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독 맨션(Bulldog Mansion) – Funk – ein Media/Universal, 2002 불독, 디스코왕 되다 이한철이 이끄는 밴드 불독 맨션의 첫 정규 음반 [Funk]는 [Debut EP](2000)의 버그 없는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과장하자면 “Fever”와 “99”, “피터팬”이 둥지를 틀고 증식해서 그대로 음반 한 장이 되어버린 것 같다. 물론 몸집만 불어버린 속 빈 강정은 아니다. 프랙탈(Fractal)과 스웨터(Sweater)의 음반에서 기민한 감각을 과시한 이한철의 매끈한 편곡, 쉼없이 몸을 움직이게 하는 훵키 그루브, 안정되고 세련된 멜로디, 그리고 때론 과하다 싶을 만치 화려한 혼 섹션 사운드와 다채로운 리듬 운용은 이 음반을 계속 들을 만한 것으로 만든다. 밴드가 원하던 바와 음반이 지향하는 바가 같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1970년대 말 훵크-디스코 황금기의 곡들을 연상시키는 “Funk”와 “Destiny”는 훵크의 후끈함과 디스코의 직선적인 상쾌함을 뿜빠뿜빠 혼 섹션에 맞춰 무리없이 살려낸다. 기타는 풍선껌을 씹듯 잘근거리고 베이스는 드럼과 경쟁하며 부딪히다 멀어진다. “눈물의 Cha Cha”나 “Buenos Aires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밴드가 스카와 쿠바산(産) 라틴 리듬을 폼으로 삽입한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훵크-디스코와 월드 리듬이 주는 인상이 강하긴 하지만 사실 음반에서는 이한철이 지금까지 해왔던 거의 모든 스타일들(모던 록, 뉴웨이브 펑크, 얼터너티브 록)의 잔향이 ‘껄떡거린다’. 본인은 의식적으로 생각해 본 일이 없다고 하지만 그가 데뷔 시절 깊은 관계를 맺었던 하나기획의 영향도 (편곡, 멜로디, 어쿠스틱 기타의 울림에서) 여전히 눈에 뜨인다. 이 모든 것을 안정적으로 통제하는 사운드 전략은 ‘뜨거운 리듬과 차가운 사운드’라고 요약할 수 있다. (이한철이 전에 결성했던 밴드인) 지퍼(Zipper)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파워 팝 “Happy Birthday To Me”에서 나긋나긋한 발라드 “Apology 사과”까지, 그루브의 걸음은 느려질망정 멈추지는 않는다. 그것이 갖고 있을 날카로운 모서리는 깔끔한 팝 사운드가 적당히 깎아낸다. 원이 아니고 팔각형이라 까끌까끌한 질감도 남아 있다. 그럼으로써 산만함의 늪에 잠길 뻔한 음반을 – 허풍선이 남작이 그랬듯 – 자기 손으로 꺼낸다. 그래서 걱정은 음반의 질보다는 현재 이 음반이 놓여 있는 위치 쪽으로 흘러간다. 이런 ‘훵키’한 스타일의 록 음악을 하는 밴드는 (해산이나 마찬가지인) 긱스와 롤러코스터 정도를 꼽을 정도이고, 이런 스타일의 ‘댄스’ 음반이 놓여 있을 위치도 공연장을 제외한다면 마땅치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당장의 판매고보다는 장기적인 면에서 해 보는 걱정이다. 그리고 자주 듣는 음반이 그렇듯 이 음반 역시 한 번에 속내를 다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걱정을 하는 동안 음반은 내 손을 잡고 기분 좋게 끝을 향해 나아간다. 빨강, 파랑, 녹색, 노랑 조명을 뱅글거리며 내뿜는 미러 볼(mirror ball) 아래 ‘우∼우’하는 코러스의 축가를 들으며 춤을 출 수 있는, 오늘의 디스코왕을 꿈꾸는 사람들이 있는 그곳으로. 20021002 | 최민우 eidos4@freechal.com 8/10 수록곡 1. Open The Door 2. Funk 3. Destiny 4. Hello! My Friend 5. Room #101 6. Apology 사과 7. Milk 8. Dream Lover 9. Room #102 10. Stargirl 내사랑을 받아다오! 11. 눈물의 Cha Cha 12. Room #103 13. Buenos Aires 부에노스아이레스 14. We All Need A Lifetime, Too 15. Happy Birthday To Me 16. Room # 104 17. Part 1: Alone 18. Part 2: Escape 19. Part 3: She Is My Dance Sister 20. Close The Door 관련 글 불독 맨션(Bulldog Mansion) [Debut EP] 리뷰 – vol.2/no.12 [20000616] 배리어스 아티스트 [희노애락 = Hero 愛 Rock] 리뷰 – vol.3/no.6 [20010316] 스웨터 [Staccato Green] 리뷰 – vol.4/no.18 [20020916] 스웨터(Sweater)와의 인터뷰: 일상잡기(日常雜記)의 우울…그리고 화사한 나들이 – vol.4/no.18 [20020916] 관련 사이트 이한철이 운영하는 tubeamp 레이블 홈페이지 http://www.tubeamp.org 불독 맨션 공식 홈페이지 http://www.bulldogmansi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