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1016035852-0420us_dabratDa Brat – Funkdafied – So So Def, 1994

 

 

갱스타 비치의 전형을 제시한 성공작

시카고 출신 다 브랏(Da Brat)의 정규 데뷔 앨범 [Funkdafied]는 최초로 플래티넘을 획득한 (그룹이 아닌) 여성 힙합 뮤지션의 음반이다. 잔존하던 여성 랩의 전사 이미지를 완전히 제거하고 보다 개인적이고 당돌한 신세대 게토 여성의 모습을 선정적이고 자극적으로 표현한 이 앨범의 성공은 여러 면에서 여성 힙합의 전환기를 상징한다. [Funkdafied]의 가장 큰 의의는 아마 릴 킴(Lil’ Kim)으로 대표되는 하드코어 혹은 갱스타 비치(gangsta bitches) 래퍼들의 원형을 제시하고 동시에 그들의 성공 가능성을 낙관케 했다는 점일 것이다. 한편으로 이 앨범을 통해 다 브랏은 뉴욕이나 LA가 아닌 타 지역 출신 여성 래퍼들도 얼마든지 주류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음을 처음으로 입증해 보였다.

약관 20세의 다 브랏을 발굴해 이 데뷔앨범을 제작한 이는 애틀랜타 출신의 동년배 저메인 듀프리(Germaine Dupri)였다. 당시 그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미 자신의 레이블 소 소 데프(So So Def)를 통해 크리스 크로스(Kris Kross), 엑스케잎(Xscape) 같은 주류시장의 스타들을 배출하며 전도 유망한 프로듀서로 인정받고 있었다. 그가 음악을 만드는 원리는 간단하다. 적절한 샘플들을 골라 강력한 훅으로 이용하되 샘플링의 흔적을 가능한 지우고 라이브 연주와 같은 생동감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놓은 사운드 위에 보컬이나 랩을 적절히 얹어놓으면 빼어난 팝송이 완성된다. 저메인 듀프리가 이후 힙합과 R&B를 넘나드는 주류시장 최고의 프로듀서로 성장하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초기 저메인 듀프리의 프로듀싱 솜씨가 단적으로 드러나는 [Funkdafied]는 제목 그대로 굉장히 ‘훵키’한 앨범이다. 물론 당대를 풍미했던 닥터 드레(Dr. Dre) 스타일의 지 훵크(G-Funk) 냄새가 묻어나지만, 보다 부드러운 신쓰 리프, 훵키한 드럼 비트, 귀에 감기는 코러스 그리고 소울과 록음악에서 빌린 샘플들을 적절히 섞은 신나는 ‘댄스 파티’용 트랙들이 가득 하다. 다 브랏은 스눕 독(Snoop Dogg)을 떠올리게 하는 나긋하고 노곤한 래핑을 줄곧 들려주는데, 그녀의 목소리는 전반적인 사운드 프로덕션에 거슬리지 않고 자연스레 융합된다.

가사 역시 이전 세대 여성 힙합의 진지함과는 자못 다르다. 흑인 여성들의 직접적인 고민이나 사회적 이슈에 대한 문제 제기는 부재한 가운데, 흥을 맞추기 위한 가벼운 라임들이 앨범 전체를 시종일관한다. 하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그녀가 사용하는 단어들은 대부분 갱스타 래퍼들이 주로 쓰는 슬랭(slang)들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특히 아이스 큐브를 연상케 하는 끊어 치는 랩으로 거침없이 욕설을 퍼붓는 “Ain’t No Thang” 같은 곡이 그렇다. 이쯤 되면 갱스타 랩의 고유한 코드들을 상당수 수용하는 듯한데, 이 앨범이 릴 킴이나 폭시 브라운(Foxy Brown)의 전범으로 평가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대부분의 곡들이 귀에 척척 감기는 흥겨운 트랙들이지만, 앨범 제목과 동명의 “Funkdafied”는 특히 즐겁다. 아이즐리 브라더스(Isley Brothers)의 소울 고전 “Between The Sheets”를 샘플링했는데, 다 브랏의 래핑과 어울리며 근사한 그루브를 제공한다. “Come And Get Some”은 또 다른 수작이다. 이번에는 레니 크라비츠(Lenny Kravitz)의 기타 연주 샘플에 크리스 크로스의 랩까지 가세하여, 마치 사이키델릭 소울을 듣는 듯하다. 물론 “Da Shit Ya Can’t Fuc Wit”나 “Fa All Y’all” 같은 전형적인 훵크 냄새가 물씬한 곡들도 나무랄 데 없다.

[Funkdafied]는 힙합 역사상 가장 상업적으로 성공한 여성 래퍼의 앨범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이 앨범의 보다 큰 의의는 아마 1990년대 중후반 신세대 여성 래퍼들을 위한 전형을 제시하고 그들의 주류 시장 진출에 물꼬를 텄다는 점이다. 릴 킴의 [Hard Core](1996)보다 이 앨범이 더 “하드코어 하다”는 비교 평가는 [Funkdafied]에 대한 가장 적절한 표현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정작 다 브랏 자신은 성공에 대한 부담을 짊어진 채 데뷔 앨범 이후 점차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최근작 [Unrestricted](2000)에서는 심지어 팀발랜드(Timbaland)의 힘을 빌리기도 하지만 끝내 데뷔작만큼의 상업적 성공은 거두지 못 했다. 20021001 | 양재영 cocto@hotmail.com

8/10

수록곡
1. Da Shit Ya Can’t Fuc Wit
2. Fa All Y’all
3. Fire It Up
4. Funkdafied
5. May Da Funk Be Wit ‘Cha
6. Ain’t No Thang
7. Come And Get Some
8. Mind Blowin’
9. Give It 2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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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dabra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