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904012158-0417add4koreaventures애드 훠 – 한국의 벤쵸스 Add 4: 신중현 경음악 편곡집 Vol. 1 – 킹/신향(KL 7021), 1966

 

 

벤처스라는 필터로 거른 신중현과 애드 훠의 커버 연주음반

기대를 걸고 내놓았던 데뷔 앨범(1964)의 실패로 미8군 무대로 돌아간 신중현은 애드 훠(Add 4)를 재정비하여 다시 일반 무대로 나섰다. 미8군 무대에서의 명성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애드 훠의 인지도는 점차 높아졌다. 공연도 호평을 받았고, 음악감상실과 라디오에도 종종 그들의 노래가 흘러나왔으며, 데뷔 앨범은 이름을 바꿔가며 여러 번 다시 발매되었다. 애드 훠가 TV에 출연하여 연주한 적도 있었다. 그런 가운데 킹레코드의 킹박(박성배)은 신중현에게 다시 앨범 제작을 제의하였고, 그 결과물이 이 음반이다.

[한국의 벤쵸스 Add 4: 신중현 경음악 편곡집 Vol. 1]은 제목이 말해주듯 연주곡 모음집이다. 창작곡이 아니라, 당시 인기 있던 국내외 노래들이 대상이다. 레파토리가 다양하긴 하지만, 자세히 보면 ‘팝 계열’ 가요(“노란 샤쓰의 사나이”, “밤안개”, “우리 애인은 올드 미쓰”)와 번안곡(“검은 상처의 부루스(Broken Promises)”, “물망초(Non Ti Scordar Di Me)”)을 위주로 한 미8군 계열의 인기곡으로 구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즉 원곡들이 당시 주류를 장악한 트로트와는 거리가 있었다는 얘기다. 이 음반이 인기곡들의 커버 연주곡집의 형태를 띄게 된 것은 창작곡으로 꾸민 첫 앨범의 상업적 실패가 어느 정도 작용한 결과일 것이다. ‘한국의 벤쵸스’란 문구, 배꼽티를 입은 금발의 백인을 커버에 등장시킨 점도 그 때문인 듯하다(이는 이후 신중현이 결성한 밴드 블루즈 테트의 음반에도 이어진다). 특이한 점은 원곡이 가요건 외국 곡이건 모든 곡의 제목에 영어 표기를 병기한 것인데(이는 가치평가를 떠나 선구적인 시도로 보인다), 다른 ‘미8군 계열’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그런데 왜 ‘한국의 벤쵸스’일까. 잘 알려져 있듯 벤처스(Ventures)는 1960년대에 세계적으로 인기 끈 캄보(연주 전문 밴드)다. 우선 커버 대상이 된 원곡들처럼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벤처스의 명성에 기대 보겠다는 음반사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하지만 벤처스가 실제로 커버곡으로 유명했고, 이 음반에 담긴 곡들도 벤처스 스타일로 편곡·연주되었으니 뜬금없는 얘기는 아니다.

모든 곡들이 발랄한 기타 연주, 경쾌한 리듬이 특징적인 ‘기타 주도의 연주곡’의 형태를 띄고 있는 이 음반은 신중현을 록 기타리스트로만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의외로 들릴 것이다. “이슬비 오는 거리”의 인트로처럼 벤처스의 음악을 거의 차용한 것에 가까운 부분을 자주 듣게 될 것이고, 로큰롤, 트위스트, 재즈, 서프 등 다양한 장르와 리듬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신중현은 노래의 선율을 비교적 충실히 연주하면서도, 전주, 간주, 후주 부분에서 나름의 재기를 발휘한다. 특히 주 선율을 연주하면서 중간중간 추임새를 넣거나 종종 선율과 리듬을 비트는데, 이 때문인지 지루하다는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이 음반에서 주목할 점은 그 특성상 밴드 연주의 측면보다는 신중현의 기타 연주의 측면이다. 이 음반은 신중현이 미8군 무대의 연주 전문 밴드에서 10년 가까이 연주하면서 다양한 레파토리를 소화(해야)했던 경험이 벤처스 스타일이란 프리즘을 통해 나타나 있다. 신중현이 애드 훠 결성 이전, 그러니까 미8군 무대 활동 초기에 솔로로 내놓았던 [히키-申 키타 멜로듸 경음악 선곡집](1959)에 비하면 재즈 색채가 줄어들어 있다. 신중현 기타의 한 단계(아직 본격적인 록 기타 연주를 선보이기 이전 단계)를 보여주지만, 발전하는 연주력만큼의 독창성을 보여주지는 못한 듯하다. 요컨대, 이 음반은 다양한 스타일을 섭렵하고 이를 자기 식으로 보여준 신중현이 기타 연주에 있어서 벤처스 스타일을 어떻게 소화했는지, 그리고 벤처스가 한국에 어떤 영향을 남겼는지를 예시해주는 기록물이다. 20020830 | 이용우 pink72@now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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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연>
20020903061121-0417add4_twistkim사진은 애드 훠와 함께 한 트위스트 김
1. 애드 훠가 일반 무대에 재진출하고 공연활동을 벌일 때였다. 부산 태평극장에서 공연을 하던 중 한 관중이 흥에 겨워 무대에 올라와 춤을 췄다. 그 사람이 이후 연예계에 데뷔하게 되는 트위스트 김이었다.
2. 이 음반 역시 전작과 마찬가지로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지 못했고, 결국 애드 훠는 해체의 수순을 밟았다. 그후 신중현은 블루즈 테트를 결성했는데, 블루즈 테트에서 이 음반과 유사한 포맷의 음반을 한 장 내놓았다.
3. 본문에서 말했듯이 이 음반에 수록된 커버곡들의 원곡은 당시 젊은 성향의 ‘팝 계열’ 가요이거나 한국 정서에 맞는(또는 맞게 편곡한) 번안곡들이 대부분이다. 이태리 노래인 깐소네(“물망초(Non Ti Scordar Di Me)”)도 담겨 있다. 이는 영미 록 음악을 주로 커버한 1970년대 그룹 사운드들의 커버곡 성향과 구분된다. 물론 연대 차이, 연배 차이가 있긴 하지만 그것만으로 치부할 수 없는 차이가 있는 듯하다. ‘한국적’이라고 말하는 신중현의 어떤 특성을 단면적으로 보여준다고 판단하는 것은 각자의 자유지만.

수록곡
Side A
1. 노란 샤쓰의 사나이(The Boy In The Yellow Shirt)
2. 밤안개(It’s Lonesome Old Town)
3. 서울 광장(Seoul Square)
4. 아 마다 미여(A Mada Mio)
5. 이슬비 오는 거리(Come In The Rain Down Town)
6. 검은 상처의 부르-스(Broken Promises)
Side B
1. 노래 가락 차차(Cha Cha Cha Time)
2. 꿈속의 사랑(In The Love Dreamer)
3. 우리 애인은 올드 미쓰(Darling You Are Old Miss)
4. 물망초(Non Ti Scordar Di Me)
5. 영산강 처녀
6. 아일랜드 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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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신중현 공식 홈페이지
http://www.sjhmvd.com
코너 뮤직: 한국 록과 포크 음악 사이트
http://www.conermusic.com
한국 록 음반 연구회
http://cafe.daum.net/add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