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Church – The Drama Of Alienation – Honest Don’s Hardly, 1996 중국계 이주민의 구체적 사운드, 구체적 메시지 당신이 샌프란시스코에 가게 되면? 이제 꽃을 머리에 꽂은 아리따운 젊은 백인 여자는 볼 수 없다. 30년 전도 더 지난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이 얼빠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역동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음악적 무브먼트’가 모조리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 중 하나가 아시안 아메리칸 인디 록’이라는 주장은 국외자로서 쉽게 할 수 있는 말은 아니지만 이곳이 아시아계 음악인들의 활동이 가장 활발한 곳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캘리포니아가 ‘이제는 아시안을 신기한 동물처럼 보지 않는 지역’이라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박수영이 시카고를 떠나 이곳으로 이주한 이유도 이런 것일지도 모른다는 추측도 든다. 각설하고 제이 처치(J-Church)는 랜스 한(Lance Hahn)이 이끄는 펑크 팝 트리오다. 펑크 ‘록’이 아니라 굳이 펑크 ‘팝’이라고 한 이유는 이들의 음악에 ‘멜로딕’함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리 새롭다거나 혁신적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을 것이다. 1990년대의 흔한 이른바 ‘캘리포니아 펑크’에 속할 것이고, 따라서 사운드는 예상할 만한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fast and loud’이고, 조금 부연하면 숨 돌릴 틈 없이 빠르고, 귀청을 때릴 정도로 시끄러운 사운드다. 그러면서도 ‘버스와 코러스가 반복되는 단순한 악곡 형식을 가지고 있어서 멜로디가 귀에 들어온다’는 이야기는 사족일 것이다. 이런 음악이 ‘로컬 사운드’라기보다는 ‘국제적 사운드’로 들리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요즘은 그린 데이(Green Day)나 오프스프링(The Offspring)이라는 이름이 마치 섹스 피스톨스(The Sex Pistols)나 클래쉬(The Clash)의 이름처럼 아련하게 들려오니 말이다. 밴드의 이름이 샌프란시스코의 버스 노선이라는 정보도 그저 그러려니라는 생각만 들 뿐이다. 그래도 훅을 매끈하게 가다듬은 기업형 펑크(corporate punk)와는 다르다는 말을 해보려고 하지만 그것도 이 시점에서 말하려니 재방송을 하는 기분이다. ‘소외의 드라마들’이라는 앨범 타이틀도 그 시절 그 정서 이상으로는 다가오지 않는다. 미안하게도. 그러다가 무심코 뒤져본 가사를 보고는 생각이 바뀌게 된다. “Alone She Dies”라는 곡인데 뜻밖에도 ‘she’는 그의 할머니였다. “할머니가 죽을 때는 혼자였지 / 할머니 가족은 멀리 이사가 버리고 / 엄마도 똑같지 않으리라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 미국 땅을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면서 살면서 / 나이 들고 머리는 희끗해지고”. 이걸 듣고 나니 ‘양놈’ 같기만 했던 랜스 한이 집에 돌아가서 영어가 서툰 부모와 함께 볶음밥과 탕수육과 짜장면(이건 아닌가?)을 먹는 장면이 상상된다. 물론 나의 착각이겠지만, 그의 가사가 매우 ‘구체적’이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고, 프로듀싱을 많이 거치지 않은 사운드도 이런 구체적 가사를 위한 적절한 형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가 펑크 로커의 길로 접어든 것이 ‘그저 음악이 좋아서’가 아니라 자기표현의 수단을 찾기 위해서라는 생각 말이다. 평균적인 펑크 록/펑크 팝에 비해 무척 긴 가사가 하나의 증거일 것이다. 가사 이야기가 나온 김에 위 곡의 가사를 계속 인용하면 “슬프지만 더 이상의 감정은 없어 / 이전보다 기분이 좋지는 않아 / 그리고 내 머리 속에는 이런 감정이 몰려오네 / 가까이 와 / 항상 조금 더 가까이 / 숭고하지만 더욱 강하게”. 숭고하지만 강하게(stronger through sublime). 어떤 ‘필’이 몰려오는 표현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펑크는 이렇게 ‘인디 가요’가 되어 가고 있다. 좋은 의미에서. 20020905 | 신현준 homey@orgio.net 8/10 P.S. 1. 뒤에 접한 정보지만 랜스 한의 선조는 하와이에 노예처럼 반(半)강제로 끌려왔다고 한다. 또한 제이 처치는 최근 텍사스주 오스틴으로 활동 무대를 옮겼다고 한다. 2. 이 앨범에는 수록되지 않았지만 “(I Want To See) Faye Wong”이라는 곡이 있다. 이 글의 주제와 관련된 것이므로 가사를 부분 인용한다. “I don’t know any titles of any of her songs / I thought I wouldn’t like it but I found out I was wrong / Hands on eyes and ears and mouth, don’t make any sense / I would be her Tony Leung if given half the chance / I want to see Faye Wong / I want to see Faye Wong / I want to see Faye Wong / So I can try to sing along….” 해석은 각자에게 맡기고 ‘Faye Wong’은 ‘왕비(王菲)’, ‘Tony Leung’이란 ‘양조위(梁朝僞)’를 말한다. 수록곡 1. A Simple Gesture 2. Alone When She Dies 3. Colors Lie 4. Crop Circles 5. Dramatic History Of A Boring Town 6. Parts Unknown 4. Undisputed King Of Nothing 7. Santa Cruz 8. Secrets 9. Smell It Rot 10. Static 11. Undisputed King of Nothing 12. You’re On Your Own 관련 사이트 J-Church 공식 사이트 http://www.j-churc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