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913035440-0418patofuPato Fu – Televisao de Cachorro – BMG, 1997

 

 

모던 사운드 오브 ‘저패노 브라질리언’ 뮤직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나라가 미국 다음 브라질이고, 그래서 브라질로 이민을 떠난 일본계가 많다거나, 일본인이 브라질 음악이라면 환장한다는 사실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알 것이다. 왜 갑자기 일본 이야기냐고 묻는다면 빠또 푸의 프론트우먼 페르난다 타카이(Fernanda Takai)가 일본계이기 때문이다. 이는 그녀의 가계의 내력에 대해 언급하지 않더라도 그녀 특유의 창법을 들으면 금방 느껴지는 사실이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덧붙이자면 엔카(演歌)의 꼬고 비트는 창법이 아니라, 가늘고 가볍고 귀여운 ‘현대’ 일본 여자의 자연스러운 창법이다. 음악 역시 ‘브라질 음악 = 남미의 열정 혹은 우아’라는 선입견을 불식시키는 ‘모던’하고 ‘팝’적인 사운드다.

그래서 1995년에 정식으로 데뷔한 밴드의 네 번째 정규 앨범인 이 음반은 밴드로서는 정식 드러머를 영입한 뒤의 첫 작품이다. 아울러 두두 마로떼(Dudu Marote)를 프로듀서로 맞이한 첫 음반이자 브라질 음악의 또 하나의 돌연변이 까르낙(Karnak)의 안드레 아부잠라(Andre Abujamra)가 참여한 음반이기도 하다. 이런 이야기야 밴드의 역사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은 무심할 이야기이므로 음악이나 들어보자.

“Antes Que Seja Tarde”은 시작은 트립합 같더니 조금만 지나서는 ‘국제적 모던 록’의 어법에 충실한 상큼쌉싸름한 곡이다. 1번, 2번, 6번 줄은 개방시킨 채 3, 4, 5번 줄만 E – F#m – G#m- F#m로 진행하는 기타 코드의 진행은 ‘모던 록 스타일’로 기타를 연주해 본(혹은 배워 본) 사람이면 한두 번쯤은 해보았을 진행이다. 이런 스타일의 곡이 이들의 ‘전형’으로 보인다. 앨범 타이틀곡인 “Televisao de Cachorro”도 느낌이 비슷하거니와 이 곡들보다도 소프트하고 발라드에 가까운 “Cancao Pra Voce Viver Mai”와 “Spaceballs The Ballad”(이건 영어 가사로 부른다) 등이 마냥 사랑스러운 이들의 대표곡들일 것이다. 물론 이들 곡에도 필인(fill-in) 부분에 치컥치컥거리는 기타 노이즈를 삽입한다든가 드문드문 일렉트로니카 음향을 실험하는 성의를 보인다. 그게 정성스러운 것인지 남들 다 하니까 한번 해보는 것인지는 이 무렵 브라질(쌍 빠울루) 음악 씬의 동향에 무지한 사람으로서는 명확히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다.

한편 브라질의 음악적 전통에 대한 존경의 염을 발견할 수도 있다. 첫 트랙 “Necrofilia da Arte”는 훵키한 리듬과 퍼즈 톤의 기타가 이끄는 헤비한 록 사운드다. 이걸 듣고 ‘뜨로삐까이아의 영향’을 느끼는가, 혹은 페르난다 타카이의 보컬에서 리타 리(Rita Lee)를 연상하는가는 각자의 내공과 감각에 의존하는 문제이니만큼 운만 띄우고 말겠다. 물론 질베르뚜 질의 “Alfomega”의 멜로디를 슬쩍 빌려 왔다는 사실까지 안다면 브라질 음악 퀴즈대회에 출전해도 될 자격이 있다. 한편 1980년대의 펑크-얼터너티브 밴드 레지아웅 우르바나(Legiao Urbana)의 곡을 리메이크한 “Eu Sei”는 앞서 언급한 이들의 자작곡들만큼이나 좋다. 이 곡의 작곡자 레나뚜 루쑤(Renato Russo)는 AIDS로 사망했는데(브라질의 커트 코베인?) 이들이 취사선택하는 브라질 음악의 전통이 어떤 계열인지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른 트랙들도 나쁘지 않다. 색서폰과 기타가 서로 지지 않으려고 경쟁하면서 프리 재즈의 광기와 하드 록의 파워가 어우러지는 “Vivo Num Morro”는 그저 이채로울 뿐 어설프게 들릴 사람도 있겠지만, 기타 연주자이자 페르난다의 남편인 존 타카이(John Takai)가 보컬까지 맡은 “Licitao”, “Boa Noite”, “O Mundo Nao Mudou”는 밴드의 다른 면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첫 번째 곡은 ‘하드코어’하고, 두 번째 곡은 일렉트로닉하고 ‘댄서블’하고, 세 번째 곡은 ‘내향적(introspective)’하다. 탈수기로 꽉 짜낸 것 같은 밴드의 평소의 이미지와 뭔가 다르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은 ‘”Licitacao”와 “O Mundo nao Mudou”는 정치적 가사를 담고 있다’는 평을 어디선가 발견할 확률이 높다.

한마디로 브라질 음악 문화의 ‘혼종을 통한 돌연변이’가 어디까지 와 있는가를 알 수 있는 음반이다. 그러니 일본인이 브라질에 이주하여 만든 음악이라기보다는 일본계와 포르투갈계가 아메리카 대륙에서 만나서 비벼대고 뒤섞어서 만든 음악이라는 게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20020905 | 신현준 homey@orgio.net

9/10

P.S.
이들의 다음 앨범 [Isopor]의 “Made In Japan”(!)이라는 곡은 피치카토 파이브(Pizzicato Five)의 국화빵이자 부분적으로는 일본어로 노래부른다. 한편 이들의 최근작으로는 [Ruide Rosa](2002)가 있다.

수록곡
1. Necrofilia Da Arte
2. Antes Que Seja Tarde
3. Nunca Diga
4. Eu Sei
5. Licitacao
6. Vivo Num Morro
7. Um Dia Um Ladrao
8. Cancao Pra Voce Viver Mai
9. Tempestade
10. O Mundo Nao Mudou
11. Televisao De Cachorro
12. Spaceballs The Ballad
13. Boa No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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