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phael Saadiq | Stone Rollin’ | Columbia, 2011

온고黑이지신

라파엘 사딕(Raphael Saadiq)은 그의 세 번째 스튜디오 앨범 [The Way I See It](2008)에서 70년대 모타운(Motown) 사운드를 훌륭하게 재해석한 바 있다. 이러한 결과물로 평단과 청중의 호의적 반응이라는 금광을 찾은 뮤지션은, 그 이후의 행보에 대한 선택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여기서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선택의 길은 두 가지다. 아예 다른 금광을 찾거나, 같은 금광을 더 깊숙이 파내려가거나.

사딕은 후자를 택했다. 그래서 그의 네 번째 정규앨범 [Stone Rollin’](2011)은 또다시 복고다. 하지만 이번은 지난 앨범처럼 모타운에 천착하고 있지 않다. 이 음반에서 특별하게 부각되는 키워드는 록(rock)이다. 전체적으로 앨범은 록과 소울이 접목된 모습을 띤다.

앨범의 첫 문을 여는 “Heart Attack”은 발랄한 탬버린과 넘실대는 베이스라인, 쟁글쟁글한 리듬 기타가 인상적인 곡으로, 록과 소울의 느낌을 함께 담은 앨범 전반의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여기에 척 베리(Chuck Berry)나 리틀 리처드(Little Richard)의 환영이 비치는 듯한 트랙 “Radio”와 “Over You”, 인디 록의 질감을 재현하는 “Just Don’t”, 나아가 컨트리 음악에 대한 접근까지도 보여주는 “Day Dreams” 등은 이번 음반이 록의 요소를 듬뿍 받아들였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트랙들이다. 물론 사딕이 베테랑 소울 뮤지션임을 여실히 증명하는 곡들도 존재한다. “Go to Hell”은 밝은 멜로디와 경쾌한 코러스가 돋보이는 가스펠 곡이고, “Stone Rollin'”은 블루스이며, “Good Man”은 아주 잘 만든 전형적인 소울 트랙이다(블랙스플로테이션 풍의 뮤직비디오도 아주 멋지다). 이에 더해서 앨범 전체에서 풍기는 날것의 느낌과 옛것의 질감은, 세련되었지만 오래된 것 같은 느낌을 불어넣는다.

복고라는 코드는 오묘하다. 옛것이 좋다고 무작정 따라 하기만 한다면 촌스러운 것으로 남을 뿐이지만, 멋지게만 살려낸다면 유행의 최첨단에 설 수 있는 세련미를 획득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것의 경계를 분명하게 구분할 줄 아는 안목은, 옛것에 대한 폭넓고 깊은 이해와 현재의 트렌드에 대한 감각을 함께 가질 때 생기는 것이다. 라파엘 사딕은 이 앨범으로 그 안목을 증명했다. | 글 이재훈 jaych249@gmail.com

ratings: 4/5

수록곡
1. Heart Attack
2. Go to Hell
3. Radio
4. Over You
5. Stone Rollin’
6. Day Dreams
7. Movin’ Down the Line
8. Just Don’t
9. Good Man
10. The Answer

관련 영상
“Good Man”

관련 사이트
라파엘 사딕 홈페이지
http://www.raphaelsaadiq.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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