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 Jovi – Bounce – Island, 2002 너무나 모범적인, 그래서 심심한 보편성 2000년 발매된 7집 [Crush](2000)는, 밴드 결성 20년이 다 된 본 조비(Bon Jovi)가 생존해 나갈 방법에 대한 모법답안을 제시한 앨범이었다. 정답은 간단하다. 음악적으로 무리한 욕심은 모두 버리고 간결한 훅(hook)을 지닌 로큰롤과 팝 발라드의 적절한 안배에, 가끔 이들의 전성기였던 1980년대를 연상시킬 코드(일례로 “It’s My Life”에 재등장한 “Livin’ On A Prayer”의 주인공 타미와 지나(Tommy & Gina) 같은)를 살짝 섞으면 되는 것이다. 물론 [Crush]에 대한 평단의 반응은 차갑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본 조비가 평단의 사랑을 받지 못한 것이 비단 어제오늘만의 일은 아니었으니, 이런 사태로 인해 밴드가 받았을 타격은 거의 없다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폭발적이지는 않았지만 꾸준한 음반 판매고(200만장)가 충분한 보상이 되었을 테고. 본 조비는 참 뭔가에 대해 얘기한다는 것이 새삼스러운 밴드다. 이미 위에서도 얘기했지만, 데뷔시부터 단 한 번도 평단의 호의적인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시대 밴드(1980년대를 풍미했던)들 중 유일한 생존력을 과시한다는 얘기도, 또 밴드의 리더 존 본 조비(Jon Bon Jovi)가 그 어마어마한 성공과 빼어난 외모에도 단 한 번 변변한 스캔들조차 나지 않았던 성실남이란 사실도 이미 고리타분한 반복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정작 이런 새삼스러운 얘기 속에 이들의 음악은 포함되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 얘기하자면 이미 새삼스러울 단계도 지나버린 게 본 조비의 음악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본 조비의 음악은 대중에게 보편적으로 사랑 받는다. 이들의 음악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전무하다시피 하지만 바로 그런 점이 이들의 보편성을 설명해 주는 말이다. 그 누구도 본 조비에게 새로움이나 혁신을 기대하지 않는다. 그들은 팬들이 항상 바라고 예상하는 음악을 들려준다(그리고 예외적인 사운드를 들려준 [These Days](1996)는 실패했다). 바로 이 점에 본 조비가 긴 세월 동안 살아남은 ‘재미없는’ 이유가 있다. [Bounce](2002)는 [Crush]의 성공을 이어나가기 위한 ‘후속편’의 느낌이 강한 음반이다. 단, 이들은 전작의 성공요소들을 고스란히 차용하는 우를 범하지는 않았다. 앨범의 사운드는 [Crush]와 비교해 볼 때 조금은 헤비해졌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회춘’의 기운이 강하게 느껴지는 긍정적이고 몰아부치는 사운드로 대변되고, 이런저런 일상소사를 다룬 가사는 여전한 그들의 것이다. 9.11 테러에서 받은 충격을 ‘삶에의 의지’로 승화시켰다는 “Undivided”와 첫 싱글 “Everyday”는 지극히 본 조비다운 가사와 조금은 달라진(혹은 1980년대의 모습과 더 많이 비슷해진) 헤비 사운드가 공존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굵게 긁어주는 사운드 메이킹은 “Joey”나 “Misunderstood”같은 차트용 발라드에서도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첫인상은 잠시이고, 역시나 “All About Lovin You”나 “Right Side Of Wrong”은 잔잔한 피아노 선율과 현악이 분위기를 조성하는 가운데, 엘튼 존(Elton John)을 연상케 하는 감미로운 보컬이 주를 이룬 전형적인 팝발라드의 구조를 보여준다. 작곡의 거의 대부분을 책임지는 존 본 조비가 뛰어난 팝 감각을 지녔다는 사실은 인정한다(듣기에 따라 유치할 수도 있지만 분명 탁월한 부분이 있다). 그리고 여타 록 보컬리스트와는 달리 성실하며 안정적인 그의 보이스 칼라도 싫어하지 않는다. 갈수록 연주 실력을 인정받는 리치 샘보라(Richie Sambora)는 역시 그다운 기타 사운드를 들려주고, 클래식 피아노 앨범마저 발매한 적이 있는 데이브 브라이언(Dave Bryan)의 키보드도 음악 전체에서 숨을 죽일 때와 목소리를 낼 때를 정확히 알고 있다. 게다가 드러머 티코 토레스(Tico Torres)는 50대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파워 넘치는 드러밍을 구사한다. 정말 완벽하게 뜰 만한 조건은 전부 갖춘 셈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Bounce]는 밴드 결성 20년이라는(셀프 타이틀 데뷔앨범 [Bon Jovi](1984)의 발매로부터는 18년) 시간의 값어치가 강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부분인 ‘음악’에 있어서 본 조비는 여전히 소극적이고 답보 중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그래서, 예전과는 다르게 조금은 우호적인 미국 매체들의 평가가 별로 설득력 있게 다가오진 않나 보다. 어느덧 에어로스미스(Aerosmith)나 더 심하게는 롤링 스톤즈(The Rolling Stones)의 대를 이을 장수 록그룹의 반열에 올라선 본 조비에게, 그 쪽 매체가 나름의 경의를 표하는 사실은 별로 놀라울 것도, 감동적일 것도 없는 일이다. 물론 상업적인 음악을 하는 것이 조금도 나쁜 일은 아니다. 모든 음악인이 치열한 예술적 탐구 작업만을 대중에게 들이민다면 그것 또한 나름대로 지옥일 것이다. 하지만 본 조비의 상업적인 음악은 이제 재미가 없다. 항상 뻔하게 ‘바른(옳다는 얘기가 아니라) 말’만 하는 존 본 조비의 가사도 더 이상 감동적이지 않고(솔직히 말하자면, 40이 훌쩍 넘은 나이의 싱어가 ‘prayer’니 ‘cowboy’니 하는 단어들을 절규하는 모습은 보기에 조금 민망하다), 첫 소절만 들어도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뻔히 파악되는 음악도 답답할 따름이다. 하지만 결국 [Bounce]가 제시한, 이 숨막힐 정도의 ‘보편성’에 대한 호소는 다시 한 번 대중의 마음속에 파고 든 듯하다. [Bounce]는 이제 다시금 ‘생존’해 나가야 할 본 조비의 앞날에 제시된 또 다른 ‘모범답안’이다(이번엔 약발이 좀 더 강했는지 [Crush]보다 한 단계 높은 2위로 빌보드 앨범 차트에 데뷔했다, 이는 [Keep The Faith](1992) 이후 본 조비와 관련된 모든 앨범 성적 중 가장 높은 순위이다). 그런데 정작 이들의 ‘모범답안’을 들으면서 드는 생각을 도저히 멈출 수가 없다. “음악에 있어서 ‘모범답안’이란 것은 무엇일까? 아니, 음악에 ‘모범답안’이란 것이 존재하기는 하는가?” 흠… 잘 모르겠다. 본 조비는 너무 쉽게 팬들에게 투항해버렸다(아니면 애초에 싸울 의지가 없었거나). 과연 뮤지션과 팬의 관계는 어때야 하는 것인가? 이미 다 아는 장단에 환호하며, 서로 추켜 세워주는 것이 이상적인 것인가, 아니면 새 음반이 발매될 때마다 상호간에 끊임없는 긴장을 형성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 확실히 [Bounce]가 이에 대한 ‘모범답안’은 아니다. 20021019 | 김태서 uralalah@paran.com 4/10 수록곡 1. Undivided 2. Everyday 3. The Distance 4. Joey 5. Misunderstood 6. All About Lovin You 7. Hook Me Up 8. Right Side Of Wrong 9. Love Me Back To Life 10. You Had Me From Hello 11. Bounce 12. Open All Night 관련 사이트 Bon Jovi 공식 홈페이지 http://www.bonjov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