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1016040323-0420us_mclyteMC Lyte – Lyte As A Rock – First Priority, 1988

 

 

성 차별주의에 맞서는 기지와 일상의 힘

솔트앤페파(Salt-N-Pepa)가 주류 시장에서 대성공을 거두며 일약 여성 힙합을 대표하는 스타가 되었지만, 정작 뉴욕 힙합 공동체 내에서 보다 많은 관심을 받았던 여성 래퍼는 록산느 샨테(Roxanne Shante)와 그녀의 라이벌로 성장하는 엠씨 라이트(MC Lyte)였다. 퀸즈 출신 록산느 샨테가 성인 남성들을 거칠 것 없이 공격하는 당돌한 소녀 이미지로 두각을 나타냈다면, 브루클린 출신 엠씨 라이트는 흑인 남성들이 지배하는 랩 음악의 성 차별주의적 태도를 유머와 재치로 맞받아 치며 여성 랩의 또 다른 대안을 제시했다.

영리한 라임과 날카로운 유머 감각이 균형을 이루는 그녀의 랩은 특히 남녀 관계를 비롯해 게토 거리에서 흔히 경험하는 일상적 소재들을 여성 입장에서 다루면서 젊은 흑인 여성들의 많은 지지를 받았다. 더욱이 흑인 남성들에 대해 노골적인 공격을 가능한 한 지양하고 우회적으로 맞대응 하는 그녀의 온건한 페미니즘은 때론 남성 힙하퍼들로부터 적잖은 환영을 받기도 했다.

엠씨 라이트의 정규 데뷔 앨범 [Lyte As A Rock]은 올드 스쿨에서 뉴 스쿨로의 전환기에 흔히 들을 수 있는 사운드 프로덕션의 전형을 보여주는 곡들로 가득하다. 프린스 폴(Prince Paul)의 초창기 프로덕션 솜씨를 맛볼 수 있는 “MC Lyte Likes Swingin'” 등을 제외하면 전체 트랙의 절반은 그녀의 직계가족인 엠씨 밀크 디(MC Milk D)와 기즈모(Gizmo)로 구성된 듀오 오디오 투(Audio Two)가 프로듀스를 담당했다. 시종일관하는 드럼머신의 둔탁한 비트, 간헐적인 디제이의 투박한 커트와 스크래치, 멜로디 역할을 하는 소울과 훵크 샘플들, 그리고 직선적인 랩이 다소 단순한 편곡을 통해 일관된 사운드를 완성한다.

오디오 투의 히트곡 “Top Billin'”의 영향이 강하게 느껴지는 엠씨 라이트의 데뷔 곡 “I Cram To Understand U”는 거리를 전전하는 한심한 남자 친구를 가차없이 비난하는 힘있는 래핑과 반복적인 드럼 머신 비트가 적절한 조화를 이루는 곡이다. 제목에서도 짐작하겠지만 “10% Dis”는 말 그대로 다른 엠씨에 대한 살벌하고 맹렬한 ‘디쓰’를 주 내용으로 하는데, 그 상대는 또 다른 여성 엠씨였던 앙트와넷(Antoinette)과 그녀의 노래 “I Got An Attitude”였다.

사운드와 래핑, 가사 모든 측면에서 이 앨범의 베스트 트랙은 단연 “Paper Thin”이다. 엠씨 라이트는 이 곡에서 자신의 옛 남자 친구로 설정된 샘(Sam)이라는 상대방에 대해 유머를 견지한 채 진지한 비판을 시도한다. 여성을 이용하고 학대하는 남성 특유의 부정직하고 진실하지 못한 태도를 공격하면서 결국 샘의 사랑은 단지 “종잇장처럼 얇다”고 한마디로 정리해버린다. 직선적이면서 재치 있는 래핑은 반복적인 드럼 비트, 날카로운 리듬 기타, 남성 코러스가 시종 일관 감싼다. 특히 레이 찰스(Ray Charles)의 R&B 고전 “Hit The Road Jack”과 어쓰, 윈드 앤 파이어(Earth, Wind & Fire) 스타일의 관악 섹션 샘플을 주기적으로 사용해 사운드에 힘을 더 한다. “Paper Thin”은 여성 힙합 뮤지션에 의해 남녀관계의 편견을 교정하려는 노력이 단연 돋보이는 곡이다. 이 통렬한 엠씨 라이트의 트랙은 싱글로 발매되어 별다른 라디오 방송 없이 반년만에 10만장이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단순한 상업적 성공을 넘어, 젊은 흑인 여성들이 남녀관계가 초래하는 감정적인 상처를 벗어나 자신을 위해 나아가기를 강권하는 “Paper Thin”은 그녀의 곡 중 가장 공격적인 트랙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듬해에 발매된 두 번째 정규 앨범 [Eye On This] 이후 엠씨 라이트는 남성들의 그릇된 태도에 대한 직접적인 맞대응은 애써 피하는 듯하다. 특히 1990년대 중반 이후에는 주류 시장의 거물 프로듀서들에 철저히 의존하며 앨범을 제작하고 있는데, 그 때문에 초기의 페미니스트적 면모들은 더욱 보기 힘들어졌다. 게다가 저메인 듀프리(Jermaine Dupri), 알 켈리(R. Kelly), 퍼프 대디(Puff Daddy) 등이 참여한 [Bad As I Wanna B](1996)에 이어 [Badder Than B-Fore and Seven & Seven]까지 상업적으로도 연이은 실패를 거듭하며 엠씨 라이트는 안타깝게도 지금 설자리를 완전히 잃은 것 같다. 당분간 엠씨 라이트의 새 음반 활동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20021001 | 양재영 cocto@hotmail.com

7/10

수록곡
1. Lyte Vs. Vanna Whyte
2. Lyte As A Rock
3. I Am Woman
4. Mc Lyte Likes Swingin’
5. 10% Dis
6. Paper Thin
7. Lyte Thee MC
8. I Cram To Understand U
9. Kickin’ 4 Brooklyn
10. Don’t Cry Big Gir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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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UMA의 MC Lyte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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