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reno Veloso – Music Typewriter – Hannibal, 2001 전통과 현대의 만남을 주선하는 ‘음악 타자기’ 2세들에게 흔히 붙는 수식어구. 잘해 봐야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란 소리를 듣고 아무리 뛰어나도 아버지의 업적 수준에 못 미치면 “아버지만한 아들 없다”란 말을 듣게 된다. 아버지의 후광이란 부담스럽기 쉽고, 그래서 많은 2세들은 후자에 속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여기, 또 한 사람의 2세가 있다. 까에따누 벨로주의 아들이라는 경의로운 가계를 자랑하는 모레누 벨로주. 아버지에 의해 싫든 좋든 음악을 접하게 되었고 아버지에게 음악에 대한 모든 것을 사사받았다고 고백한다. 이 앨범에 수록된, 1942년 히트곡이라는 “So Vendo Que Beleza(You’ve Got to See How Pretty It Is)”도 그가 서너살 경(!) 부른 (그가 기억하는) 최초의 노래다. 다양한 악기들(기타는 물론이고 첼로, 트럼펫, 피아노, 콩가 같은 타악기 등)에도 능통하다. 이미 십대(!!)에 아버지 까에따누, 질베르또 질 등과 함께 투어에 참가했다. 이 음반은 데뷔 앨범이지만 이미 그는 ‘거장들의 어깨 위에 서 있던’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역시 ‘피는 못 속인다.’ 이 앨범의 아티스트명을 자세히 보면 ‘+2’ 라고 붙은 수식어가 발견된다. 그와 마찬가지로 다재다능한 친우들인 알렉산드레 카신(Alexandre Kassin: 드럼)과 도메니꼬 란첼로띠(Domenico Lancelloti: 베이스))가 그 조력자며 몇몇 게스트들이 원조자가 되고 있다. 첫 곡 “Sertao(Outback)”부터 매혹적이다. 그 감미로우면서도 지적인 목소리라니. 까에따누 벨로주의 기타와 협연하는 첼로와 피아노는 우아하면서도 세련되며, 풍부한 감성의 목소리는 분명 그의 비범함을 숨길 수 없게 만든다. 마지막 곡 “I’m Wishing”은 뜻하지 않게도 디즈니 애니메이션 [백설공주]의 노래다. 톰 조빔의 손자 다니엘 조빔(Daniel Jobim)의 피아노에 맞춘 ‘발라드’로(또다른 브라질 음악 후손과의 조우다), 아르뚜 린제이(Arto Lindsay)에 의해 번역된 영어와 포르투갈어를 함께 불렀다. 그런데 이런 수미(首尾)만을 듣고 ‘그렇고 그런’ 발라드 취향이겠거니 단정한다면? 하지만 일렉트로닉한 음향과 실험적 사운드가 곧 출연한다. 프로그램된 드러밍이 역동하는 “Enquanto Isso(Meanwhile)”와, 브라질 고전을 커버한 “Das Partes(Of Parts)”에서, 아방가르드한 노이즈와 피드백은 기묘한 분위기를 창출시킨다. “Arrivederci”에서는 리듬감 있는 기타가 주도하는 가운데 시원하게 쭉 뻗는 관악기가 꾸며주는 흥겨운 훵크 스타일과 접속한다. 반면 브라질표 고전에 대한 오마주라도 되듯 삼바/보싸 노바를 아름답게 녹여내는데, 트럼펫(모레누 벨로주 연주)과 장난감 피아노(도메니꼬 연주)가 사운드를 풍성하게 하는 “Deusa Do Amor(Goddess of Love)”, 주앙 도나또(Joao Donato)의 로즈 연주가 돋보이는 라운지 볼레로 “Para Xo(For Xo)”, 그리고 “So Vendo Que Beleza(You’ve Got to See How Pretty It Is)” 등은 그의 뿌리를 짐작케 해준다. 그들은 그렇게 자신(들)의 방식으로 과거의 히트곡들을 호명한다. 과거를 존중하면서 현존하는 자신들의 존재를 입력하며 시간을 뛰어넘는 것이다. 공간 역시 일국(一國)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것도 그의 음악 세계에서는 배제될 것 같은 ‘디즈니 월드’에도 촉수를 뻗친다. 거장들의 다른 후예와도 연대하면서. 이렇듯 모레누 벨로주는 과거와 현재, 외국과 자국 전통의 시공을 가로지르며 브라질 음악의 미래를 알린다. 물론 그는 아버지 세대와는 다른 새로운 세대다. 그의 아버지(세대)가 뜨로삐까이야 운동의 기수였다면, 다음 세대인 그는 자평했듯 “삼바와 브라질 전통 음악을 자신들의 실험적 음악에 혼합한다.” 그가 ‘일렉트로닉+팝’ 뮤지션으로 브욕을 꼽았다는 것은 시사적이다. 그들의 ‘음악(을 만들기 위한) 타자기’는 바로 ‘트로피컬 포크(전통 음악)’와 21세기 테크놀러지(컴퓨터를 위시해서) 둘 모두로부터 온다. 전통 음악과 정치적 영역에 예민한 촉각을 가졌던 아버지와는 다르게 보다 사적 감정에 충실한 편이라는 점도 차이라면 차이일 것이다. 실험실(놀랍게도 그는 물리학 박사다)과 녹음실 및 공연장이 병행하는 것 역시. 그의 아버지만한 위업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지만 아직 그는 스물 여덟 살일 뿐이다. 20020829 | 최지선 fust@nownuri.net 10/10 * 이 앨범은 원래 1999년작이며 2001년 재발매되어 국제적으로 배급되었다 [Music Typewriter](Palm. Hannibal, 1999/2001). 아마존에서 선정한 2001년 베스트 앨범이기도 하다. 수록곡 1. Sertao (Outback) 2. Deusa Do Amor (Goddess of Love) 3. Enquanto Isso (Meanwhile) 4. Eu Sou Melhor Que Voce (I’m Better Than You) 5. Das Partes (Of Parts) 6. Arrivederci 7. Assim (Para Dyonne Boy) 8. Para Xo (For Xo) . 9. Esfinge (Sphinx) 10. Rio Longe (Far off Rio) 11. O Livro and O Beijo (The Book and the Kiss) 12. Nenhuma (None) 13. So Vendo Que Beleza (You’ve Got to See How Pretty It Is) 14. I’m Wishing 관련 글 브라질 월드컵 우승을 빙자한 브라질 음악 스페셜(3): 보싸 노바와 MPB의 후예들 그러나 1세들과는 다르게 – vol.4/no.18 [20020916] 브라질 월드컵 우승을 빙자한 브라질 음악 스페셜(2): 삼바, 보싸 노바, MPB의 명인들 – vol.4/no.17 [20020901] 브라질 월드컵 우승을 빙자한 브라질 음악 스페셜(1): 까에따누 벨로주와 뜨로삐까이아 – vol.4/no.15 [20020801] Suba [Sao Paulo Confession] 리뷰 – vol.4/no.18 [20020916] Bossacaucanova & Roberto Menescal [Brazilidade] 리뷰 – vol.4/no.18 [20020916] Pato Fu [Televisao de Cachorro] 리뷰 – vol.4/no.18 [20020916] Bebel Gilberto [Tanto Tempo] 리뷰 – vol.3/no.2 [20010116] Marisa Monte [Memories, Chronicles and Declarations of Love] 리뷰 – vol.3/no.2 [20010116] Marisa Monte [Mais] 리뷰 – vol.3/no.3 [20010201] Virginia Rodrigues [Nos] 리뷰 – vol.3/no.2 [20010116] 관련 사이트 Moreno Veloso [Music Typewriter] 음반 리뷰들(영어) http://www.globalvillageidiot.net/mveloso.htm http://www.mybestlife.com/ita_anima/Moreno_Veloso_+_2.htm http://www.pitchforkmedia.com/record-reviews/v/veloso_moreno/music-typewriter.s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