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페스트 – 힛트곡 제 1집 – 성음, 1971 고고 클럽의 새로운 ‘돌풍’ 일단 표지 뒷면의 문구부터 보자. “보통의 보칼 음악은 1st G.T의 멜로듸를 유주로 연주하고 있읍니다만 오랜 경력과 한국 보칼계의 제 1의 드러머, 유상봉 군이 리더인 까닭에 리듬을 위주로 한 이색적인 음악이라고 장담하고 싶습니다”라고 쓰여져 있다. 여기서 ‘보칼’이란 보컬 그룹 혹은 그룹 사운드를 뜻한다고 이해하면 될 것이다. 어쨌든 템페스트의 리더가 ‘장계현이 아니라 유상봉’이라는 사실은 다소 뜻밖이다. 템페스트라는 그룹에 대한 전반적 이미지가 ‘이지 리스닝 계열의 팝송(및 가요)을 연주하는 그룹’이라는 점에 비추어 보아도 뜻밖이다. 정확히 말하면 템페스트는 키 브라더스의 멤버였던 장계현(보컬 및 기타)이 대학교 4학년 재학 시절인 1970년 유상봉(드럼)이 이끌던 그룹에 보컬로 영입되면서 정식 결성되었다. 나머지 멤버들은 각각 성정민(리드 기타), 김영무(베이스), 유광선(올갠)이다. 장계현을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은 이미 닐바나 등 고고 클럽에서 연주하고 있었고, 그 전에는 미 8군 무대에서 연주한 경력도 가지고 있었다. 반면 홍익대학교의 ‘홍익 캄보’ 출신인 장계현은 1969년 음악 살롱 아마존(세운상가 소재)에서 열린 [주간경향] 주최 ‘전국 아마추어 포크 콘테스트’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며 경력을 시작했다. 그렇다면 ‘포크 가수’로 시작하여 그룹 사운드의 보컬을 맡은 일반적인 케이스다. 이런 상이한 경력의 소유자들의 만남이 어떤 결과를 낳았을까. 음반을 들을 때 가장 부각되는 것은 장계현의 보컬이다. 비음이 섞인 그의 개성적 목소리는 포크나 컨트리 계열의 잔잔한 팝송의 번안곡이거나 ‘슬로우 록’ 리듬의 창작곡을 막론하고 인상적으로 귀에 남는다. “나의 여인(Sweet Caroline)”, “편지(Words)”나 “홀리 홀리(Holly Holy)”가 전자에 속한다면, “내 사랑”, “겨울이 지나면” 등은 후자에 속한다. 이런 곡들에서 드럼 연주는 강약의 기복이 적고, 몸을 움직이게 하는 그루브도 없다. 보컬도 넓은 음역을 선보이지 않고, 다른 악기의 톤도 자극적이지 않다. 이런 곡들에서는 표지 뒷면의 문구를 읽고 기대한 인상적인 드럼 연주를 들을 수 없다. 말하자면 ‘한국 최고의 드러머’였다는 유상봉이 연주하면서 심심해했을 법한 곡들이다. 물론 리듬이 강한 트랙들도 있고 이 트랙들 역시 주로 번안곡들이다. 앞서 언급한 “나의 여인(Sweet Caroline)”만 하더라도 닐 다이아몬드(Neil Diamond)에 비해 훨씬 ‘시끄러운’ 편이다. 싸이키델릭 록에서 즐겨 사용하는 톤의 올갠 소리가 등장하고, 원곡보다 저음이 많이 약해서(이건 당시의 녹음 시설의 한계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말한 잔잔함과는 거리가 멀다. 폴 리비어 앤 더 레이더스(Paul Revere & the Raiders)의 “Indian Reservation”를 번안한 “떠나간 사람”은 원곡에 충실하게 긴박한 사운드를 구사하고, 김영무가 리드 보컬을 맡아서 감미로움도 제거된다. 후렴구에서 한 마디마다 나오는 드럼 필인(fill-in)으로 인해 당시의 드러머라면 한번쯤 두들겨대고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싶은 레퍼토리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리듬감은 플리트우드 맥(Fleetwood Mac)의 곡을 번안한 “신비의 여인(Black Magic Woman)”에서 절정을 이룬다. 그때 그 시절의 올갠 톤이 울려 퍼지면서 한 마디를 십수개의 음표로 쪼갠 드럼 연주와 그루브한 베이스 라인, 이제까지 없었던 기타 솔로, 그리고 마지막 약 2분 동안의 드럼의 난타 등은 5분 20초 동안 전개된다. 그룹의 리더인 유상봉(드럼)은 물론 김영무(베이스, 보컬), 성정민(리드 기타)의 ‘취향’이 반영됨과 동시에 ‘실력’이 발휘된 곡으로 짐작된다. 이런 곡들에서 장계현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리듬 기타만 치고 있었을 텐데… 나머지 트랙들을 마저 들어보면 “기다리는 마음”(보컬: 김영무)이나 “님에게”(보컬: 장계현)는 그룹 사운드 창작곡의 그리 성공적이지 않은. 그렇다고 실망스럽지도 않은 사례들로 보인다. 마지막 트랙인 “아담한 그 다방”은 1960년대 가요풍(“이별의 종착역” 풍이다)의 리듬과 멜로디가 등장하는데 ‘우리가 이런 것도 하네’라고 말을 주고 받으면서 유쾌하게 연주했을 만한 곡이다. 그래서 다 듣고 나면 템페스트를 이지 리스닝 계열에 위치시켜야 할지, ‘소울·싸이키’ 계열에 위치시켜야 할지 혼동스럽게 된다. 장계현과 ‘유상봉의 그룹’의 만남이 완전하게 화학적인 결합을 이루지는 못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다지 흠잡을 곳이 많은 음반도 아니다. 템페스트만큼 고고 클럽에서 환영받는 그룹도 없었다는 이야기는 이렇게 ‘멜로디와 리듬 모두 강하다’는 특징과 무관치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멤버들 사이의 눈에 보이지 않는 갈등과 선의의 경쟁이 있었을 것이다. 잘 되는 그룹 치고 그렇지 않은 그룹은 드무니까… 20021108 | 송창훈 anarevol@nownuri.net 0/10 P.S. 1971년 9월 17일자 [일간스포츠]에는 “17일 시민회관서 템페스트 리사이틀”이라는 기사가 게재되었다. “록 그룹의 공연도 드문 일이지만 시민회관같은 대형무대에서 신인이 서는 것은 드문 일”이라는 평가와 템페스트가 “제 1회 주간경향컵 쟁탈 뉴스타 팝 그랑프리에서 가요대상을 수상했다”는 소개도 나와 있다. 한편 세 달 뒤인 1971년 11월 22일자 [일간스포츠]에는 “록 그룹 몰락 추세–퇴폐 풍조 단속, 팬 기호 변동 등으로…”라는 기사가 등장하는데 이때도 템페스트는 ‘풍전 고고 살롱’에 출연하고 있다고 나와 있다. 여기서 고고 살롱이란 ‘고고 클럽’으로 정정하는 것이 덜 혼동스러울 것이다. 풍전 고고클럽은 오리엔털 클럽의 닐바나에 이어 두 번째로 개장한 고고 클럽이며, 여기를 ‘살린’ 그룹이 템페스트라는 것이 당시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 송창훈이 쓰고 신현준이 확대·보완함. 수록곡 Side A 1. 내 사랑 2. 기다리는 마음 3. 나의 여인(Sweet Caroline) 4. 떠나간 사람 5. 편지(Words) Side B 1. 님에게 2. 신비의 여인(Black Magic Woman) 3. 겨울이 지나면 4. 할리 홀리(Holly Holy) 5. 아담한 그 다방 관련 글 고고 클럽, 한밤의 혁명 혹은 하룻밤의 꿈: 1971-73- vol.4/no.21 [20021101] 소울을 환생시킨 ‘악마들’의 후일담: 김명길, 최성근, 홍필주와의 대담- vol.4/no.21 [20021101] 훵키 록의 혁신자 최이철과 그의 동료들과 나눈 ‘옛 이야기’- vol.4/no.21 [20021101] 라스트 챤스 [폭발적인 사운드(화이트 크리스마스)] 리뷰 – vol.4/no.21 [20021101] 아이들 [아이들과 함께 춤을] 리뷰 – vol.4/no.19 [20021001] 데블스 [추억의 길/연인의 속삭임] 리뷰 – vol.4/no.19 [20021001] 트리퍼스 [Trippers Go Go] 리뷰 – vol.4/no.21 [20021101] 드래곤스 [드래곤스] 리뷰 – vol.4/no.21 [20021101] 데블스 [그리운 건 너/사랑한다면] 리뷰 – vol.4/no.21 [20021101] 영 사운드 [히트 퍼레이드(달무리/파도의 추억)] 리뷰 – vol.4/no.21 [20021101] 정성조와 메신저스 [어제 내린 비](OST) 리뷰 – vol.4/no.21 [20021101] 관련 사이트 한국 록 음반 연구회 http://cafe.daum.net/add4 코너 뮤직: 한국 록과 포크 음악 사이트 http://www.conermusic.com 윈드버드 http://www.windbird.p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