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 훠- 비 속의 여인: The Add 4 First Album – LKL(LKL 1014), 1964 1인당 GNP 100달러(!) 시절에 탄생한 한국 록 최초의 창작 음반 신중현이 미 8군 무대를 떠나서 애드 훠(Add 4)를 결성한 것은 1962년이라고 알려져 있다. 당시 미 8군 무대 출신이 ‘일반 무대'(국내의 무대를 지칭하는 당시의 용어)로 진출하는 현상은 보편적이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직업적 ‘가수’나 ‘악사’로 활동하려고 했던 반면, 신중현과 그의 동료들은 ‘밴드'(당시 용어로 ‘캄보’)를 결성해서 활동하려 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또한 활동을 시작한 시점에서는 애드 훠와 비슷한 키 보이스가 ‘번안곡’ 중심이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애드 훠는 ‘창작곡 중심’이었다는 점에서도 특기할 만한 사실이다. 이때부터 ‘신중현의 밴드’는 라인업의 변동이 심했다. 신중현이 리드 기타를 잡은 것을 제외한다면 다른 멤버는 수시로 변동했다. 1963년 이후 서정길이 리드 보컬을 맡고, 1963-4년 사이에 김대환이 드럼 스틱을 잡은 정도가 눈에 띈다. 이 앨범에 참여한 멤버들은 신중현과 더불어 윤광종(리듬 기타), 한영현(베이스 기타), 권순권(드럼)으로 추정된다. 그렇지만 바이올린 등의 현악기나 피아노 등의 건반악기가 종종 들어가고 있고, 여가수 장미화가 두 곡에서 객원 보컬로 참여했다. 이는 애드 훠가 여가수나 무용수(‘무희’)와 함께 ‘패키지 쇼’를 하던 당시의 관행의 산물로 추측된다. 이 앨범에서 어떤 가치를 파악해야 하는가는 명확하다. 다름 아니라 ‘양키 음악’을 한국의 상황에 적응시키는 것이다. 우선 눈에 들어오는 트랙들은 이후에 다른 가수에 의해 히트한 ‘신중현의 고전’이다. 첫 트랙 “비 속의 여인”, 여덟 번째 트랙 “내 속을 태우는구려”가 바로 그것이다. “비 속의 여인”은 동일한 제목으로 장현이 불러서 히트한 곡이고, “내 속을 태우는구려”는 “커피 한잔”으로 이름을 바꾸고 펄 시스터즈가 불러서 히트한 곡이다. “비 속의 여인”의 전주에서 기타 한 대가 펜터토닉 스케일로 멜로디를 연주한 뒤 다른 한 대의 기타가 벤딩을 슬쩍 사용하여 정확한 음 높이를 흔들어대는 연주는 당시로서는 ‘무조건 새로운’ 것이다. 이어 등장하는 보컬 역시도 선창과 후창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이 점은 신중현과 그의 동료들이 록 음악의 뿌리를 이해하고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게 의식적 학습의 소산인지 본능적 직감의 소산인지는 불분명하지만. 한편 “내 속을 태우는구려”에서는 기타와 오르간이 서로 교감하면서 “불덩이 같은 이 마음”이라는 가사의 문구처럼 적나라하고 ‘야한’ 욕망을 날 것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신중현이 작곡한 곡들 가운데 대중적으로 히트한 곡들은 위 두 곡처럼 단조의 조성을 기반으로 한 곡들이다. 그렇지만 단조 트로트에서 자주 등장하는 파와 시의 계음이 절제되면서 독특한 ‘한국적’ 느낌을 발한다. 그 한국적 느낌은 ‘재래 가요 풍이다’라는 느낌을 수반하지만, 이는 텐션을 적절히 사용한 화음의 구성, 그리고 야한 느낌을 던져 주는 화음의 진행으로 어렵지 않게 상쇄된다. 예를 들어 “우체통”에 등장하는 6도의 텐션 음악이나 “불덩이 같은 이 마음”에 등장하는 메이저 세븐쓰(major 7th) 코드는 아주 쉬워 보이는 멜로디도 범상치 않게 만들어내는 능력을 보여준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몇몇 곡에서 ‘재즈에서 록으로의 과도기’의 흔적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나도 같이 걷고 싶네”의 버스 부분에서 워킹 베이스가 등장하는 것이나 “우체통”의 간주 부분에서 색서폰이 울어 제끼는 부분 등이 대표적이다. ’12마디 블루스’의 형식에 가장 충실한 “그리운 그 님아”의 피아노 의 타건 소리도 아직 재즈의 영향이 남아 있던 로큰롤/리듬&블루스의 흥분을 제대로 체현하고 있다. 그 외에도 “쓸쓸한 토요일 밤”은 이른바 ‘슬로우 록(slow rock)’으로 불리는 12/8 박자의 리듬 위에서 블루스 풍의 기타 연주가 등장하고 있으며, “바닷가”의 리듬에는 쿠바·라틴 재즈의 영향까지 슬쩍 묻어 있다. 다른 한편 “고향길”이나 “소야 어서 가자” 같은 토속적(?) 가요나 장미화가 부른 “천사도 사랑을 할까요”, “굳나잍 등불을 끕니다” 등의 상업적(?) 가요도 적지 않은 트랙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트랙을 들으면서 너무 오래된 느낌이 난다거나 귀에 거슬린다고 불평해야 할까.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1인당 국민소득 100달러(!) 시절을 감안한다면 이런 음반이 나왔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표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모든 스타일과 형식을 커버하는 신중현의 기타 연주는 만능이다. 이런 만능에 대해서도 혹시 ‘너무 변덕스럽다(versatile)’라고 투덜댈 수 있을까. 1인당 국민소득 100달러 시대에 살았다면 그러기는 힘들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도 입을 다물 수 있냐고? 이 앨범이 발매된 1964년에는 비틀스(The Beatles)도 ‘커버곡’을 앨범에 수록하던 시대였다는 말로 설명을 대신하자. 20020901 | 신현준 homey@orgio.net 0/10 P.S. 이 음반은 한 달만에 시장에서 철수하는 운명을 맞이했지만, 그 뒤에도 여러 번 상이한 커버로 (재)발매되면서 시장의 진입을 노렸다. 그 중에는 애드 훠가 아니라 ‘서정길’ 혹은 ‘신중현’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운 음반들도 존재한다. 수록 곡 Side A 1. 비 속의 여인 2. 우체통 3. 상처 입은 사랑 4. 소야 어서 가자 5. 늦으면 큰 일 나요 6. 천사도 사랑을 할까요 7. 그리운 그 님아 Side B 1. 내 속을 태우는구려 2. 나도 같이 걷고 싶네 3. 고향길 4. 그대와 둘이 앉으면 5. 쓸쓸한 토요일 밤 6. 바닷가 7. 굳나잍 불을 끕니다 관련 글 한국에서 록 음악은 어떤 식으로 형성되었는가: ~1967 – vol.4/no.17 [20020901] ‘망명’한 재미 록 음악인의 회고와 전망: 심형섭(Tommy Shim)과의 인터뷰(1) – vol.4/no.17 [20020901] 쟈니 리/키 보이스 [오! 우짤꼬/정든 배는 떠난다 외] 리뷰 – vol.4/no.17 [20020901] 애드 훠 [한국의 벤쵸스 Add 4: 신중현 경음악 편곡집 Vol. 1] 리뷰 – vol.4/no.17 [20020901] 락 앤 키 (보이스) [그 밤과 같이] 리뷰 – vol.4/no.17 [20020901] 정원/샤우더스 [정원과 샤우더스 전집] 리뷰 – vol.4/no.17 [20020901] 화이브 휭거스 [Five Fingers & Top Song] 리뷰 – vol.4/no.17 [20020901] 애드 훠 [즐거운 기타 경음악 투위스트] 리뷰 – vol.4/no.17 [20020901] 에보니스/키 보이스 [에보니스 대 키보이스 골든 POP’S] 리뷰 – vol.4/no.17 [20020901] 관련 사이트 신중현 공식 홈페이지 http://www.sjhmvd.com 코너 뮤직: 한국 록과 포크 음악 사이트 http://www.conermusic.com 한국 록 음반 연구회 http://cafe.daum.net/add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