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atles | 1 | EMI, 2000 영원히 끊이지 않을 ‘비틀즈 우려먹기’ 인터넷 음반 쇼핑몰의 ‘새로 발매된 음반’ 코너를 클릭하면, 일단 눈에 띄는 것은 거물급들의 새 앨범 커버이다. 그런데 몇 안 되는 작품들을 제쳐두고 자세히 살펴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하나 발견할 수 있다. ‘신보 코너’에 진짜 신보는 몇 되지 않고, 엉뚱하게도 카달로그나 베스트 음반이 대부분의 자리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누군가가 막말로 ‘개나 소나’ 베스트 음반을 낸다고 했는데, 정말 그 말대로다. 음반을 고작 두 장 발매한 제시카 포커의 베스트 음반이 있는가 하면, 히트곡이나 있긴 한지 의심스러운 구피나 홍경민 같은 국내 가수들도 너나없이 베스트 음반을 내놓고 있다. 아마 이런 경우는 신보 내놓아 봤자 재미없을 것 같으니까, 싼값에 우려먹자는 음반사의 장삿속이 크게 작용하는 예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신진급 가수들의 베스트 음반이 해당 가수에 대한 ‘최후의 우려먹기’ 성격을 지닌다면, 오히려 아무리 우려먹어도 새로운 ‘단물’이 배어나오는 아티스트들도 존재한다. 얼마 전 발매된 아바(Abba)나 비지스(Beegees)가 그런 경우일 것이다. 이들은 워낙에 다양한 레퍼토리를 지닌 그룹들이라 2CD에 곡을 가득 담아 새로운 커버로 판매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수익이 보장된다. 그렇다면 비틀스(The Beatles)는? 이들이야말로 끝없이 우려먹을 수 있는, 음반사 입장에서 본다면 마이더스의 손 같은 존재일 것이다. 비틀스 우려먹기는 언제 어느 때 어떤 식으로 하더라도 ‘팔릴 만큼은’ 팔린다. 뿐만 아니라 리메이크를 하건([I Am Sam] O.S.T의 경우), 헌정 형식으로 만들건([RMM Tropical Tribute to the Beatles] 같은 경우), 그것도 아니면 미발표곡이나 부틀렉을 모아 판매하건 간에 하나같이 화제성과 수익성이 보장된다. [1]은 그런 비틀스 우려먹기의 전형적 방식에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아이템을 접목시킨 베스트 음반이다. 이미 ‘Red’와 ‘Blue’로 불리는 베스트 음반 속에 웬만한 대표곡은 다 수록된 마당에 무슨 새로운 것이 있을까? [1]은 우선 CD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했다. 무려 27곡이 CD 한 장에 빼곡히 들어차 있다. CD의 용량 한계선인 78분에 육박하는 러닝타임이지만, 원래 비틀스의 곡 길이가 3분 내외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1]이란 타이틀은 무슨 의미인가? 영국과 미국을 오가며 차트 1위를 차지한 곡들만 모았다는 의미와, 비틀스가 어찌됐건 No.1이란 의미를 동시에 지니는가 보다. 이는 [1]의 장점이자 한계로 작용한다. 상대적으로 날렵한 맛이 있고 저렴한 대신에, 비틀스 음악의 광활한 영역을 전부 수용하기에는 역부족이다. ‘Red’와 ‘Blue’의 경우엔 CD 4장의 넓은 공간을 충분히 활용한 덕분에 “Lucy in the Sky with Diamond”나 “Noweigian Wood” 같은 ‘재야 명곡’들도 빠짐없이 수록했었기 때문에 좋은 비교가 될 듯하다. 무엇보다 [1]의 미덕은 발달한 기술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전곡을 세심하게 매만지는 ‘디지털 리매스터링’한 결과 비틀스 멤버들조차도 깜짝 놀랄 만큼 음이 선명하고 깨끗해졌다. 시대를 초월한 비틀스 음악이지만(이 말은 지금 들어도 촌스럽게 들리지 않는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문명의 이기에 힘입어 더욱 세련을 더한 셈이다. 물론 듣는 이에 따라서는 이런 깨끗한 음질과 개별 음원의 뚜렷한 부각이 비틀스의 맛을 제대로 살리지 않는다고 불평할 수도 있겠다(하긴 그런 소리 할 사람은 비틀스 정규 음반을 대부분 소장한 비트매니아일 테니 [1]과는 별 인연도 없겠지만). 우려먹기라는 비판을 삼간다면, [1]은 나름대로 독창적인 기획 하에 탄생한 평균 이상의 베스트 음반임에는 틀림없다. 비틀스를 잘 모르는 요즘 애들이(과연 그런 애들이 있을까?) ‘입문용’으로 삼을 수도 있고, 별 관심 없던 사람이 들으면서 ‘그 멜로디가 이 곡이었군!’하고 ‘서프라이즈’할 수도 있을 테고, 향수에 젖은 세대가 들으면서 사운드의 퀄리티에 깜짝 놀랄 수도 있을 것이다. 베스트 음반에 필수적인 특성은 고루 다 갖춘 셈이다. 그러고 보면, 비틀스가 정말 특별한 존재인 것만은 틀림없다. 그렇게 우려먹고도 이렇게 또 짜낼 건더기가 남아 있었다니. 그렇기에 단물이 남아 있는 이상, 비틀스 우려먹기는 언제까지나 영원히 계속되리라. 그리고 입으로는 욕하면서도 우리는 그것을 구입할테고. | 배성록 beatlebum@orgio.net Rating: 7/10 수록곡1. Love Me Do2. From Me to You3. She Loves You4. I Want to Hold Your Hand5. Can’t Buy Me Love6. A Hard Day’s Night7. I Feel Fine8. Eight Days a Week9. Ticket to Ride10. Help!11. Yesterday12. Day Tripper13. We Can Work It Out14. Paperback Writer15. Yellow Submarine16. Eleanor Rigby17. Penny Lane18. All You Need Is Love19. Hello, Goodbye20. Lady Madonna21. Hey Jude22. Get Back23. The Ballad of John and Yoko24. Something25. Come Together26. Let It Be27. The Long and Winding Road 관련 글Intro: 페퍼 상사의 클럽 앞에서 – vol.4/no.18 [20020916]“내비둬(Let It Be)” – vol.4/no.18 [20020916]비틀스가 있어 행복했던, 행복한, 행복할 인생이여 – vol.4/no.18 [20020916]The Beatles [Please Please Me] 리뷰 – vol.4/no.18 [20020916]The Beatles [With The Beatles] 리뷰 – vol.4/no.18 [20020916]The Beatles [A Hard Day’s Night] 리뷰 – vol.4/no.18 [20020916]The Beatles [Beatles for Sale] 리뷰 – vol.4/no.18 [20020916]The Beatles [Help!] 리뷰 – vol.4/no.18 [20020916]The Beatles [Rubber Soul] 리뷰 – vol.4/no.18 [20020916]The Beatles [Revolver] 리뷰 – vol.4/no.18 [20020916]The Beatles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리뷰 – vol.4/no.18 [20020916]The Beatles [Magical Mystery Tour] 리뷰 – vol.4/no.18 [20020916]The Beatles [The Beatles (White Album)] 리뷰 – vol.4/no.18 [20020916]The Beatles [Abbey Road] 리뷰 – vol.4/no.18 [20020916]The Beatles [Let It Be] 리뷰 – vol.4/no.18 [20020916]The Beatles [1] 리뷰 – vol.4/no.18 [20020916]John Lennon [John Lennon/Plastic Ono Band] 리뷰 – vol.4/no.18 [20020916]Paul McCartney [McCartney] 리뷰 – vol.4/no.18 [20020916]George Harrison [All Things Must Pass] 리뷰 – vol.4/no.18 [20020916]Ringo Starr [Ringo] 리뷰 – vol.4/no.18 [20020916] 관련 사이트비틀스 공식 사이트 http://www.beatl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