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tic Monkeys | Suck It and See | Domino, 2011

힘들여 힘 빼기

악틱 멍키즈(Arctic Monkeys)는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와는 달리(?) 상당히 성실한 밴드다. 2006년, 말 그대로 혜성처럼 등장했던 이 청년들은 데뷔 앨범 [Whatever People Say I Am, That’s What I’m Not](2006)이 발매된 이후 2011년의 신보까지 포함해 석 장의 정규 앨범을 더 내놓았고, 그 외에 라이브 앨범과 EP도 발매한 바 있다. 그에 더해 밴드의 보컬 알렉스 터너(Alex Turner)는 악틱 멍키즈 활동 외에도 더 라스트 섀도우 퍼펫(The Last Shadow Puppet)이나 영화 [Submarine](2010)―국내에는 개봉되지 않았다―의 사운드트랙 같은 번외 활동에도 열심히 참여했다.

데뷔 앨범의 예기치 못한 성공 이후 그들의 성실한 음악적 행보는 ‘예술적인 어떤 것’을 찾으려고 애쓰는 모습이었다. 두 번째 앨범 [Favourite Worst Nightmare](2007)에서는 밴드의 스케일과 범주를 더 확장하려는 노력을 보였고, 세 번째 앨범 [Humbug](2009)에서는 좀 더 정제되고 내면화된 모습을 보여주며 대중적 밴드의 모습보다 그들이 지향하는 예술적/작가적 이상에 더 다가가려 했다. 여태까지의 이러한 맥락 안에서 악틱 멍키즈의 신보 [Suck It and See](2011)는 전작에서 밴드가 쌓아온 예술적 이미지에 대한 굳히기 전략으로 보인다.

앨범의 분위기는 밴드의 전반기라고 할 수 있는 1, 2집 때의 가볍고 활기찬 느낌보다는, 전작인 3집과 알렉스 터너의 영화 사운드트랙 작업의 스타일과 더욱 맞닿아 있다. 2집 때부터 함께 해온 프로듀서 제임스 포드(James Ford)와 함께한 이번 앨범은 ‘더욱 빈티지한’ 스타일의 프로듀싱을 지향하며 제작되었다. 앨범 발매에 앞서 공개된 “Brick by Brick”은 위에서 설명한 빈티지한 사운드를 잘 보여준다. “Library Pictures”가 활기찬 기운을 약간이나마 보여주지만 예전만은 못하고, 영화 [Submarine]의 사운드트랙으로도 수록되었던 “Piledriver Waltz”는 담백한 록발라드 넘버다. 몇 곡을 제외한 대부분의 수록곡이 이처럼 담담하고 절제된 느낌이고, 보다 성숙해진 보컬로 내뱉는 가사는 재치 있고 감성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담담하고 절제된 분위기의 앨범을 밴드의 ‘내적 성숙’ 혹은 ‘작품성’, ‘예술성’ 등의 증진이라는 결과로 치환하기는 힘들다. 물론 그러한 변화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음악들 자체는 너무 빈티지해서 오히려 촌스럽고, 너무 힘을 뺀 나머지 무기력하다. 이게 위에서 언급했던 굳히기 전략이라면 진지해졌다는 느낌을 줄 수는 있기에 어느 정도 그 의도는 달성했다고 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일반적으로 기대했던 그들의 모습이라고 하기엔 너무 심심하다. 작전상 힘을 뺐더니 정말 무력해져버린 걸까. | 글 이재훈 jaych249@gmail.com

P.S. 여담이지만, 이 앨범의 커버 아트워크는 NME에서 뽑은 ‘The 50 Worst Album Covers Ever’ 중 하나로 꼽혔다. 동의한다.

ratings: 2.5/5

수록곡
1. She’s Thunderstorms
2. Black Treacle
3. Brick by Brick
4. The Hellcat Spangled Shalalala
5. Don’t Sit Down ‘Cause I’ve Moved Your Chair
6. Library Pictures
7. All My Own Stunts
8. Reckless Serenade
9. Piledriver Waltz
10. Love Is a Laserquest
11. Suck It and See
12. That’s Where You’re Wrong

관련 글
악틱 멍키즈(Arctic Monkeys) [Whatever People Say I Am, That’s What I’m Not] 리뷰 – vol.8/no.8 [2006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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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영상
“Brick by Brick”

관련 사이트
악틱 멍키즈(Arctic Monkeys) 홈페이지
http://arcticmonkey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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