퀘션스 – 여보세요/그대는 바보(신중현 작편곡집) – 유니버살(KLH 15), 1970 신중현의 질문들과 ‘소울 가수들’의 대답들 얼마 전, 지금은 잊혀진 가수 박인수를 위한 공연 ‘리멤버 박인수 사랑의 콘서트(7월 9~10일 오후 7시 30분 KBS 88체육관)’가 열렸다. 이 콘서트 첫 날에 맞춰 방영된 TV 한 다큐멘터리에서도 그의 모습이 조명되었는데, 그는 예전의 명성과는 판이하게 극도로 불우한 말년을 보내고 있었다. 이 다큐멘터리에서 그가 중간중간 흥얼거리던 노래, 박인수를 세간에 널리 알린 노래, 그 노래는 바로 “봄비”다. 덩키스가 해체된 후 신중현은 몇몇 (단기성) 프로젝트들을 이끌었다. 1970년 초 정성조 등과 함께 결성했던 ‘신중현 오케스트라’나, ‘제로 악단’과 ‘퀘션스(Questions: 이 밴드명은 당시 퀘션스와 퀘스쳔스 둘 다 혼용되어 사용되었다)’가 바로 그것이다. 당시 퀘션스(혹은 신중현)의 명성은, 유니버살에서 ‘Go Go Gala Party’ 시민회관 공연을 ‘몰래’ 녹음하여 7월에 발매한 [신중현의 In-A-Kadda-Da-Vida(KLH 24)]의 존재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다. 퀘션스의 첫 음반 [여보세요_그대는 바보]는 1970년 5월에 발매되었다. 당시의 몇몇 기록을 보자. “1970년 1월 3일, ‘사이키 사운드’를 대표하는 두 그룹인 퀘션스와 히 화이브와 함께 명동의 ‘코스모스’ 살롱에서 연주를 했다([일간 스포츠] 1970년 1월 18일)”는 요지의 기록이, “TBC의 최장수 빅 쇼인 TBC ‘쇼쇼쇼’에 송만수가 출연하여 신중현의 퀘스천스와 함께 “킥 아우트 잼”이란 사이키 곡을 연주한다([일간 스포츠] 1970년 2월 7일)”는 기록이 있다. “유네스코 빌딩의 스카이 파크에서 3개월 계약으로 공연 중. … 이들 멤버는 ‘신중현과 그 일행들’에 나온 것과 동일([가요 생활] 1970년 9월호 “연예인 동향 – 보컬그룹”).” 이상의 기록에서도, 1년 정도의 기간 동안 활발한 활동을 펼친 이들의 지명도를 예측할 수 있다. ‘사이키델릭 밴드’라는 음악적 정체도 역시. 음반 커버 사진 설명 커버의 맨 아래 물음표 그림 사진: 앞줄 왼쪽부터 김민랑(organ), 신중현(g), 김대환(d), 뒷줄 왼쪽부터 이태현(b), 박인수, 송만수 커버의 맨 위 사진: 윗쪽에 박인수, 오른쪽에 송만수. 퀘션스는 ‘밴드 반주 + 객원 가수의 노래’라는 포맷을 기본 골격으로 한다. 밴드의 주축은 신중현과 더불어 이태현(베이스), 김민랑(오르간), 김대환(드럼)이다. 이태현과 김민랑은 덩키스 시절부터 함께 해온 멤버들임을 볼 때 퀘션스는 이전의 성과를 계승 발전시킨 형태가 아닐까. 밴드가 빚어낸 사운드에 노래를 입힌 이들은 ‘객원’ 가수들(송만수, 임성훈 등 신인 가수와 더불어 박인수, 임희숙, 김상희, 김추자 등 기존에 함께 작업했던 가수)이다. 바로 이러한 호소력 있는 보컬리스트들이 이 음반의 분위기를 주도한다. 특히 여기서 가장 주목할 만한 가수는 박인수일 것이다. 이 음반을 통해 성공적으로 공식 데뷔한 그는, 진하고 풍부한 성량의 창법으로 정평이 나 있다. 한국에서 ‘소울 가수’라 불리는 한 공식에 가장 잘 부합하는 보컬리스트가 아닐까. 이 음반에서 세 곡 연달아 박인수의 노래가 흐른다. 여가수(임희숙으로 추정)가 화음을 넣어준 흥겨운 업템포의 “여보세요”에서는 시원하게 내뻗는 목소리를, 느린 곡조 속에 기타 간주가 돋보이는 “기다리겠오(그 사람)”에서는 절규하는 듯한 목소리를 보여준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압권은 “봄비”에 있다. 이곡은 덩키스(이정화)가 먼저 취입했던 곡으로, 두 보컬이 공통적으로 전달하는 정서는 공통적으로 애절함이지만, 이를 구현하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박인수의 목소리가 파워 넘치는 거칠고 투박한 질감이라면, 이정화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여린 애상적 질감으로 다가온다. “봄비”하면 박인수의 노래라고 각인된 것도 그와 같은 맛깔스러운 독특한 질감 때문일 것이다. 이 앨범에서 박인수와 쌍벽을 이루는 소울 가수라 할 만한 이는 송만수다. “빗속의 여인”, “그대는 바보”와, 군가 풍의 “베트남에서(녹색 유니폼)”을 불렀다(후자는 물론 호전적인 기상을 높이는 전통적 군가는 아니다. 김추자의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의 ‘성공’에 힘입은 신중현의 후속타가 아닐까). 지금은 사회자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임성훈은 “미치겠구나”, “명동거리”, “떠도는 사나이” 등을 불렀다. 임성훈과 송만수는 박인수보다는 편한 목소리를 들려준다. 물론 이들의 음색이 비슷하게 느껴지는 건 일종의 ‘신중현 사단’의 ‘조련’ 덕분이 아니겠는가. 그뿐이랴. 발라드 가요(?) “내 마음을 모두 주오”나, 역시 단조인 “슬픈 고백”에서 허스키한 목소리의 임희숙 역시 김추자가 연상된다. 전체적으로 퀘션스의 연주는 라이브의 사운드 질감을 연상시키는 ‘생짜’의 느낌이 지배적이다. 특히 보컬들을 받쳐주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데 각 악기가 거의 ‘튀지 않는’ 수준으로 조율되어 있다. 다시 말해 객원 가수가 동반되었을지라도 퀘션스의 전체적인 사운드는 ‘밴드’의 음악인 것이다. 개성 넘치는 각각의 보컬들도 밴드라는 유기체 내에서 조화되도록 편곡되어 있다. 때때로 신중현(의 음악)과 보컬이 전부 행복하게 조화를 이루었던 것은 아니어서 때때로 서로 불협화음을 이루거나 보컬들이 ‘성공하면 떠나버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객원’ 가수를 기용해 밴드를 운용하는 시스템은 바로 이런 상황의 연속 속에서 택한 신중현의 차선이 아닐까 싶다. 앞서 소개한 기사를 보면 퀘션스는 ‘사이키델릭 밴드’였는데 여기서 그런 음색을 가장 잘 발현한 악기는, 때로는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때로는 몽환적이고 기묘한 분위기를 창출하는 오르간이다. 기타의 경우 “기다리겠오(그 사람)”의 솔로 연주처럼 두드러지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기타는 부상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는 반면, 오르간은 배킹과 솔로를 오가며 전체 사운드를 주도하는 인상을 준다. “봄비”를 예로 들면, 보컬의 주요 멜로디를 오르간이 연주하거나 역으로 오르간의 독자 멜로디가 보컬의 주요 멜로디와 함께 융합된다. “그대는 바보”처럼 이색적인 멜로디를 연주하는 것도 역시 오르간이다. 이처럼 이 음반은 퀘션스의 ‘사이키델릭’ 사운드의 반주 하에 가수들의 ‘소울풀한’ 창법이 조우하는 ‘대중적인’ 앨범이라 할 수 있다(덩키스에서 보여준 ‘대곡’은 없다). 다른 곡을 차지하고서라도 당시 ‘소울 가요’가 무엇인가를 알려면 박인수의 “봄비”를 들으면 된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대중적인’ 접근에도 불구하고 이 음반이 왜 ‘대박’나지 않았는지는 다소 ‘의문’스럽지만. 20020921 | 최지선 fust@nownuri.net 0/10 수록곡 Side A 1. 여보세요 – 보컬: 박인수 2. 기다리겠오(그 사람) – 보컬: 박인수 3. 봄비 – 보컬: 박인수 4. 내 마음을 모두 주오 – 보컬: 임희숙 5. 슬픈고백 – 보컬: 임희숙 Side B 1. 미치겠구나 – 보컬: 임성훈 2. 그대는 바보 – 보컬: 송만수 3. 빗속의 여인 – 보컬: 송만수 4. 명동거리 – 보컬: 임성훈 5. 베트남에서 – 보컬: 송만수 6. 떠도는 사나이 – 보컬: 임성훈 관련 글 소울 앤 싸이키 폭발: 한국 그룹사운드의 잊혀진 황금기의 시작 1969-71 (上) – vol.4/no.19 [20021001] 록 기타리스트의 선구자 김홍탁과의 대화 – vol.4/no.18 [20020916] 펄 시스터즈 [펄 시스터 특선집(님아/커피 한잔)] 리뷰 – vol.4/no.18 [20020916] 이정화(덩키스) [싫어/봄비] 리뷰 – vol.4/no.18 [20020916] 김추자 [늦기 전에/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 리뷰 – vol.4/no.18 [20020916] 양미란/히 화이브 [양미란과 히 화이브의 Soul Sound(정민섭 작곡집)] 리뷰 – vol.4/no.18 [20020916] 히 화이브/쥰 시스터즈 [Hey Jude / Come Back(김인배 편곡집)] 리뷰 – vol.4/no.18 [20020916] 히 화이브/이승재 [그 언제일까/눈동자] 리뷰 – vol.4/no.18 [20020916] 키 보이스 [Key Boys’ Soul & Psychedelic Sound] 리뷰 – vol.4/no.16 [20020816] 키 보이스 [보칼 No.1 키 보이스 특선 2집] 리뷰 – vol.4/no.16 [20020816] 관련 사이트 코너 뮤직: 한국 록과 포크 음악 사이트 http://www.conermusic.com 한국 록 음반 연구회 http://cafe.daum.net/add4 [주간한국] 최규성 기자의 퀘션스 바이오그래피 http://www.hankooki.com/whan/200112/w2001120715222061510.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