [20021101] 라스트 챤스 [폭발적인 사운드(화이트 크리스마스)] 리뷰 – vol.4/no.21 [20021101] 아이들 [아이들과 함께 춤을] 리뷰 – vol.4/no.19 [20021001] 데블스 [추억의 길/연인의 속삭임] 리뷰 – vol.4/no.19 [20021001] 템페스트 [힛트곡 제1집] 리뷰 – vol.4/no.21 [20021101] 트리퍼스 [Trippers Go Go] 리뷰 – vol.4/no.21 [20021101] 드래곤스 [드래곤스] 리뷰 – vol.4/no.21 [20021101] 데블스 [그리운 건 너/사랑한다면] 리뷰 – vol.4/no.21 [20021101] 정성조와 메신저스 [어제 내린 비](OST) 리뷰 – vol.4/no.21 [20021101] 관련 사이트 한국 록 음반 연구회 http://cafe.daum.net/add4 코너 뮤직: 한국 록과 포크 음악 사이트 http://www.conermusic.com 윈드버드 http://www.windbird.p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