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l’ Kim – Hard Core – Undeas/Big Beat, 1996 새로운 세대 여성 힙합의 전형을 제시한 ‘하드코어’ 갱스타 비치 여성 힙합은 1996년 릴 킴(Lil’ Kim)과 폭시 브라운(Foxy Brown)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완전히 새로운 시대로 접어든다. 이후 우후죽순처럼 쏟아지는 주류 시장의 흑인 여성 래퍼들은 대부분 이들 두 여성을 완전히 혹은 부분적으로 모사했다고 해도 다름이 아니다. 소위 갱스타 비치(gangsta bitches) 혹은 갱스타 우먼(gansta women)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들은 이전 세대 여성 래퍼들의 페미니스트적인 태도에 별로 관심이 없다. 그렇다고 순종적 여성 이미지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이들의 궁극적 목표는 마초적이고 거친 흑인 남성 래퍼들의 이미지 전략을 가능한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다. 따라서 남성 래퍼들과 적대적 위치에서 맞서지도 않으며, 한편으로 그들에게 철저히 순종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들과 동일한 위치에서 동등한 능력을 뽐내고 싶어한다. 거칠고 공격적인 게토 청년의 태도를 제대로 받아들이기 위해 남성 래퍼나 패거리로부터 적극적인 후원과 지지를 받고 때론 이를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또한, 일견 모순적일 수도 있지만, 섹슈얼리티를 노골적이고 자유롭게 표현하는데도 주저하지 않는다. 물론 기존 여성의 도덕적, 미적 기준은 의미가 없다. 이들은 지극히 도발적이고 자극적인 표현과 시각적 효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데, 이는 갱스타의 이미지와 분리되지 않고 오히려 기묘한 조화를 이룬다. 릴 킴의 데뷔 앨범 [Hard Core]는 새로운 세대 여성 힙합의 전형을 제시한다. 사실 릴 킴의 성장 배경은 그녀의 태도와 음악을 이해하는데 결정적 단서가 된다. 뉴욕 브루클린 빈민 지역 출신의 릴 킴은 10대 초반에 이미 부모 곁을 떠나 게토의 허슬러 남성들 속에서 성장했다. 이 때부터 그녀의 후견인 역할을 한 이가 크리스토퍼 월러스(Christopher Wallace), 바로 노토리어스 비아이지(Notorioius B.I.G.)였다. 그는 배드 보이(Bad Boy) 레이블과 계약한 직후 릴 킴을 포함한 자신의 동료들을 언디스(Undeas) 레이블과 사인하도록 도와줬는데, 그 결과물이 주니어 마피아(Junior M.A.F.I.A.)의 [Conspiracy](1995) 앨범이었다. 히트 데뷔 싱글 “Player’s Anthem”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낸 홍일점 릴 킴은 이듬해 마침내 자신의 솔로 데뷔 앨범 [Hard Core]를 내놓게 된다. 션 퍼피 컴스(Sean “Puffy” Combs)를 필두로 저메인 듀프리(Jermaine Dupri), 하이 클라스( High Class) 등 막강 프로듀서들이 참여한 이 앨범은 튼실한 리듬 속에 그녀의 성장 경험과 도발적 이미지가 충실히 재현되고 있다. 앨범 곳곳에서 사용된 소울 고전 샘플들과 그녀의 후견인 노토리어스 비아이지의 목소리는 릴 킴의 래핑과 별 무리 없이 조화를 이룬다. 사실 릴 킴의 폐부에서 올라오는 깊은 래핑과 현란한 라임은 노토리어스 비아이지의 그것과 매우 흡사하다. 많은 이들이 래퍼로서 릴 킴의 자질을 평가절하고 그녀를 단지 노토리어스 비아이지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고 비아냥거리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의 가사는 이런 의심을 무색케 한다. 릴 킴의 일상 경험과 생각들이 거침없이 반영된 가사는 때론 남성 허슬러들의 그것만큼 과격하고 때론 포르노그라피에 가까울 정도로 노골적이다. 양념으로 집어넣은 전형적인 R&B 곡 “Spend A Little Doe”가 옥에 티처럼 여겨질 만큼, 이 앨범은 시종 일관 단단한 비트와 릴 킴의 래핑이 잘 어우러진다. 특히 넘버원 랩 싱글이 되는 “No Time” 같은 곡은 션 퍼피 컴스, 릴 킴, 노토리어스 비아이지 3자의 역량이 극대화된 곡이다. 제임스 브라운의 “Take Me Just As I Am” 샘플을 배경으로 두 남성 래퍼의 코러스가 흐르는 가운데 릴 킴의 끊어 치는 거만한 래핑이 흥을 돋군다. 한편, 업비트의 댄스 넘버 “We Don’t Need It”이 릴 킴의 주니어 마피아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면, 또 다른 제임스 브라운의 고전 “Think(About It)”를 샘플로 사용한 “Dreams”는 훵크 록의 향이 물씬한 복고풍의 트랙이다. 플래티넘을 획득한 [Hard Core]의 상업적 성공은 일견 여성 힙합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듯했다. 퀸 라티파(Queen Latifah) 스타일의 페미니스트 래퍼가 더 이상 의미를 찾기 어려운 시대에, 굳이 낭랑한 R&B 디바가 되지 않더라도 흑인 여성 뮤지션들이 성공할 수 있음을 릴 킴은 당당히 보여주었다. 더욱이 그녀의 가차없는 섹슈얼리티에 대한 직설적인 표현들은 해석하기에 따라서 1990년대를 위한 새로운 페미니즘으로 옹호되기도 하였다. 특히 물질주의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이용하고 남성들을 착취하는 릴 킴 식의 라이프 스타일은 한때 젊은 흑인 여성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하지만 물질주의와 섹스에 대한 그녀의 강박적 욕구는 노토리어스 비아이지나 션 퍼피 컴스와 같은 폭력적인 남성 후견인들 없이는 실현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결정적인 한계를 보여준다. 4년 후 발매된 두 번째 앨범 [Notorious K.I.M.]이 흑인 여성들로부터 상대적으로 지지를 못 받은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20021001 | 양재영 cocto@hotmail.com 8/10 수록곡 1. Intro In A-Minor 2. Big Momma Thang (feat. Jay-Z) 3. No Time 4. Spent A Little Doe 5. Take It! 6. Crush On You 7. Drugs 8. Scheamin’ 9. Quenn B@$#H 10. Dreams 11. M.A.F.I.A. Land 12. We Don’t Need It 13. Not Tonight 14. Player Haters 15. **** You 관련 글 Ain’t Nuthin’ But A She Thang: 여성 힙합의 제 목소리 찾기 (1) – vol.4/no.20 [20021016] Ain’t Nuthin’ But A She Thang: 여성 힙합의 제 목소리 찾기 (2) – vol.4/no.21 [20021101] Roxanne Shante [Greatest Hits] 리뷰 – vol.4/no.20 [20021016] MC Lyte [Lyte As A Rock] 리뷰 – vol.4/no.20 [20021016] Queen Latifah [All Hail The Queen] 리뷰 – vol.4/no.20 [20021016] Yo Yo [Make Way For The Motherlode] 리뷰 – vol.4/no.20 [20021016] Da Brat [Funkdafied] 리뷰 – vol.4/no.20 [20021016] Foxy Brown [Ill Na Na] 리뷰 – vol.4/no.21 [20021101] Eve [Ruff Ryders’ First Lady] 리뷰 – vol.4/no.21 [20021101] Bahamadia [BB Queen] 리뷰 – vol.4/no.21 [20021101] Mystic [Cuts For Luck and Scars For Freedom] 리뷰 – vol.4/no.21 [20021101] Lauryn Hill [The Miseducation Of Lauryn Hill] 리뷰 – vol.3/no.18 [20010916] Missy “Misdemeanour” Elliott [Supa Dupa Fly] 리뷰 – vo.3/no.18 [20010916] Missy “Misdemeanour” Elliott [Miss E… So Addictive] 리뷰 – vo.3/no.13 [20010701] Eve [Scorpion] 리뷰 – vol.3/no.10 [20010516] Hip Hop in New York, New York in Hip Hop – vol.1/no.3 [19990916] 관련 사이트 Lil’ Kim의 공식 사이트 http://www.lilk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