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네 이발관 – 꿈의 팝송 – 쿠조 엔터테인먼트/Universal, 2002 소리의 공간, 여백의 아름다움 언니네 이발관의 데뷔 음반 [비둘기는 하늘의 쥐]는 1996년에 처음 세상에 얼굴을 내밀었다. 물론 이 앨범이 나오기까지의 비하인드 스토리는 너무 유명해서 여기서 다시 얘기하면 울궈먹는 기분도 들어 민망하기도 하다. 각설하고 당시 언니네 이발관의 데뷔 음반이 그 존재 자체로 한국대중가요계에서 ‘얼터너티브’하고 ‘펑크’적인 음반이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게다가 두 번째 앨범인 [후일담](1998)은 1집의 서정적이면서도 다듬어지지 않은 감수성을 세련된 연주와 편곡으로 보완한 수작이었는데, 수록곡들 모두가 아름다운 멜로디를 뽐내며 음반 내에서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이 음반은 발매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인디 음반들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그러나 2집 작업 이후로 밴드는 몇 가지 난관에 부딪쳤다. 약관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유려한 기타 멜로디를 만들어내는데 탁월한 재능을 보였던 정대욱과 엇갈리고(그는 현재 줄리아하트에서 활동 중이다) 다른 멤버들도 각자의 길을 가는 바람에 언니네 이발관의 정체는 오랜 동안 지속되었다. 그리고 2집 이후 4년만인 2002년 10월에 이석원을 중심으로 새로운 라인업(리드 기타에 이능룡, 베이스에 정무진, 드럼에 전대정)으로 언니네 이발관은 세 번째 앨범 [꿈의 팝송]을 발표했다. 참고로 말하자면, [꿈의 팝송]은 2집에서 유일하게 이석원이 혼자 만든 것으로 알려진 곡의 제목이고, 1집의 “로랜드 고릴라”를 연상시키기도 하는 앨범 커버의 푸른 고릴라는 언니네 이발관의 초기멤버였던 데이트리퍼(류한길)의 작품이다. 언니네 이발관의 음악적 특색(뛰어난 전기 기타 멜로디와 세련된 편곡, 일상적이고 사실적인 가사)이 2집에서 만개했다고 본다면, 새 앨범은 이른바 ‘DIY 에토스’라는 시대정신의 산물이었던 1집과 앨범 ‘아티스트’를 향한 욕망의 결과물인 2집의 접점에 위치하고 있(거나 그러기를 소망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무엇보다 키보드가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나 다양한 기타 톤이 사용되고 있다는 점은 3집의 가장 큰 특징인데, 덕분에 전체적인 사운드는 두꺼운 겨울 스웨터처럼 부풀어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스타카토로 진행되는 키보드의 음색이 인상적인 첫 곡 “헤븐(단 한번의 사랑)”과 약간 거친 톤의 기타와 베이스의 헤머링이 매력적으로 진행되는 “나를 잊었나요?”는 이전 앨범들처럼 가장 듣기 좋은 곡을 맨 앞에 위치시키는 전례(?)를 따른 것처럼 생각될 만큼 대중적인 감각이 돋보이는 곡이다. 신서사이저와 키보드의 음색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괜찮아”는 완성하는데 1년이나 걸렸다는 말답게 수록곡 중에서 편곡에 가장 세심하게 신경 쓴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곡이기도 하다. 또한 ‘우리 때로는 떨어져 보는 게 좋아’라는 가사를 너무 맑은 음성으로 노래하는 “남자의 마음”과 ‘나를 잊은 거리를 이젠 울면서 달리네’라고 노래하는 “울면서 달리기”, ‘나를 보는 너희 마음 나는 알아’라고 속삭이는 “2002년의 시간들”은 1집의 서정적이고 소박한 느낌이 잘 살아나는 곡이다(이것은 키보드의 복고적인 음색 덕분이기도 하다). 이 밖에 지금까지 언니네 이발관의 대표곡을 통해 유추(혹은 기대)할 수 있는 스타일과는 다른 곡들도 있는데, (이유 모를) 방송금지판정을 받은 “불우스타(不遇Star)”는 소위 뽕짝 리듬과 보컬 스타일에 기타 노이즈가 덧칠된 곡(얼터너티브 뽕짝?)이고 “지루한 일요일”은 몇 마디가 돌아가며 반복되는 신서사이저 연주곡이다. “표정”에 등장하는 키보드와 전기기타의 톤도 복고적인 느낌을 주고, “언젠가 이발관”에는 보사노바 리듬이 가미되기도 했다. 짤막한 전기기타 연주곡인 “안녕”은 어쿠스틱 기타와 함께 안개에 휩싸인 듯한 몽환적인 풍경을 그려내기도 한다. 그러나 3집이 1집과 2집의 접점에 있는 인상이라고 해서 이 앨범이 두 앨범의 장점만을 취득하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1집에는 아마추어적인 연주와 거친 음질에도 불구하고 귀를 휘어 잡는 대중적인 감각, 이른바 훅(hook)이 있었고, 2집에는 한번 듣고도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그루브와 멜로디가 있었다. 물론 3집에도 그것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만의 이 음반에 대해 찬사를 보내기엔 무언가 미진한 것이 있다는 얘기다. 이를테면 앨범에 전면적으로 사용되는 키보드라는 악기는 멜로디를 선명하게 부각시키는 대신에 그 명징함 속에 곡을 가두고 있다. “어제 만난 슈팅 스타”나 “순수함이라곤 없는 정”, “인생의 별”과 같은 곡에서의 아름다운 멜로디가 전기기타 리프와 감각적인 편곡에 의해 보다 부각되었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새 앨범의 사운드는 마치 여백이 없이 꽉 채워진 그림을 보는 듯한 인상을 준다. 전체적으로 조금 지루하고 답답한 느낌도 받는다는 얘기다. 물론 [꿈의 팝송]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변화해 가는 언니네 이발관의 모습을 보여주는 앨범이고 앞으로 이들이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지 유추하게 해주는 앨범이다. 그러나 그런 변화가 결과적으로 언니네 이발관이라는 한국 모던 록 밴드의 진화일지 답보일지는 이후에 평가할 문제인 것 같다. 한가지 바램이라면 예상 밖의 음반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 2002년 10월이 지나고 그보다 더 많은시간이 지나도, 네 명의 언니네 이발사들이 손님들과 함께 나이 먹어 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20021023 | 차우진 djcat@orgio.net 7/10 수록곡 1. 헤븐(단 한번의 사랑) 2. 나를 잊었나요? 3. 괜찮아 4. 남자의 마음 5. 울면서 달리기 6. 2002년의 시간들 7. 지루한 일요일 8. 불우스타(不遇Star) 9. 안녕 10. 표정 11. 언젠가 이발관 관련 글 언니네 이발관 1집 [비둘기는 하늘의 쥐] 리뷰 vol.2/no.22 [20001116] 언니네 이발관 2집 [후일담] 리뷰 vol.2/no.22 [20001116] 줄리아하트 1집 [가벼운 숨결] 리뷰 vol.4/no.3 [20020201] 데이트리퍼 1집 [수집가] 리뷰 vol.3/no.3 [20010201] 관련 사이트 언니네 이발관 공식 사이트 http://www.shakeyourbodymoveyourbod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