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lle & Sebastian – Storytelling – Jeepster/Ales, 2002 벨, 약발이 다해가네 미국의 영화 감독 토드 솔론즈(Todd Solondz)가 [인형의 집으로 오세요(Welcome To The Dollhouse)] (1995)로 인디 영화의 대중적 가능성을 널리 알린 후, 그의 행보에 대해 ‘말 없는’ 신뢰를 보내던 이들 중에는 벨 앤 세바스찬 (Belle & Sebastian, 이하 BS로 표기)의 멤버들도 있었다. 그 때문 만은 아니겠지만, 솔론즈는 2002년 신작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의 배경 음악을 위해 BS를 불러들인다. 청승을 허용하지 않는 코미디 형식 안에서 낙오자의, 뭘 해도 그림이 되지 않는 일상을 잔인하리만치 아기자기하게 보여주었던 솔론즈의 비관주의가, 삶에 출구란 없다는 인식을 사춘기보다 더 먼저 맞은 듯한 애늙은이 일당의 달콤쌉싸름한 음악적 서정과 합일했다는 뒷담은 아주 그럴듯하다. 풍문(?)에 의하면 [스토리텔링]은 2 부작(Fiction/Non-Fiction) 옴니버스 영화로 나름대로 험난하게 산다고 믿는(?) 고등학생 주인공의 ‘아픈 만큼 성숙해지는’ 성장담과 무명 영화 감독의 아이러니한 출세담을 담고 있으며, 영화 내의 문제적(?) 장면들에 대해 솔론즈가 앞장 서 자기 검열을 가하는 소심함 때문에 일대 논란이 되었다. 그리고, 누구 말로는 ‘배경으로 쓰기엔 너무 걸출한’ BS와 솔론즈의 미묘한 불화도 소소한 이슈가 되었다. 역시 풍문에 의하니 BS가 솔론즈가 시킨대로 두 옴니버스 모두를 위해 온전히 만들어준 배경 음악이건만, 정작 솔론즈는 엔딩 크래딧에서 조차 제대로 깔아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곡절 때문에, 몇몇은 [Storytelling]을 BS의 2002년 신보 격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BS 측에서도 라이너 노트를 통해 ‘솔론즈의 처사는 황망했지만 어쨌거나 온전히 만든 앨범이라 영화와는 별개로 발매한다’는 식의 요지를 특유의 심드렁한 어조로 밝혀놓고 있다. 아무렴. 하지만 정작 입장이 고약해진 쪽은 리뷰어다. 배경 음악(작가의 주관이 일차적으로, 그리고 전면적으로 개입될 수 없는 기획성 컨셉 음악)으로 평가하면 몰라도 준-신보, 즉 BS의 계보 안에서 작정하고 평가할 만한 앨범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다. 기존 작법에 근거하되 새로운 스타일을 여유있게 시도해 보는 성실과 열정은 느껴지지만 가청성이 떨어진다. 그래서 이들의 존속이 자기복제와 다르지 않게 여겨진다. 전반적으로 단 한번 목청을 돋우지 않는 미성과 섬세하게 조율된 포키 사운드 속에서 일상의 잔혹함을 나른하게 부르는 BS 특유의 모순악법은 여전하다. “Fiction”과 “Freak”, “Fuck This Shit” 등은 타이틀의 어감과 딴판으로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 하모니카가 목가적으로 어우러지는, 보컬 없는 BS다. 그런데 BS란 선입견을 걷고 영화 음악에 포커스를 맞춰 들으면 그렇고 그런 뉴에이지 음악같다. “Black and White Lane”은 포키한 컨트리로 휴가가 되어 모든 것을 꿈꿔 보지만 결국 “남는 건 조각 맞추기 퍼즐 뿐”인 소시민의 가엾은 일상을 이야기하는, 역시 전형적인 BS 스타일의 노래다. 트로피컬 재즈의 여운이 나른한 “Consuelo Leaving”나 배럴하우스 풍의 신나는 로큰롤 “Scooby Driver” 등은 BS의 작은 ‘외도’라 말할 수도 있겠다. 여전히 잔혹한 가사랑 함께 들으면 흥겨운 부기우기 리듬이, 신경증으로 인한 발작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가령 이전의, 단아하면서도 데카당하게 몰아쳤던 “Le Pastie De La ourgeoisie”를 기억해 보면 맥이 빠진다. ‘재지’한 “Consuelo”를 이색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재즈에 대한 BS 특유의 감각이 발굴되었다기 보다는 색소폰이라는 악기의 근본적 특성에 기댄 것 아닌가. 이런걸 ‘외도’나 ‘실험’이라 부르려 한다면 불편하다. 여기에 동명의 타이틀 곡 “Storytelling”의 치기까지 겹치면, 소위 ‘인디한 어떤 에티튜드’가 불편해지는 지경까지 이른다. 물론 “Storytelling”은 극중 한 소년의 개인적 경험을 은연중에 착복한 영화 감독에 대한 솔론즈의 관점을 음악으로 옮긴 것이지만, 동시에 감독 솔론즈에 대한 BS의 아주 히스테리컬 한 공격이기도 하다. 그 비아냥은 솔론즈를 위시한 모든 영화 감독들의 업태, 즉 소외자들을 이해하는 척하며 몰래 카메라를 들이대고 그들의 내밀한 일상을 겁간하는 파쇼에 대한 ‘사춘기적’ 반항심으로 가득 하다. 그것을 치기라고 이름하는 건, 정작 그 반항을 응당 멋지게 받쳐줘야 할 BS 특유의 사운드 감각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이런 것을 일컬어 ‘문화적 게으름’이라고 하지 않나. 20020903 | 최세희 nutshelter@hotmail.com 5/10 수록곡 1. Fiction 2. Freak 3. Dialogue: Conan, Early Letterman 4. Fuck This Shit 5. Night Walk 6. Dialogue: Jersey’s Where It’s At 7. Black and White Unite 8. Consuelo 9. Dialogue: Toby 10. Storytelling 11. Dialogue: Class Rank 12. I Don’t Want to Play Football 13. Consuelo Leaving 14. Wandering Alone 15. Dialogue: Mandingo Cliche 16. Scooby Driver 17. Fiction (Reprise) 18. Big John Shaft 관련 글 Belle & Sebastian [Fold Your Hands Child, You Walk Like A Peasant] 리뷰 – vol.2/no.14 [20000716] Belle & Sebastian [The Boy With The Arab Strap] 리뷰 – vol.4/no.18 [20020916] Belle & Sebastian [If You’re Feeling Sinister] 리뷰 – vol.2/no.3 [20000201] Belle & Sebastian [Tigermilk] 리뷰 – vol.4/no.18 [20020916] 관련 사이트 벨 앤 세바스찬 공식 홈페이지 http://www.belleandsebastian.co.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