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스 – 드래곤스 – 성음(SEL 11 625), 1972 서정적 그룹 사운드의 감미로운 자작곡들 1972년은 신진 그룹 사운드의 약진이 돋보이는 해였다. 그룹 사운드를 ‘퇴폐’로 몰아붙이려는 정부와 (보수)언론의 ‘작태’가 있었지만, 그룹 사운드의 1세대라 할 만한 신중현, 김대환, 김홍탁 등은 ‘그룹 사운드 협회’를 창립하며 자신들의 권익을 보호하면서 후배들의 ‘비빌 언덕’을 마련해 주었다. 또한 1971년 4월 ‘닐바나’를 시작으로 연쇄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고고 클럽들은 미 8군 무대와 기지촌의 클럽을 전전하던 그룹들의 새로운 부화장소가 되었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새롭게 각광받는 그룹들이 등장하게 되는데, 그 중 한 팀이 바로 드래곤스다. 드래곤스(Dragons)라는 이름은 멤버 전원이 군 생활을 월남의 청룡부대원으로 마쳤다는 데서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멤버는 1980년대에 가수 전영록의 매니저로 활동하게 되는 리더 김갑춘(리드 기타)을 비롯해 송정길(세컨 기타), 박창(베이스), 서동헌(건반), 이종수(드럼), 박명길(보컬)등 6명이다. 김갑춘과 박명길은 1969년 쟈니 5(Jonny 5)라는 그룹을 결성해 파주 등 기지촌 클럽에서 함께 활동을 시작했고, ‘락 앤 키’로 미 8군 무대에서 이름을 떨친 가수 송영란의 오빠인 송정길, 역시 미 8군 무대의 스타 ‘박활란’의 오빠였던 박창의 이름도 기억해 둘 만한 정보이다. 이 음반은 그룹의 리더 김갑춘의 곡들로 엮어진 그들의 첫 음반이다. 당시의 그룹 사운드로는 드물게 창작곡, 그것도 멤버의 자작곡의 비중이 높은 음반이다. 재미있는 것은 뒷면 수록곡의 이름이 국문 제목과 함께 영문 제목으로도 표기되어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떨어진 잎새는 “Fallen Leaf”라는 영문을 함께 적고 있어 언뜻 보기에는 번안곡이라는 인상을 준다. 비슷한 시기에 같은 음반사(성음)에서 출반되었던 김추자의 음반, [Golden Hit Album, 1971]나 서유석의 [I Want See My Mother, 1972] 역시 영문 제목을 병기하고 있다. 당시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음반사(성음)의 수출 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물론 얼마나 음반을 수출했는지에 대한 보도는 찾을 길이 없다.) 첫 곡 “떨어진 잎새”는 멜로딕한 현악과 감미로운 보컬 하모니가 매력적인 곡이다. 후렴구를 지나면서는 여성 백 코러스가 추가되는데 세월이 흐른 탓에 듣는 이에 따라 평가가 엇갈리겠지만 곡의 분위기를 해치지는 않는다. 노랫말도 세련되고 낭만적이다. 이 곡의 감미로운 멜로디 라인은 뒷면의 첫 수록곡 “정다운 사람”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떨어진 잎새”를 지나면 드럼의 ‘둥당’거리는 사운드에 이어 라틴풍의 기타 솔로가 이어지는 “가버린 사랑”이 등장한다. 라틴 록이라고까지 부를 수는 없지만, 드래곤스가 클럽 무대에서 연주했을 산타나의 영향력을 희미하게 연상할 만한 곡이다(당시의 언론은 드래곤스가 음반을 내기 전에 주로 연습했던 곡들이 산타나의 곡들이었다고 전하고 있다). 다음 곡 “내 마음”은 1970년대 후반 강세를 떨치게 될 ‘캠퍼스 그룹 사운드’의 원조 격이다. 기타 솔로를 대신하는 키보드의 음색, 보컬 코러스의 중창, 낭만적인 가사까지 ‘캠퍼스 그룹 사운드’의 향기가 느껴진다. 곡이 시작되기 전 사회자의 소개와 박수소리가 더해진다면 어느 대학교의 몇 기 그룹 사운드가 연주했다고 해도 속아넘어갈 만한 트랙이다(드래곤스의 음악뿐 아니라, 1970년대 초반의 몇몇 그룹들에서도 이러한 느낌은 역력하다. 물론 이 시기 그룹 사운드의 음악을 듣던 이들이 ‘캠퍼스 그룹 사운드’의 주인공이 되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어떻게’와 ‘왜’를 탐구하는 우리로선 의문이 가시지 않는다. 계속 이어질 ‘캠퍼스 그룹 사운드’ 시리즈를 통해 확인해 보도록 하겠다). 다음으로, “회상”, “호수”와 같은 부드러운 보컬 음색과 하모니를 전면에 내세운 곡을 끝으로 앞면의 수록곡이 막을 내린다. 뒷면의 수록곡들 역시 전반적으로 무난하다. 특이한 곡이 있다면 군가풍의 스네어 드럼으로 시작하는 마지막 곡 “젊음의 광장”이다. ‘남북통일 그 날까지 조국 위하여 이 생명 다 바쳐서 충성할 때에’라는 가사처럼 ‘건전한’ 가요다. 음반은 전체적으로 ‘상큼’하다는 느낌이다. ‘상큼’하다는 것의 정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1960년대 말의 ‘소울·싸이키 폭발’기를 거친 후의 고요함이라고 생각해 두자. 보컬의 하모니를 중시하는 점이라든가 리듬과 비트보다는 멜로디가 귀에 쏘옥 들어온다는 점도 상큼함을 설명할 수 있는 요소가 아닐까 싶다. 더 상세한 분석이 필요한 부분이지만 이들의 풋풋한 사운드와 낭만적이고 시적인 가사는 영 사운드, 템페스트, 트리퍼스 등과 함께 ‘캠퍼스 그룹 사운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0021110 | 신효동 terror87@chol.com 0/10 P.S. 드래곤스는 1980년대 초반까지 고고 클럽의 무대에서 활약했다고 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드래곤스의 음반으로는 같은 해에 나온 [드래곤스/문영]이라는 이름의 편집음반이다. 지금 리뷰하고 있는 독집 음반의 수록곡 절반을 당시 ‘팝 계열의 가수’ 문영의 노래와 함께 수록했다. 수록곡 Side A 1. 떨어진 잎새 2. 가버린 사랑 3. 내 마음 4. 회상 5. 사랑의 열차 6. 호수 Side B 1. 정다운 사람 2. 노을진 해변 3. 풀벌레 4. 발자욱 5. 세월 6. 젊음의 광장 관련 글 고고 클럽, 한밤의 혁명 혹은 하룻밤의 꿈: 1971-73- vol.4/no.21 [20021101] 소울을 환생시킨 ‘악마들’의 후일담: 김명길, 최성근, 홍필주와의 대담- vol.4/no.21 [20021101] 훵키 록의 혁신자 최이철과 그의 동료들과 나눈 ‘옛 이야기’- vol.4/no.21 [20021101] 라스트 챤스 [폭발적인 사운드(화이트 크리스마스)] 리뷰 – vol.4/no.21 [20021101] 아이들 [아이들과 함께 춤을] 리뷰 – vol.4/no.19 [20021001] 데블스 [추억의 길/연인의 속삭임] 리뷰 – vol.4/no.19 [20021001] 템페스트 [힛트곡 제1집] 리뷰 – vol.4/no.21 [20021101] 트리퍼스 [Trippers Go Go] 리뷰 – vol.4/no.21 [20021101] 데블스 [그리운 건 너/사랑한다면] 리뷰 – vol.4/no.21 [20021101] 영 사운드 [히트 퍼레이드(달무리/파도의 추억)] 리뷰 – vol.4/no.21 [20021101] 정성조와 메신저스 [어제 내린 비](OST) 리뷰 – vol.4/no.21 [20021101] 관련 사이트 한국 록 음반 연구회 http://cafe.daum.net/add4 코너 뮤직: 한국 록과 포크 음악 사이트 http://www.conermusic.com 윈드버드 http://www.windbird.p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