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 Yo – Make Way For The Motherlode – East West, 1991 갱스타 비치와 페미니스트 요소의 공존 1990년대 초반은 여성 힙합의 과도기라 할 수 있다. 퀸 라티파(Queen Latifah)와 솔트앤페파(Salt-N-Pepa)는 서서히 전성기를 넘어서고 있었고, 한편으로 이들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여장부는 눈에 띠지 않았다. 1990년대 중반 폭시 브라운(Foxy Brown), 릴 킴(Lil’ Kim)과 같은 소위 ‘갱스타 비치(gangsta bitches)’ 세대가 헤게모니를 쥐기 전까지 일종의 절충적인 태도의 여성 래퍼들이 그나마 여성 힙합의 전면에서 활약을 펼쳤다. 이 시기를 대표하는 여성 래퍼 중 하나였던 요요(Yo Yo)는 바로 페미니스트의 속내와 갱스타 비치의 외양이 모순적으로 충돌, 공존하는 복합적인 흑인 여성상의 전형을 제시했다. 엠씨 라이트(MC Lyte)나 록산느 샨테(Roxanne Shante)의 노래를 들으며 성장한 10대 소녀 욜란다 휘태거(Yolanda Whitaker)가 요요라는 래퍼로 거듭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갱스타 래퍼인 아이스 큐브(Ice Cube) 때문이었다. 데뷔 앨범을 발매하기 전까지 아이스 큐브 밑에서 음악적 수련을 했던 요요는 이미 그 당시에 복합적인 정체성의 전조를 드러냈다. 아이스 큐브의 갱스타 랩 클래식 [Amerikkka’s Most Wanted](1990)에 수록된 “It’s A Man’s World”에서 그녀는 아이스 큐브의 극단적인 여성 혐오증을 오히려 갱스타 스타일의 거친 입담으로 받아치면서 래퍼로서의 빼어난 재능을 과시한 것이다. 정규 데뷔 앨범인 [Make Way For The Motherlode]는 페미니스트와 갱스타 비치가 공존하는 독특한 요요의 페르소나(persona)를 완연히 드러낸다. 물론 불과 1년 사이에 한층 성숙한 그녀의 엠씨잉은 엠씨 라이트의 매서움과 퀸 라티파의 담대함이 공존하는 듯한 묘한 아우라를 제공한다. 프로듀스를 담당한 아이스 큐브와 그의 사촌 델 더 훵키 호모사피엔(Del Tha Funkee Homosapien), 서 징크스(Sir Jinx)는 경쾌하고 가벼운 훵크 비트를 바탕으로 갱스타 랩 특유의 허풍, 게토에 대한 과장, 디쓰가 난무하는 사운드를 들려주는데, 요요의 힘있는 래핑은 이들의 프로덕션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경계의 끈을 놓치지 않는다. “You Can’t Play With My Yo Yo”는 이 앨범의 성격을 단적으로 규정하는 베스트 트랙이다.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으로부터 빌린 훵키한 비트를 배경으로 아이스 큐브는 “you can’t play with my Yo Yo”를 반복적으로 외치며 요요가 자기 소유임을 주장하는데, 요요는 높은 톤의 속사포 같은 랩으로 시종일관 신랄한 반격을 해댄다. 갱스타 남성의 폭력에 대해 여성 스스로 갱스타의 태도로 맞불을 놓으며 투쟁하기를 원하는 것이다. 물론 속내까지 그들과 똑같아선 안 된다고 요요는 주의를 준다. “Girl, Don’t Be No Fool”은 남성들의 성적 학대에 맞서기 위한 그녀의 구체적인 해결책이 제시되는 트랙이다. 이 곡을 비롯한 대부분의 트랙에서 요요는 여성들 스스로 성적으로 절제하고 스스로를 존중함으로써 남성들로부터 존경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한다. 요요의 음악에는 갱스타 래퍼의 호언장담과 자성적인 페미니스트의 면모가 공존한다. 갱스타 성향 흑인 남성들의 폭력에 맞서는 방법으로 강인한 여성의 외양을 요구하지만, 동시에 신체적 절제와 정신적 성숙을 위해 노력하기를 원한다. 온건한 여성주의와 갱스타 비치의 일견 모순적인 결합을 통해, 그녀는 남성 중심의 힙합 공동체에서 여성 힙합 뮤지션들이 생존하기 위한 또 다른 대안을 제시한 셈이다. 하지만 요요는 (갱스타) 남성들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을 교묘히 회피한다는 비판 또한 감내해야 했다. 물론, 아이스 큐브가 직접적인 후견인 역할을 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대안은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데뷔 앨범 이후 요요는 지속적으로 음반을 내놓지만 더 이상 음악적으로나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자신의 정체성에 혼돈을 겪으며 균형감각을 잃은 탓이다. 가령 [Black Pearl](1992)에서는 보다 성숙한 여성 취향의 힙합을, 그리고 [You Better Ask Somebody](1993)에서는 남성적인 갱스타 랩의 과격한 태도를 보여줬지만, 그 어느 것도 [Make Way For The Motherlode]에서 보여준 그녀의 복합적인 페르소나를 재현할 수는 없었다. 안타깝게도, 여성 힙합이 바야흐로 갱스타 비치 래퍼 전성기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결국 요요는 후배들을 위한 길을 터주며 무대 뒤켠으로 물러나고 만다. 20021001 | 양재영 cocto@hotmail.com 8/10 수록곡 1. Stand Up For Your Rights 2. Stompin’ To Tha 90’s 3. You Can’t Play With My Yo Yo (feat. Ice Cube) 4. Cube Gets Played 5. Put A Lid On IT 6. What Can I Do? (feat. Ice Cube) 7. Dedication 8. Sisterland 9. The I.B.W.C. National Anthem (feat. Diamond, Sparkles, Dawn) 10. Make Way For The Motherlode 11. Tonight’s The Night (feat. Dazzie Dee) 12. I Got Played 13. Girl, Don’t Be No Fool 14. Ain’t Nobody Better 15. Outro 16. More Of What Can I Do 관련 글 Ain’t Nuthin’ But A She Thang: 여성 힙합의 제 목소리 찾기 (1) – vol.4/no.20 [20021016] Ain’t Nuthin’ But A She Thang: 여성 힙합의 제 목소리 찾기 (2) – vol.4/no.21 [20021101] Roxanne Shante [Greatest Hits] 리뷰 – vol.4/no.20 [20021016] MC Lyte [Lyte As A Rock] 리뷰 – vol.4/no.20 [20021016] Queen Latifah [All Hail The Queen] 리뷰 – vol.4/no.20 [20021016] Da Brat [Funkdafied] 리뷰 – vol.4/no.20 [20021016] Lil’ Kim [Hard Core] 리뷰 – vol.4/no.21 [20021101] Foxy Brown [Ill Na Na] 리뷰 – vol.4/no.21 [20021101] Eve [Ruff Ryders’ First Lady] 리뷰 – vol.4/no.21 [20021101] Bahamadia [BB Queen] 리뷰 – vol.4/no.21 [20021101] Mystic [Cuts For Luck and Scars For Freedom] 리뷰 – vol.4/no.21 [20021101] Lauryn Hill [The Miseducation Of Lauryn Hill] 리뷰 – vol.3/no.18 [20010916] Missy “Misdemeanour” Elliott [Supa Dupa Fly] 리뷰 – vo.3/no.18 [20010916] Missy “Misdemeanour” Elliott [Miss E… So Addictive] 리뷰 – vo.3/no.13 [20010701] Eve [Scorpion] 리뷰 – vol.3/no.10 [20010516] Hip Hop in New York, New York in Hip Hop – vol.1/no.3 [1999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