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 | 케이티 뮤직, 2011

최종병기 그이

MBC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제작진은 시청자의 웃고 즐기는 행위가 티브이에서 멈추기를 원치 않는 것 같다. 그들은 티브이 전파를 타는 방송 영상뿐 아니라, 그 외적으로도 자신들만의 컨텐츠를 구성한다. 그런 행동들 가운데 가장 지속적이고 인기 있는 것이 바로 2007년부터 격년으로 치러지고 있는 ‘가요제 특집’이다. 벌써 3회째를 맞이하는 이 가요제의 2011년 특집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는, 1․2회와 비교해서 그 스케일이나 참여진의 면면이 더욱 화려해졌다. 아마도 단발성 특집이 아닌 지속적인 특집으로 자리매김 하면서 사람들의 기대를 받게 되었고, 그에 대한 부담감이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된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것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산되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이번 특집의 음원을 바탕으로 발매된 [무한도전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2011)의 수록곡들은 다양한 장르와 독특한 특징들을, 진지하지는 않지만(혹은 조금 진지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접하기 쉽게 구성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에 더해, 음악을 창작하고 조율하는 부분을 담당하는 뮤지션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참여하는 연예인들의 ‘조화’에 이전보다 더욱 큰 방점을 둔 음악이라고 할 만하다.

이번 특집의 최대 수혜자라고 할 수 있는 파리돼지앵(정형돈, 정재형)의 “순정마초”는, 탱고라는 장르로 작곡가의 ‘아티스틱’한 면을 놓치지 않았고, 바닷길(길, 바다)은 “나만 부를 수 있는 노래”로 작곡가와 가수의 감성적 추억에 대한 공감을 보여줬다. GG(박명수, 지드래곤)는 세련된 일렉트로-힙합 트랙 “바람났어(Feat. 박봄)”로 멤버 구성의 미스매치를 멋지게 역이용했다. 센치한 하하(하하, 십센치)의 “죽을래 사귈래”는 상대적으로 아쉬운 트랙인데, 뮤지션과 연예인 양쪽 모두 잘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은 듯한 부자연스러움을 발산한다. 풍부한 정준하의 보컬과 스윗 소로우의 코러스가 돋보인 스윗콧소로우(정준하, 스윗소로우)의 “정주나요”와 비지스(Bee Gees)를 연상시키는 디스코 트랙을 ‘날라리 워너비’의 가사와 함께 표현한 처진 달팽이(유재석, 이적)의 “압구정 날라리”, 그리고 떠나간 옛 연인의 모 흙침대 광고 CM송의 환영이 아른거리는 도입부를 둔 광란의 댄스트랙 철싸(노홍철, 싸이)의 “흔들어 주세요” 등은, 모두 뮤지션과 연예인 각각의 분위기를 잘 살리면서도 곡 안에서 두 캐릭터가 썩 잘 융화된 모습이다.

방송이 나간 후 이와 관련된 가장 큰 뉴스거리는 음악성이나 가창력에 대한 부분이 아닌 바로 발표된 곡들의 차트 성적에 관한 것이었다. 방송을 통해 공개된 7개의 음원뿐 아니라 보너스 트랙으로 발매된 “말하는 대로” 같은 곡들까지 모두 음원 차트의 상위권에 오르면서 ‘무한도전 가요제, 음원 차트 올킬’과 같은 제목의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면서 길거리나 카페 같은 곳의 음악들이 무한도전의 음원들로 한순간에 대체되는 신기한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들을 단순히 음악적 시도에서만 보게 된다면 이것은 그냥 한 시즌 유행하는 재밌는 유행가나 진지한 뮤지션들의 여름 맞이 외도 정도로 평가될 수 있겠다.

하지만 이것을 현재의 음악 산업의 관점 안에서 본다면, 꽤 독특한 위치를 갖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아마 이것은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던 음악 산업 형태, 예를 들어 디지털 음원의 생산 및 유통 경로나 현재 대중들이 음악을 접하는 단위가 앨범이 아닌 싱글이라는 점 그리고 매스컴을 이용해 대중에게 홍보하는 방식 등을 살펴볼 때, 이 기획과 음원들은 비슷한 모든 기획들의 ‘최신 버전’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일반적인 음악 제작이나 기획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티브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나왔다는 것은 좀 더 생각해볼 문제다. | 글 이재훈 jaych24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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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록곡
01. 순정마초 (파리돼지앵: 정재형, 정형돈)
02. 나만 부를 수 있는 노래 (바닷길: 길, 바다)
03. 바람났어(Feat. 박봄) (GG: G드래곤, 박명수)
04. 죽을래 사귈래 (센치한 하하: 10cm, 하하)
05. 정주나요 (스윗콧소로우: 스윗소로우, 정준하)
06. 압구정 날라리 (처진 달팽이: 이적, 유재석)
07. 흔들어주세요 (철싸: 싸이, 노홍철)
08. 말하는 대로 (처진 달팽이)
09. 말하는 대로 (Remix Ver) (처진 달팽이)
10. 나만 부를 수 있는 노래 (Dance Ver.) (바닷길)

관련 사이트
MBC 무한도전 홈페이지
http://www.imbc.com/broad/tv/ent/challenge/main.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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