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xy Brown – Ill Na Na – Violator/Def Jam, 1996 천재 소녀 래퍼가 대담하게 세운 갱스타 비치의 한 이정표 1996년 11월, 릴 킴(Lil’ Lim)의 [Hard Core] 돌풍이 시작된 지 불과 일주일 후에 또 다른 여성 래퍼가 데뷔 앨범을 들고 나와 세상을 연이어 깜짝 놀라게 했다. 이번에는 겁 없는 10대 폭시 브라운(Foxy Brown)의 차례였는데, 그녀의 앨범 [Ill Na Na]는 발매와 동시에 앨범 차트 7위에 진입하는 기염을 토한다. 솔트앤페파(Salt-N-Pepa)와 퀸 라티파(Queen Latifah)가 남성들을 호령하던 1980년대 후반 이후, 이때를 여성 힙합 제 2의 호황기로 기억해도 좋을 것이다. 릴 킴과 마찬가지로 폭시 브라운도 브루클린 출신이다. 하지만 그녀의 성장과정은 릴 킴과는 자못 다르다. ‘허슬러’ 릴 킴이 거리를 전전하던 무렵, 폭시 브라운은 천재 소녀 래퍼라는 평판 속에 일찌감치 다른 유명 뮤지션들의 음반 작업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10대 중반의 나이에 엘엘 쿨 제이(LL Cool J), 제이 지(Jay Z), 토니 브랙스턴(Tony Braxton) 등 당대 최고 스타의 음반작업에 참여하며 명성을 쌓은 그녀는 결국 치열한 경쟁을 뚫고 1996년 봄에 데프 잼(Def Jam) 레이블과 계약을 맺었고, 같은 해 하반기에 온갖 ‘하입(hype)’속에 데뷔 앨범을 발매하게 된다. [Ill Na Na]는 엘엘 쿨 제이와의 작업으로 익히 알려진 트랙마스터스(TrackMasters) 팀이 전체 프로덕션을 맡았고, 블랙 스트리트(Blackstreet), 몹 딥(Mobb Deep), 메쏘드 맨(Method Man), 키드 카프리(Kid Capri), 스눕 독(Snoop Dogg) 등 호화 게스트가 각 트랙에 참여하고 있다. 물론 화려한 까메오는 앨범의 성공을 위한 보증수표가 되긴 하지만, 간혹 신인 뮤지션의 역량을 제대로 판단하는데 방해가 되기도 한다. 다행히 폭시 브라운은 까메오들을 무색케 할 정도로 자신의 엠씨로서의 능력과 독특한 개성을 이 앨범에서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폭시 브라운의 랩을 듣고 있으면 때론 그녀가 10대 소녀라는 사실을 잊게 된다. 그 정도로 그녀는 대담하고 노골적이다. 대부분의 곡에서 패션에 집착하는 물질주의적 욕구, 섹스에 대한 대담한 표현, 게토의 비윤리적 행동들에 대한 정당화를 거리낌없이 기술한다. 특히 릴 킴과 마찬가지로 섹슈얼리티를 무기로 남성들을 역이용해 취득한 재화를 마음껏 과시하고 싶어한다. 말하자면, 거리에서 남성들과 맞설 수 있는 당당함을 과시하되, 동시에 거침없는 성적 표현을 생존전략으로 취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성숙한 가사와 더불어 관능적이면서 매끄러운 폭시 브라운의 딜리버리는 당시 제이 지(Jay Z)나 나스(Nas)가 써준 라임을 그냥 읽어 내려간 것뿐이라는 의심을 받기도 했다. 릴 킴이 노토리어스 비아이지(Notorious B.I.G.)의 수혜자로 평가 절하된 것처럼, 폭시 브라운도 단지 나이 어린 여성 래퍼라는 이유로 힙합 공동체의 곱지 않은 시선에 마음고생을 해야만 한 것이다. 하지만 나스, 애즈(AZ), 코르메가(Cormega) 등 그녀의 동료 펌(the Firm) 패거리의 전폭적인 지지와 더불어 이 앨범의 상업적 성공은 폭시 브라운의 이러한 마음고생을 보상하고도 남았다. 대부분의 곡들이 경쾌한 힙합 비트, 까메오들과 폭시 브라운의 주거니 받거니 하는 랩, 그리고 1970-80년대 소울과 디스코 샘플들을 조화롭게 버무렸다. 특히 신중하게 골라 효과적으로 배치한 듯한 샘플들은 튀지 않으면서 은근한 훅의 역할을 한다. 첫 번째 싱글이었던 “Get Me Home”은 베스트 트랙이자 이 앨범의 전반적인 색깔을 규정하는 곡이다. 유진 와일드(Eugine Wilde)의 “Gotta Get You Home Tonight” 샘플을 적절히 섞은 사운드를 바탕으로 나스를 닮은 폭시 브라운의 라임과 블랙스트리트의 매끄러운 보컬이 균형을 이루며 근사한 발라드를 제공한다. 물론 비장미가 넘치는 펌 패거리에 대한 맹세서 “(Holy Matrimony) Letter From The Firm”, 명료하면서 재빠른 제이 지의 랩을 감상할 수 있는 “I’ll Be…”, 몹 딥의 프로듀싱이 돋보이는 “The Promise”도 수작들이다. 릴 킴과 폭시 브라운은 향후 2-3년간 미국 주류 여성 힙합의 양대 산맥을 이루며 절정기를 구가하게 된다. 특히 폭시 브라운은 릴 킴과 달리 왕성한 음반 활동을 벌이며 자신의 입지를 한층 더 굳혀 나갔다. 펌 패거리와 함께 1997년에 공동 음반을 발표한 후 2장의 솔로 앨범을 더 내놓으며 상업적 성공을 이어가고 있다. 사실 이 시기에 물질주의와 섹스에 집착하는 이들 갱스타 비치 뮤지션에 도전할 수 있는 여성 뮤지션은 로린 힐(Lauryn Hill) 뿐이었다. 블랙 페미니즘으로 무장한 그녀의 앨범 [The Miseducation Of Lauryn Hill](1998)은 실제로 상업적인 대성공과 함께 평자들의 열렬한 호평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혼자만의 힘으로 폭시 브라운과 릴 킴이 구축한 기존 주류 여성 힙합의 아성을 무너뜨리기는 역부족이 아니었나 싶다. 20021001 | 양재영 cocto@hotmail.com 8/10 수록곡 1. Intro…Chicken Coop 2. (Holy Matrimony) Letter From The Firm 3. Foxy’s Bells 4. Get Me Home (feat. Blackstreet) 5. The Promise (feat. Havoc) 6. Interlude…The Set Up 7. If I… 8. The Chase 9. Ill Na Na (feat. Method Man) 10. No One’s 11. Fox Boogie (feat. Kid Capri) 12. I’ll Be (feat. Jay Z) 13. Outro 관련 글 Ain’t Nuthin’ But A She Thang: 여성 힙합의 제 목소리 찾기 (1) – vol.4/no.20 [20021016] Ain’t Nuthin’ But A She Thang: 여성 힙합의 제 목소리 찾기 (2) – vol.4/no.21 [20021101] Roxanne Shante [Greatest Hits] 리뷰 – vol.4/no.20 [20021016] MC Lyte [Lyte As A Rock] 리뷰 – vol.4/no.20 [20021016] Queen Latifah [All Hail The Queen] 리뷰 – vol.4/no.20 [20021016] Yo Yo [Make Way For The Motherlode] 리뷰 – vol.4/no.20 [20021016] Da Brat [Funkdafied] 리뷰 – vol.4/no.20 [20021016] Lil’ Kim [Hard Core] 리뷰 – vol.4/no.21 [20021101] Eve [Ruff Ryders’ First Lady] 리뷰 – vol.4/no.21 [20021101] Bahamadia [BB Queen] 리뷰 – vol.4/no.21 [20021101] Mystic [Cuts For Luck and Scars For Freedom] 리뷰 – vol.4/no.21 [20021101] Lauryn Hill [The Miseducation Of Lauryn Hill] 리뷰 – vol.3/no.18 [20010916] Missy “Misdemeanour” Elliott [Supa Dupa Fly] 리뷰 – vo.3/no.18 [20010916] Missy “Misdemeanour” Elliott [Miss E… So Addictive] 리뷰 – vo.3/no.13 [20010701] Eve [Scorpion] 리뷰 – vol.3/no.10 [20010516] Hip Hop in New York, New York in Hip Hop – vol.1/no.3 [19990916] 관련 사이트 Def Jam 레이블의 Foxy Brown 페이지 http://www.defjam.com/foxybrow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