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샤우더스 – 정원과 샤우더스 전집 – 킹(KL 7015), 1966(추정) 솔로 가수와 그룹 사운드가 만나서 만든 해학과 풍자의 로큰롤 이 음반은 솔로 가수와 그룹 사운드의 합동 음반이고 그 점에서 [쟈니 리/키 보이스]와 비슷한 포맷을 가지고 있다. 다른 점은 [쟈니 리/키 보이스]의 경우 각각 음반(LP)의 한 면씩을 차지하고 있고 연주는 그룹 사운드가 모두 담당한 반면 이 음반은 ‘솔로 가수는 노래, 그룹 사운드는 연주’라는 역할분담이 확실하다는 점이다. 물론 음반의 배후의 실력자는 뒷 표지에 ‘작곡, 편곡, 총지휘’를 맡았다고 표기되어 있는 오민우(吳民友)이다. 작사(창작 및 번안)는 오민우와 더불어 전우(田友)라는 사람이 담당했는데, 둘 다 주류 대중가요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따라서 이 음반에 관련되어 있으면서 음반 어디에도 이름이 나오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먼저 번안곡의 경우 원곡의 작사·작곡자의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저작권의 성명 표시권에 위배되는 사실이지만 당시의 저작권에 대한 ‘세간의 통념’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두 번째는 음반을 발매한 킹 레코드(실제로는 프로덕션)의 사장으로 ‘킹박’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박성배라는 인물이다. 이 음반에 실린 정원의 “허무한 마음”은 쟈니 리의 “뜨거운 안녕”과 더불어 킹박이 발굴하여 히트시킨 대표적인 곡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샤우더스의 멤버들의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캡션조차 없는 사진을 보고 이들이 4인조라는 사실을 알아낼 수는 있지만 멤버가 유봉권(기타), 하청일(리듬 기타), 이태현(베이스), 권순생(드럼)이라는 사실을 알아내려면 수소문을 해 보아야 한다. 하청일의 경력에만 주목한다면, 이 음반은 미 8군의 컨트리 쇼에서 경력을 시작한 하청일이 브라더스 포(Brothers Four) 스타일의 포크 팝 그룹 아리랑 브라더스를 거친 뒤 여기서 같이 활동한 서수남과 함께 서수남·하청일이라는 컨트리 듀오로 정착하기 전에 거친 밴드의 작품이다. 한일자동펌프의 CF나 “친구가 그립구나”만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뜻밖의 사실일 것이다. 물론 하청일이 그룹의 주도적인 인물은 아니다. 그 대신 각 곡의 장르를 표기해주는 친절함을 보여 준다. 1번, 3번, 7번은 ‘트위스트(twist)’, 8번, 11번은 ‘록 트위스트(rock twist)’, 4번, 7번, 12번은 ‘슬로우(slow)’, 2번과 6번은 ‘슬로우 록(slow rock)’이라는 장르 명이 곡 제목 뒤에 붙어 있다(참고로 이런 명칭은 전통 있는 기타 학원에 들어가면 배울 수 있고, 세광출판사 등 악보출판사에서 나온 기타 교본이라면 대부분 나와 있는 것들이다). 9번 트랙은 장르가 표기되어 있지 않지만 음악을 들어보면 ‘슬로우’로 분류될 곡이고, 5번 트랙은 특이하게도 ‘록(rock)’이라는 장르명이 붙어 있는데 원곡이 레이 찰스(Ray Charles)의 곡 “Unchain My Heart”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장르 이름이라기보다는 리듬 패턴에 가까운 작명임을 유추할 수 있다. 간단히 이분한다면 슬로우와 슬로우 록은 ‘일반 무대’의 주류 가요 취향에 다소 어울리지만 나머지는 ‘미 8군 무대’와 어울린다. 일단 가수의 창법과 리듬의 템포가 확연히 달라서 마치 다른 가수가 부른 것 같은 착각을 준다. 전자의 가운데 ‘슬로우’ 및 ‘슬로우 록’은 대체로 12비트의 느린 템포의 가요인데 ‘게으른’ 창법으로 ‘허무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노래가 특이해서 1960년대의 데카당스를 느끼게 해준다. 반면 ‘슬로우’라는 표현이 없는 곡의 노래와 연주는 파워와 에너지가 넘친다. 엘비스 프레슬리가 부른 “Hound Dog”을 번안한 “사냥개”, 레이 찰스와 제리 리 루이스(Jerry Lee Lewis)가 부른 “What’d I Say”를 번안한 “화ㅅ 아이 세이”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뒤의 곡은 블루스/리듬&블루스의 ’12마디 코러스’가 16번 반복되는 가운데 풍자적인 가사를 담은 보컬, 척 베리(Chuck Berry) 스타일의 기타 솔로, 그리고 관중과의 호흡이 흥미로운 곡으로 이들의 무대 위에서의 열정적인 연주 모습을 상상하게 해주는 곡이다. 비슷한 시기 이 곡을 녹음한 쟈니 리와 비교하면 번안된 가사가 다른데, 이 점이 이 음반의 또하나의 개성을 이루는 점이다. 한마디로 이 곡의 가사가 더욱 ‘코믹’하다. 물론 타이틀곡 “똥그랑 땡”의 아래와 같은 가사는 단지 코믹한 것을 넘어 풍자적이다. “황새는 다리가 길어 우편배달로 돌려라(똥그랑 땡 똥그랑 땡) / 두더지는 땅을 잘 파 재건 용사로 돌려라(똥그랑 땡 똥그랑 땡) / 올빼미는 밤눈을 잘 봐 야경군으로 돌려라(똥그랑 땡 똥그랑 땡) / 매란 녀석 꿩을 잘 잡아 간첩잡이로 돌려라(똥그랑 땡 똥그랑 땡) / 얼시구 시구 절시구 시구(똥그랑 땡 똥그랑 땡)”. 이런 가사는 가수 특유의 비음 강한 목소리에 얹혀지면서 해학을 증대시킨다. 이런 해학적 메시지는 음악인에 대한 세간의 편견에 대처하는 처세로도 해석할 수 있다. 당시 ‘외국인’들은 연예인을 존중했지만, 내국인들은 ‘딴따라’로 천대했으니까. 하청일이 주류 가수가 된 뒤 라디오에 나와서 그룹 사운드 시절에 대해 묻자 왠지 쑥스러운 어투로 대답했던 것도 이런 편견과 무관치 않았을 것이다. 그때 진행자의 질문은 “옛날에 하얀 바지에 백구두 신고 나와서 다리 번쩍번쩍 들고 그랬죠?”였다(이 부분은 이기웅님의 기억에 의한 것임을 밝혀둔다). 20020902 | 신현준 homey@orgio.net 0/10 P.S. 샤우터스의 베이스를 맡은 이태현은 뒤에 7-8년간 신중현의 밴드에서 베이스를 맡게 된다. 한편 드럼을 맡은 권순생은 애드 훠(Add 4)의 드러머 권순권의 동생이다. 수록곡 Side A 1. 사냥개 2. 뒷골목 인생 3. 화ㅅ 아이 세이 4. 허무한 마음 5. 나를 보내줘요 6. 그 하루밤 Side B 1. 똥그랑땡 2. 태양은 외로워 3. 옆집 아가씨 4. 하얀 세타에 아가씨 5. 이웃사촌 6. 안녕히 관련 글 한국에서 록 음악은 어떤 식으로 형성되었는가: ~1967 – vol.4/no.17 [20020901] ‘망명’한 재미 록 음악인의 회고와 전망: 심형섭(Tommy Shim)과의 인터뷰(1) – vol.4/no.17 [20020901] 애드 훠 [비 속의 여인: The Add 4 First Album] 리뷰 – vol.4/no.17 [20020901] 쟈니 리/키 보이스 [오! 우짤꼬/정든 배는 떠난다 외] 리뷰 – vol.4/no.17 [20020901] 애드 훠 [한국의 벤쵸스 Add 4: 신중현 경음악 편곡집 Vol. 1] 리뷰 – vol.4/no.17 [20020901] 락 앤 키 (보이스) [그 밤과 같이] 리뷰 – vol.4/no.17 [20020901] 화이브 휭거스 [Five Fingers & Top Song] 리뷰 – vol.4/no.17 [20020901] 애드 훠 [즐거운 기타 경음악 투위스트] 리뷰 – vol.4/no.17 [20020901] 에보니스/키 보이스 [에보니스 대 키보이스 골든 POP’S] 리뷰 – vol.4/no.17 [20020901] 관련 사이트 코너 뮤직: 한국 록과 포크 음악 사이트 http://www.conermusic.com 한국 록 음반 연구회 http://cafe.daum.net/add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