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 앤 키 (보이스) – 그 밤과 같이 – 신세기(가 12145), 1966(추정) 그룹 사운드, 객원 가수들과 함께 대중 속으로 얼핏 보기에 이상한 조합의 밴드명 락 앤 키(Rock and Key)는 ‘자물쇠(Lock)와 열쇠’의 오기(誤記)다. 곡명에도 오기가 보인다(“Labamba And Twist And Showt”에서 Shout의 잘못된 표기를 볼 수 있다). 아무렴 어떤가. 이런 일은 당시에 너무도 흔한 일이어서 가십거리도 아니다(그래서 이 글에서는 오기도 정정하지 않고 그대로 표기했다). 이 이름에서 ‘락’은 송영란(가수 송달엽의 딸. 그녀의 어머니가 키 보이스의 말하자면 매니저 역할을 했다)을, ‘키’는 키 보이스를 지칭하는데, 락 앤 키가 미8군 무대에서 사용된 이름이라면 일반 무대에서 사용된 이름은 키 보이스였다. 초기 키 보이스의 음반 중 하나인 [그 밤과 같이]의 커버를 먼저 보자. 사진에 덧칠한 그림 같은 커버(당시는 미흡한 기술 때문에 음반 커버의 사진에 덧칠을 했다)에 춤추고 있는 듯한 자세로 여러 명이 서 있어서 컴필레이션 음반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들의 목소리 뒤에는 ‘반주’라는 이름 하에 키 보이스가 사운드를 조정하고 있음을 눈여겨봐야 한다. 물론 키 보이스 뒤에는 음반의 전체의 관장자(편곡 및 지휘)로 보이는 정민섭이 존재하긴 하지만, 곡을 만드는 이는 전문 작곡가라는 관념이 지배적인 때였다는 점만 기억한다면 이에 대해서도 이러쿵저러쿵 말할 거리가 못 된다. 더욱이 미8군 무대 출신 밴드들에게 음반에서든 공연에서든 ‘팝’이 지배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증언에 따르면 이 ‘팝스’의 실제 관장자는 연주와 편곡을 하는 밴드 자신이 될 것이다. 한두 곡의 창작곡을 타이틀로 걸고 나머지를 번안곡으로 채우던 시절도 이보다는 약간 더 뒤의 일이다. 정확한 발매시점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1기 멤버(김홍탁, 윤항기, 옥성빈, 차도균, 차중락)들이 그대로 참여한 음반으로 추측된다(1965-6년경). 그런데 왜 키 보이스는 음반 커버 앞면에 등장하지 않는 걸까. 앞서 말했듯 공연에서 ‘얼굴 마담’ 보컬리스트들이 서 있고 배후에 선 반주 밴드, 혹은 악단이 연주를 하는 모습을 쉽게 연상할 수 있다. 물론 ‘뮤직 살롱’ 같은 곳에서 키 보이스는 인기가 높았던 밴드였으므로 주인공 자격이 충분했지만, ‘엘레키 그룹’이 주인공이 되는 관행이 없었던 ‘가요계’ 사정을 고려해서 이런 식으로 앨범을 꾸민 것이다. 이 음반에 참여한 가수들은 김홍탁의 증언에 따르면 록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과 동지적 차원에서 결탁한 ‘옴니버스’다. 서정길(애드 훠의 보컬리스트로 애드 훠보다 인기 있었다), 김선(샤우더스의 드럼), 남석훈(1960년대에는 배우이자 가수로, 1970년대는 홍콩에서 액션 배우 및 감독으로 활동한 바 있으며 현재 윤항기와 마찬가지로 목사다), 그리고 점블 시스터즈가 노래했다. 커버에서 보컬들의 복장을 보자. 점잖은 양복 차림도 있지만 캐주얼한(?) 티셔츠 차림도 보인다. 미루어 보건대 젊은 층을 겨냥한 음반이란 추리가 가능하다. 뜬금없는 추측이 아니다. 앨범 한 귀퉁이에 조그맣게 적혀 있는 ‘젊은이들의 추억을 위한 앨범’이라는 부제도 이를 증명해준다. 그렇기 때문에 가사는 사랑의 감정을 노래하기도 하지만 트로트적인 애조는 거의 없다. 그렇다면 ‘추억’이란 어디서 이루어지겠는가. 바로 청춘남녀가 만나는 장소 중 하나인 공연장 ‘뮤직 살롱’이다. 그곳에서 젊은이들은 노래를 듣고 춤을 춘다. 이들을 위해 키 보이스는 흥겹게 “다 같이 춤추세 이 밤이 다 새도록 즐겨 보잔다(“Labamba And Twist And Showt”)”, “키타 소리 맞추어 춤을 추세요(“키타맨(Guitar Man)”)”라고 추동한다. 그러면서 “젊은이여 휘날려라 사랑의 깃발 드높이 힘차게 노래 불러가며 역사를 창조 하잔다(“내일을 향해 달려라(Saints Go Marching In)”)”라며 진취적인 청년의 기개를 노래한다. 두 노래의 접속곡 “Labamba And Twist And Showt”나, “Corina Chorina”, “Unchain My Heart”, “Love Potion No.9″이 포함된 “그대와 나의 노래(Medley)”(남석훈, 자니 리 노래)처럼, 공연 무대의 서비스 차원의 노래로는 키 보이스의 주요 레퍼토리를 모아놓은 메들리나 접속곡이 적격이다. 출연진 모두 함께 합창하는 곡을 각 면의 마지막에 배치시킨 것도 마찬가지다. 신나는 공연이 끝나고 사람들이 돌아갈 때 역시 “눈물 어린 이별(Auld Lang Syne)”을 들려주는 것 역시 필수코스였다. 이 음반에서 두 곡은 락 앤 키가 연주 노래했고 편곡은 김홍탁이 했는데 선동적인 드러밍과 화려한 벤처스 스타일의 기타 연주를 자랑하는 연주곡 “에코 아스팔트”나 경쾌한 사운드에 맞춰 윤항기가 노래한 “Labamba And Twist And Showt”는 키 보이스가 소개될 차례에 연주되었을 노래들이다. 키 보이스는 영미 초기 로큰롤 및 리듬앤블루스, 블루스의 변형 버전 등의 ‘팝스’들을 낭만적이고 부드러운 노래와 경쾌하고 흥겨운 곡으로 재탄생시켰다. “그 밤과 같이(Such A Night)”(남석훈 노래)는 물론이고 “Labamba And Twist And Showt”를 비롯해, 상큼한 점블 시스터즈의 목소리가 1960년대 미국 걸 그룹 사운드를 연상시키는 “키타맨(Guitar Man)”(점블 시스터즈 노래) 등이 경쾌한 록/팝이라면, 차중락의 히트곡 “낙엽따라 가버린 사랑(Anything That’s Part Of You)”은 중후한 바리톤의 목소리에 리버브를 잔뜩 먹인 기타와 피아노가 보조하며 차분하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현재의 ‘부루스 타임’ 같은 시간에 흘렀을 곡이다. 타이틀 곡 “그 밤과 같이(Such A Night)”와 더불어 “키타맨(Guitar Man)” 모두 엘비스 프레슬리가 부른 노래인데 엘비스 프레슬리는 특히 차중락의 취향으로 유명하다. “눈물 맺힌 나의 기도(My Prayer)”(김선 노래)는 플래터스(the Platters)나 라이처스 브라더스 등이 불렀던 원곡에 애절하게 호소하는 목소리를 담은 슬로 템포의 12/8박자 리듬앤블루스다. “내일을 향해 달려라(Saints Go Marching In)”나 “얄궂데이(Michael)”(서정길 노래)는 미국의 ‘트래디셔널 송’인데, 특히 후자에서 “짝사랑은 얄궂데이”와, “할렐루야”(주로 리스판스(response)로 사용된)라는 가사의 조합은 참으로 재미있는 조합이다. 전부 외국곡을 커버한 노래들인 이 앨범은 록에 친화적이면서도 대중적인 보컬리스트들을 내세워 록 음악이나 그룹 사운드의 음악이 낯설었던 당시 가요계에 새로운 음악을 소개하고자 했던 음반이다. 가요계에 듣기 편한 가사로 번안해 부른 이 음반의 시도는 의미 있는 작업이라 평가할 수 있다. 라이브 음반은 아니지만 공연을 연상해 볼 수 있는 구성의 음반이라는 점 역시 그렇다. 20020901 | 최지선 fust@nownuri.net 0/10 수록곡 Side A 1. 그 밤과 같이(Such A Night) – 남석훈 노래/지명길 작사/정민섭 편곡 2. 얄궂데이(Michael) – 서정길 노래/지명길 작사/정민섭 편곡 3. 에코 아스팔트 – Key Boy’s 노래 /지명길 작사/김홍탁 편곡 4. Labamba And Twist And Showt – Key Boy’s 노래/지명길 작사/김홍탁 편곡 5. 키타맨(Guitar Man) – Jumble Sisters 노래 /지명길 작사/정민섭 편곡 6. 내일을 향해 달려라(Saints Go Marching In) – All singers/지명길 작사/정민섭 편곡 Side B 1. 낙엽따라 가버린 사랑(Anything That’s Part Of You) – 차중락 노래/장찬호 작사/정민섭 편곡 2. 눈물 맺힌 나의 기도(My Prayer) 김선 노래/강찬호 작사/정민섭 작곡 3. 그대와 나의 노래(Medley) 남석훈, 쟈니리 노래/지명길 작사/김홍탁 편곡 4. 마지막 춤을 나에게(Save The Last Dance For Me) 김선, Jumbles 노래/지명길 작사/정민섭 편곡 5. 눈물 어린 이별(Auld Lang Syne) – All singers/강찬호 작사/정민섭 편곡 관련 글 한국에서 록 음악은 어떤 식으로 형성되었는가: ~1967 – vol.4/no.17 [20020901] ‘망명’한 재미 록 음악인의 회고와 전망: 심형섭(Tommy Shim)과의 인터뷰(1) – vol.4/no.17 [20020901] 애드 훠 [비 속의 여인: The Add 4 First Album] 리뷰 – vol.4/no.17 [20020901] 쟈니 리/키 보이스 [오! 우짤꼬/정든 배는 떠난다 외] 리뷰 – vol.4/no.17 [20020901] 애드 훠 [한국의 벤쵸스 Add 4: 신중현 경음악 편곡집 Vol. 1] 리뷰 – vol.4/no.17 [20020901] 정원/샤우더스 [정원과 샤우더스 전집] 리뷰 – vol.4/no.17 [20020901] 화이브 휭거스 [Five Fingers & Top Song] 리뷰 – vol.4/no.17 [20020901] 애드 훠 [즐거운 기타 경음악 투위스트] 리뷰 – vol.4/no.17 [20020901] 에보니스/키 보이스 [에보니스 대 키보이스 골든 POP’S] 리뷰 – vol.4/no.17 [20020901] 관련 사이트 코너 뮤직: 한국 록과 포크 음악 사이트 http://www.conermusic.com 한국 록 음반 연구회 http://cafe.daum.net/add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