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atles | Magical Mystery Tour | EMI, 1967 비틀스의 전원교향곡 1967년이라는 해를 비틀스(The Beatles)의 중기로 볼 것이냐 후기로 볼 것이냐 하는 것은 사람에 따라 중요한 문제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중기든 후기든 이 시기의 비틀스 음악이 초창기의 “I Want To Hold Your Hand”나 “She Loves You” 같은 음악에 비해 크게 달라졌다는 점만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음악의 형태나 구성 같은 이론적인 측면까지 거론할 필요도 없이, 즉각적으로 감지되는 사운드와 곡의 느낌만으로도 그들의 초창기 음악과 이 시기의 음악은 쉽게 구별이 가능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차이는 바로 세월의 격차다. 모노로 녹음되었다는 사실을 차치하고라도 초창기 음반들의 성긴 전기기타 사운드와 티없이 맑고 순박한 감성은 얼핏 들어도 옛스러운 향취를 물씬 풍긴다. 반면 스테레오 사운드에 다채로운 악기와 유려한 편곡으로 꾸며진 이 시기의 음악은 오랜 세월의 풍상에도 불구하고 그리 낡은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놀라운 사실은 비틀스의 첫 앨범 [Please Please Me]와 1967년 앨범 [Magical Mystery Tour] 사이의 시간적 격차가 겨우 4년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4년이라는 시간은 트래비스(Travis)가 [Good Feeling], [The Man Who], 그리고 [The Invisible Band]라는 세 장의 앨범을 발표한 기간과 정확히 일치한다. 비틀스는 같은 기간동안 [Please Please Me], [With The Beatles], [Beatles For Sale], [Rubber Soul], [Revolver], [Sgt. Pepper’s Lonely Heart Club Band] 등의 정규앨범을 완성했고 [A Hard Day’s Night], [Help], [Magical Mystery Tour] 같은 사운드트랙 앨범까지 과외로 만들어냈다. 그러나 이러한 양적 비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음반들의 질적인 차이다. 비틀스의 앨범들이 그들의 눈부신 음악적 성장과 변화의 기록들이었던 것에 비해 트래비스의 앨범들은 기본적으로 같은 앨범을 세 번 만든 것에 불과하다. 물론 이러한 비교는 공평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비틀스가 등장한 시기는 로큰롤이 아직 유년기를 채 벗어나지 못했던 시절이다. 로큰롤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했으며 새로운 음악적 아이디어는 도처에 넘쳐 흘렀다. 누구든 앰프의 볼륨을 높이거나 새로운 화성과 리듬을 도입하거나 다른 종류의 음악을 결합하거나 하는 등의 시도를 통해 혁신가가 될 수 있었고 로큰롤은 그 때마다 성장에 성장을 거듭해갔다. 그러나 이제 로큰롤은 어언 50줄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남들이 답사하지 않은 영역은 이제 거의 남아있지 않다. 설령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다 해도 로큰롤은 더 이상 모든 가능성을 받아들이는 개방된 공간이 아니다. 50여년이라는 세월을 경과하면서 그것은 철저히 제도화되고 규범화된 하나의 체계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제아무리 창조적인 아티스트라도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다. 기껏해야 기존의 형식에 몇 개의 아이디어를 덧붙여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고작이다. 물론 현재 활동 중인 대부분의 ‘아티스트들’에게는 이것조차도 언감생심일 뿐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비틀스는 매우 행복한 시대를 타고났다고 할 수밖에 없다. 개인의 음악적 성장이 곧 장르의 음악적 성장과 일치한다는 것은 분명 아무에게나 찾아오는 행운은 아니다. 로큰롤에서 비틀스가 이러한 행운의 수혜자라면 서양고전음악에서의 행운아는 단연 베토벤(L. V. Beethoven)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 사이의 유사성이 단지 이러한 역사적 행운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비틀스의 앨범과 베토벤의 교향곡을 비교해 보면 이들의 음악적 발전 역시 비슷한 궤적을 그리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베토벤의 교향곡 1번과 2번은 기본적으로 하이든(J. Haydn)의 작곡 스타일을 그대로 답습한 작품들이다. 마찬가지로 비틀스의 첫 두 앨범 [Please Please Me]와 [With The Beatles]도 철저히 1950년대 미국 대중음악의 영향권 하에서 만들어진 작품들이다. 그러나 베토벤은 3번 교향곡 [영웅(Eroica)]을 통해 자기만의 세계를 확립하며 시대를 앞서 나가기 시작했고 비틀스도 세번째 앨범 [A Hard Day’s Night]에서부터 동료들과의 격차를 벌이며 독주체제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의 작품들에 대해서는 베토벤의 교향곡 수와 비틀스의 앨범 수가 달라 단순한 일대일 대응을 시키기가 어렵다. 그러나 비틀스와 베토벤이 웅대하고 심오한 불세출의 명곡 “Abbey Road Medley”와 “환희의 송가”를 통해 각자의 위대한 음악여정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사실은 ‘천재끼리는 서로 통한다’는 세간의 속설을 사실로 확인하기에 충분한 대목이다. 베토벤 교향곡과의 유사성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이 글의 논의 대상인 [Magical Mystery Tour]는 베토벤의 6번 교향곡 [전원(Pastorale)]에 가장 잘 대응될 수 있지 않나 생각된다. 이는 이 앨범에 “Fool On The Hill”이나 “Strawberry Fields Forever” 같은 목가적인 분위기의 곡들이 수록되어 있는 탓도 있지만, 이 앨범이 생산된 연대기적 맥락도 그것과 어느 정도 유사하기 때문이다. 베토벤의 [전원]이 5번과 7번이라는 거대하고 혁명적인 교향곡들 사이에 낀 내향적이고 성찰적인 작품인 것처럼 이 앨범 역시 [Sgt. Pepper’s Lonely Heart Club Band]와 [The Beatles(White Album)]라는 두 거봉 사이에 자리잡고 있는 조용하고 우아한 앨범이다. 이 앨범의 흥미로운 점은 이웃한 두 블록버스터 앨범들의 ‘역사를 만든다’는 흥분이 묘하게도 제거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 앨범에서 접할 수 있는 것은 화사하고 소박하고 따뜻한 소품들이다. 여기에는 [Sgt. Pepper’s Lonely Heart Club Band]의 급진성도 없고 [The Beatles(White Album)]의 우울한 정신분열도 없다. 물론 이는 이 앨범이 정규 앨범이 아니라 BBC-TV 크리스마스 특집 프로그램의 사운드트랙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에서 기인하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앨범 수록곡 중 실질적으로 방송을 위해 만든 음악이 단 여섯 곡에 불과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는 절반의 진실이라고 밖에는 말할 수 없다. 국내외의 여러 논평을 보면 단지 편집음반이라는 이 앨범의 외양에만 주목하여 앨범의 음악적 일관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마음을 열고 들어보면 이 앨범의 일관성은 여느 정규 앨범에 못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여기에는 전체의 음악적 흐름에서 크게 이탈하거나 지나치게 튀는 곡도 없고, 이 앨범에 있기보다는 다른 앨범에 있는 것이 더 잘 어울릴 듯한 트랙도 없다. 사실 일관성 하나만으로 따지자면 이 앨범은 [The Beatles(White Album)] 같은 정규 앨범을 훨씬 능가한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물론 방송용으로 만들어진 곡들과 사후에 수록된 싱글들 사이에 미묘한 차이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방송용 음악이 좀더 초현실적이고 동화적이라면 싱글들은 보다 현실적이고 세속적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차이는 이 앨범을 관통하는 목가적 평온과 이상화된 과거로의 회귀라는 이념을 통해 결국에는 하나로 융합되고 만다. 이 앨범의 음악은 복잡하고 떠들썩한 대도시의 음악이 아니다. 그것은 순박하고 단순한 고향의 음악이다. 혁명과 반동의 소용돌이 속에서 전원의 들길을 산책하며 영혼의 안식을 찾았던 베토벤처럼 비틀스 역시 격동의 시대에서 한발짝 물러나 어릴적 뛰놀던 페니레인(Penny Lane)을 거닐며 마음의 평화를 되찾고 있는 것이다. | 이기웅 keewlee@hotmail.com Rating: 10/10 수록곡1. Magical Mystery Tour2. Fool On The Hill3. Flying4. Blue Jay Way5. Your Mother Should Know6. I Am The Walrus7. Hello Goodbye8. Strawberry Fields Forever9. Penny Lane10. Baby You’re A Rich Man11. All You Need Is Love 관련 글Intro: 페퍼 상사의 클럽 앞에서 – vol.4/no.18 [20020916]“내비둬(Let It Be)” – vol.4/no.18 [20020916]비틀스가 있어 행복했던, 행복한, 행복할 인생이여 – vol.4/no.18 [20020916]The Beatles [Please Please Me] 리뷰 – vol.4/no.18 [20020916]The Beatles [With The Beatles] 리뷰 – vol.4/no.18 [20020916]The Beatles [A Hard Day’s Night] 리뷰 – vol.4/no.18 [20020916]The Beatles [Beatles for Sale] 리뷰 – vol.4/no.18 [20020916]The Beatles [Help!] 리뷰 – vol.4/no.18 [20020916]The Beatles [Rubber Soul] 리뷰 – vol.4/no.18 [20020916]The Beatles [Revolver] 리뷰 – vol.4/no.18 [20020916]The Beatles [S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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