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913035716-0418bossacucanovaBossacaucanova & Roberto Menescal – Brazilidade – Zirguiboom/Crammed Discs, 2001

 

 

보싸 노바 색다른 주장을 하다.

현 브라질에는 대를 이어 음악에 몸담고 있는 2세 뮤지션이 여럿 있다. 끌라우지우 린스(Claudio Lins), 베벨 질베르뚜(Bebel Gilberto), 모레누 벨로주(Moreno Veloso), 에지 모따(Ed Motta), 그리고 이 보싸큐카노바의 두뇌인 마르씨우 메네스깔(Marcio Menescal) 역시 이런 2세 뮤지션에 속해있다. 음악의 창조에 있어서 ‘변신’이란 반드시 미덕이 아니지만 ‘변화’는 늘 가슴에 품고 있어야 할 미덕이다. 브라질 인디 씬의 최근 경향을 보면 일렉트로니카의 정교한 비트를 그들의 선배들로부터 내려온 음악 안에 이식시키는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런 일련의 작업들의 예는 베벨 질베르뚜, 수바, 그리고 지금 이야기하려는 보싸꾸까노바의 경우다. 근래 일렉트로니카의 분파 가운데 가장 큰 주목을 얻고 있는 것이 라운지의 형식을 차용한 유형이고, 따라서 브라질 음악인의 중요한 뿌리들 가운데 하나인 보싸 노바와 삼바의 ‘이국적’ 비트에 첨단의 경향인 일렉트로니카가 접목되는 것도 어느 정도는 예견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이들은 1999년 보싸 노바의 고전들을 나름의 방식으로 해석한 음반으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고, 2년이 지난 뒤 이 음반을 들고 나타났다. 먼저 주목해야 할 점 하나는 이 음반이 그들 자신만의 작업이 아니라 호베르뚜 메네스깔(Roberto Menescal)이 참여한 공작이라는 것이다. 호베르뚜 메네스깔은 MPB 씬에서 이들과는 ‘급’이 다른 세션 기타리스트이자 그 스스로도 충분히 훌륭한 자의식을 가지고 있는 노장 아티스트인데, 그가 단지 서포터가 아닌 동등한 비중으로 이 음반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Nana”에서는 전통적인 보싸 노바/MPB의 영향이 남아있는 최근의 경향을 만나볼 수 있다. 훌륭한 색채미를 가진 이국적인 비트와 호베르뚜 메네스깔 특유의 여유로운 재즈 기타와 안락한 보컬. 이 모든 음상이 그려내는 것은 노스탤지어의 향수이지만 그 형식에서 최첨단의 색채가 보여진다는 점이 놀라울 따름이다. 그러나 이들의 음악은 브라질의 ‘루츠’ 뮤직뿐만 아니라 소울의 색채가 강하게 가미되어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Rio”에서는 소울풀한 그로울링(growling)의 보컬이, 안또니우 까를루스 조빔(Antonio Carlos Jobim)의 고전들의 재해석인 “Agua de Beber”, “Superboard”에서는 둔중한 워킹 베이스가 흥미롭고, “Garota de Ipanema”에서는 브라질 최고의 훵크/R&B 싱어인 에지 모따가 그 특유의 목소리로 전혀 새로운 해석을 보여 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호베르뚜 메네스깔과 시꾸 부아르끼(Chico Buarque)가 만든 왕년의 히트곡 “Bye Bye Brasil”에서는 두터운 베이스와 기타의 상호연주(interplay)가 지미 스미쓰(Jimmy Smith) 풍의 소울 재즈의 형식을 따르고 있다.

이 앨범에는 일렉트로니카의 정교한 비트, 소울과 재즈의 그루브, 그리고 무엇보다도 삼바가 지닌 특유의 낙천적이며 열정적인 천연의 정서가 담겨 있다. 두텁게 흐르는 베이스, 다양하게 선보이는 프로그래밍, 앨범 전반에 흐르는 소울풀한 기타, 이 모든 것이 어디 하나 부딪히는 곳 없이 원만하게 뒤섞여 있는 모습이 보기 좋다. 너무 다양한 시도를 보여 주려고 하다 보니 앨범의 일관된 주장이 무엇인지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 흠이라면 흠일 것 같다. 그러나 이들이 지금보다는 앞으로가 기대되는 밴드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20020820 | 박주혁 villastrangiato@hanmail.net

8/10

수록곡
1. Telefone
2. Nana
3. Rio
4. Guanabara
5. Agua de Beber
6. Garota de Ipanema
7. A Morte de Um Deus de Sal
8. Brasilidade
9. Surfboard
10. Nos E O Mar
11. Mais Perto Do Mar
12. Bye Bye, Brasil

관련 글
브라질 월드컵 우승을 빙자한 브라질 음악 스페셜(3): 보싸 노바와 MPB의 후예들 그러나 1세들과는 다르게 – vol.4/no.18 [20020916]
브라질 월드컵 우승을 빙자한 브라질 음악 스페셜(2): 삼바, 보싸 노바, MPB의 명인들 – vol.4/no.17 [20020901]
브라질 월드컵 우승을 빙자한 브라질 음악 스페셜(1): 까에따누 벨로주와 뜨로삐까이아 – vol.4/no.15 [20020801]
Moreno Veloso [Music Typewriter] 리뷰 – vol.4/no.18 [20020916]
Suba [Sao Paulo Confession] 리뷰 – vol.4/no.18 [20020916]
Pato Fu [Televisao de Cachorro] 리뷰 – vol.4/no.18 [20020916]
Bebel Gilberto [Tanto Tempo] 리뷰 – vol.3/no.2 [20010116]
Marisa Monte [Memories, Chronicles and Declarations of Love] 리뷰 – vol.3/no.2 [20010116]
Marisa Monte [Mais] 리뷰 – vol.3/no.3 [20010201]
Virginia Rodrigues [Nos] 리뷰 – vol.3/no.2 [20010116]

관련 사이트
Zirguiboom 레이블의 보싸꾸까노바 음반에 관한 정보
http://www.crammed.be/zir/01/zir01.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