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1028113756-0419questions_inagaddadavida신중현과 퀘션스 – 신중현의 In A Kadda Da Vida – 킹/유니버살(KLH 24), 1970

 

 

서울시민회관, 흐느적거리는 ‘삶의 정원’이 되다

1956년 초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승만의 기념관으로 건립된 ‘우남회관’은 4.19 혁명을 거치며, ‘서울시민회관’으로 개명되었고, 1972년 화재로 소실될 때까지 10여 년 동안 주요한 행사와 공연이 치러지던 서울의 대표적인 문화공간이었다. ‘플레이보이컵 전국그룹사운드 경연대회’가 3차례에 걸쳐 매년 치러졌던 공간도 바로 이곳이었다. 1978년 새롭게 건립된 ‘세종문화회관’이라는 이름만을 기억하는 이들에겐 ‘서울시민회관’이 ‘세종문화회관’과 같은 위치에 있던 공간이라는 사실을 상상하기는 힘들겠지만. 퀘션스의 [신중현의 In-A-Kadda-Da-Vida]는 세종문화회관이 건립되기 이전 그 곳에 있던 건물이 서울시민들의 문화공간으로 기능하던 시절에 있던 행사를 기록한 음반이다. 그 행사란 ‘Go Go Gala Party’라는 이름의 공연이었고, 이 음반은 공연 실황을 담은 것이다.

음반 제목은 무언가 이상하다. “인-어-카다-다-비다”라니? “In-A-Kadda-Da-Vida”는 “In-A-Gadda-Da-Vida”의 오기이다. 당시의 음반들에서 이런 오기는 흔한 것이지만 이 음반에서의 오기는 이 음반의 성격을 드러내는 부분이라서 다시 한 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한마디로 이 음반은 ‘불법음반’이다. 그렇다고 정규 음반을 똑같이 복제한 단순한 해적반(pirate copy)은 아니며, 요즘 말로 하면 부틀렉(bootleg) 음반이다. ‘라이브’를 담았다는 것 – 부틀렉이 모두 그렇지는 않지만 비율적으로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 과 원저작자의 허락없이 음반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볼 때 부틀렉 음반으로 분류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더욱 재미난 사실은 ‘라이브’를 녹음하고 부틀렉으로 발매한 주체가 정규음반을 발매하는 음반사와 동일한 곳이라는 점이다.

1969년 말 덩키스를 해체하고 잠깐의 뉴 덩키스 활동이후 신중현은 퀘션스를 결성해서 그룹 활동을 이어갔다. 퀘션스는 김홍탁이 이끌었던 히 화이브와 함께 당대 싸이키델릭의 대표적인 그룹으로 평가되었다. 아이언 버터플라이(Iron Butterfly)의 “In-A-Gadda-Da-Vida”는 당시 한국의 그룹 사운드들이 자신의 싸이키델릭 그룹으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었다. 이 음반의 제목이 [신중현의 In-A-Kadda-Da-Vida]라고 붙은 것도 이 곡에 대한 당시 그룹 사운드의 ‘컬트’와 ‘오마주’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음반은 퀘션스의 객원 보컬이던 송만수의 사회로 진행된다. 첫 무대를 장식할 김추자와 동양방송(TBC)의 드라마 주제곡이었던 “님은 먼 곳에”를 소개하는 목소리에 이어 박수소리가 나오고 그 뒤 김추자가 “님은 먼 곳에”와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를 연이어 부른다. 퀘션스의 연주는 가수의 노래를 위한 반주로는 흠잡을 데 없다. 김추자가 무대를 떠나고, 사회를 보던 송만수가 “떠나야 할 그 사람”을 부른다. 2분 40초를 지나며, 기타 솔로를 시작으로 (사회자가 연주를 시작하기 전 예고했던) 싸이키델릭 즉흥연주가 시작된다. 다른 음반에서는 좀처럼 들을 수 없는 신중현 기타의 새로운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 동안 박인수가 노래하는 “훵키 브로드웨이”(Funky Broadway: 원곡은 윌슨 피켓(Wilson Picket))의 2분 10초를 지나면서 시작되는 신중현의 기타 솔로와 김대환의 드럼, 박인수의 보컬이 어우러지는 사운드는 ‘세종문화회관이 있던 바로 그 자리에서 이런 공연이 있을 수 있었을까’라는 놀라움을 낳는다. 더불어 신중현이 왜 한국 록의 대부로 평가되는가라는 ‘의문’도 사라지게 된다.

뒷면 수록곡은 “In-A-Gadda-Da-Vida” 단 한 곡이다. 사회자의 멘트는 이 음반에 담긴 실황이 ‘Go Go Gala Party’ 전부는 아니었으며, 퀘션스 외에도 다른 그룹 사운드가 함께 했던 공연임을 짐작하게 해 준다. 또한 이 곡이 앞면의 수록곡들보다 시간적으로 앞서 연주되었다는 것을 암시하는 멘트도 들린다. 이는 LP의 주행 시간의 기술적 한계로 인한 것으로 짐작되지만 ‘부틀렉 음반다운’ 면모로 보여서 웃음짓게 되지만 오르간의 전주를 시작으로 문제의 곡이 연주되면 저런 웃음은 사라지고 묘한 정신작용으로 대체된다. ‘소문에 따르면(according to legend)’ “In-A-Gadda-Da-Vida”는 “In the Garden of Eden”을 약에 취한 보컬이 정확히 발음할 수 없어 만들어낸 소리라고 하는데, 그게 무슨 의미인지는 직접 음악을 들어보는 게 가장 좋을 듯하다. 한국 록의 ‘잊혀진 황금기’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소문을 듣는 것보다는 이 트랙을 듣는 게 훨씬 낫다. 헤비한 기타와 베이스의 리프가 이끌면서 기타, 드럼, 오르간의 거장적 솔로가 수놓으면서 록 음악이 보여줄 수 있는 건 모두 보여주는 한 바탕의 소음의 향연이 펼쳐진다. 연주나 노래에 대한 이런저런 평은 ‘그때 장난이 아니었구나’라는 감탄에 압도당할 뿐이다.

1972년 큰 화재로 소실되면서 ‘서울시민회관’에서 있었던 파티는 모두 막을 내린다. 박정희 정권의 말기에 다시 건립된 세종문화회관은 문턱이 더욱 높아졌고, 이제 더 이상 ‘Go Go Gala Party’ 는 없었다. 20021002 | 신효동 terror87@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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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히 화이브의 [Merry Christmas 사이키데릭 사운드](1969)의 뒷면 2번째 수록곡 “징글벨((Jingle Bell)”의 중반부(1분55초-9분 20초)에 등장하는 “In-A-Gadda-Da-Vida”와 비교해 들어보면 더 재미있을 듯 하다. 물론 히 화이브의 레코딩이 시기적으로 조금 앞서 있으며, 보컬이 없는 인스트루멘털(당시 말로 ‘경음악’!)이다. 1970년 2월 5일 <일간스포츠>에 의하면 그 달 3일 코스모스 살롱(오비스 캐빈)에서 히 화이브와 신중현과 퀘션스 두 “엘레키 그룹”이 6시 30분부터 2시간 이상 “환각음악”을 연주하는 “합동 연주회” 가졌다는 기록이 있다. 한편 당시에는 신예 그룹 사운드였던 비스(The Bees)가 비슷한 시점에 발표한 음반(오스카레코드, ORP 1002, 1970년 10월25일)에도 “In-A-Gadda-Da-Vida”의 스튜디오 레코딩이 수록되어 있다(단, 이 음반은 가수 지훈과의 합동 음반으로 비스의 노래와 연주는 네 트랙만 수록되어 있다).

수록곡
Side A
1. 님은 먼 곳에 – 보컬: 김추자
2.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 – 보컬: 김추자
3. 떠나야 할 그 사람 – 보컬: 송만수
4. 훵키 브로드웨이(Funky Broadway) – 보컬: 박인수

Side B
1. 인아가다다비다(In-A-Gadda-Da-Vida) – 보컬: 송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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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코너 뮤직: 한국 록과 포크 음악 사이트
http://www.conermusic.com
한국 록 음반 연구회
http://cafe.daum.net/add4
[주간한국] 최규성 기자의 추억의 LP 여행: 덩키스
http://www.hankooki.com/whan/200111/w2001112819155061510.htm
[주간한국] 최규성 기자의 추억의 LP 여행: 퀘션스
http://www.hankooki.com/whan/200112/w2001120715222061510.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