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903054805-FiveFingers화이브 휭거스 – Five Fingers & Top Song – 한국 콜롬비아(CL 2514), 1967

 

 

‘조용필이 있던’ 미 8군 무대 정상급 밴드의 번안 로큰롤

“용주골 기지촌의 무명밴드로 떠돌다가 1969년초 파이브 핑거스에 스카웃돼 미8군 무대에 설 수 있었다는 것은 뮤지션으로서 커다란 전환점이 됐다. 미 8군 무대는 당시 음악하는 사람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으로 파이브 핑거스 밴드는 A 클래스의 평가를 받고 있는 유명한 팀이었다(미8군 측은 1년에 한번씩 각단체에 대한 오디션을 실기해 더블A, A, B, C, D로 급수를 매기고 이에 따라 개런티를 정했다). 파이브 핑거스는 나까지 5인조로 드럼에 권용남(현재 호주 거주), 베이스와 싱어에 김영식, 김중식 쌍둥이 형제(현재 청주 모 클럽에서 활동) 오르간은 이름은 기억 안 나지만 현재는 결혼해 미국으로 간 여자 뮤지션이 맡았었다. 의정부로 발령 받은 우리 팀은 그해 말까지 그곳 무대를 돌다가 마침내 실력 있는 그룹의 집합장소였던 이태원까지 진출할 수 있었다.”

위 문장은 ‘1980년대의 슈퍼스타’ 조용필이 한 일간지의 [스타 스토리](http://star.hankooki.com/starstory/people/jyp/jyp6.htm
)에서 회고한 대목이다. 즉, 화이브 휭거스는 ‘조용필이 연주했던 밴드’로 세간에 회자되었던 밴드이고, 그래서 이 음반도 ‘희귀 음반’으로 컬렉션의 대상이 되었다. 그렇지만 이 음반이 발매된 해는 1968년 이전이므로 조용필의 연주나 노래를 들을 수는 없다. 따라서 이 음반에 대한 평가는 1960년대 후반 ‘미 8군에서 A급으로 분류되는 밴드’가 연주하던 음악에 대한 평가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먼저 밴드 혹은 그룹의 편성을 살펴보면 기타, 베이스, 드럼, 보컬 등 기타(guitar) 밴드의 가장 기본적인 편성이다. 조용필이 언급한 오르간은 이 음반에서는 들리지 않는데, 오르간이 ‘싸이키델릭’한 효과를 주는 악기로 간주되었음을 감안한다면 이 앨범에 수록된 레퍼토리들이 ‘싸이키델릭 이전의 음악’이라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 실제로 앨범의 레퍼토리는 1960년대 중반 전세계를 휩쓸었던 업 템포의 흥겨운 ‘밴드곡’들이다. 다른 한편 벤처스(The Ventures)나 비틀스(The Beatles)의 곡이 없고 롤링 스톤스(The Rolling Stones)와 애니멀스(The Animals)의 곡이 있다는 점에서 이들은 애드 훠나 키 보이스 등 ‘1세대 그룹 사운드’와 차별되어 보인다. 물론 다른 레퍼토리 중에는 벤처스나 비틀스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곡들도 있으므로 이런 평가는 일면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오래된 곡들을 연주할 때도 사운드의 질감은 확연히 다르다. 그건 한마디로 금속성의 날카롭고 일렉트릭한 사운드이고, 이는 무엇보다도 관악기와 현악기의 편곡이 없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음악적으로 말하면 재즈나 스윙의 영향이 사라지고, 로큰롤과 트위스트의 영향도 점차 줄어든다는 뜻이고, 문화적으로 말하면 ‘1960년대의 젊은 세대’의 감각과 취향에 부합해 간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렇게 확연히 다른 사운드의 질감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연주하는 음악 장르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다양하다는 점이다. 음반에 수록된 트랙들의 스타일은 트위스트, 웨스트코스트 서프, 멤피스 소울, 텍사스 부기, 브리티시 인베이전(비트 그룹 및 리듬&블루스 그룹)을 망라하고 있다(어떤 곡이 어떤 장르인지는 수록곡 뒤에 별도로 표기한 뮤지션들을 참고하면 될 것이다). ‘당시 전세계에서 발매된 록 음반들 가운데 가장 다양한 스타일을 수록한 음반’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그러다 보니 연주와 사운드 면에서는 색깔이 분명한 반면, 형식과 스타일 면에서 밴드의 색깔은 불분명하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런 아쉬움은 당시 한국 대중음악계의 상황, 특히 미 8군 무대의 성격을 고려한다면 ‘배부른 소리’ 이상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그 이상의 이야기는 ‘음반 리뷰’에서는 적절치 않은 당대의 환경에 대한 ‘거시적’ 담론이 될 것이다. 어떤 환경? 충분한 자율성은커녕 그저 스튜디오를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 해야만 했고, 다음 음반을 녹음하려는 계획은 꿈도 꾸기 힘든 환경 말이다. 그렇다곤 해도 이런 원초적 욕망의 발현까지 막을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마이 베이비 바라 바라 / 아가씨 엉덩이를 봐라 / 춤추는 엉덩이를 봐라 / 모두들 엉덩이를 들고 / 신나는 트위스트 춤을 바라 바라”(“바라바라”). 물론 이런 곡이 TV나 라디오의 전파를 탈 수 있는 시대는 아니었다. 한 자료를 보니 이 곡은 1968년에 금지곡 리스트 중 한 줄을 차지하고 있다. 20020902 | 신현준 homey@orgi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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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타 정보들
1. 이 음반이 1967년에 발매되었다는 감정은, 첫째 1968년에 음반가격이 600원으로 인상되었는데 이 음반의 가격은 400원으로 적혀 있고, 둘째 음반에서 연주하는 곡들이 1966년경에 히트한 곡이기 때문이다.
2. 음반 표지 뒷면에는 “譯詞: 李常源, 編曲·音樂指揮: 유명재, 演奏: 5th Fingers 樂團, 기술담당: 李淸”이라는 크레딧이 적혀 있고 각 트랙마다 원곡의 제목과 보컬을 맡은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다(보컬을 맡은 사람은 한 곡만 제외하고는 손중식(孫重植)이라고 표기되어 있는데 김중식의 오타로 보인다. 한편 “즐거운 하이킹” 한 곡만 최창업(崔彰業)이 부른 것으로 적혀 있다). 당시의 관행을 고려한다면 비교적 상세한 정보다. 또한 이 정보를 통해 ‘외국곡을 직업적 작사가와 편곡자의 손을 거쳐 가공하고 그룹 사운드는 노래와 연주만 하는’ 당시의 분업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3. 곡의 제목에서는 영어의 오타가 눈에 띄고 밴드의 이름도 Five Fingers, 화이브 휭가, 5th Fingers 악단 등을 혼용하고 있다. 한편 Top Song이란 화이브 휭거스가 세션으로 참여한 음반들에도 공통적으로 표기되고 있다. 예를 들어 [이태신과 Top Song], [김준과 Top Song] 등이 있다.

수록곡
Side A
1. 바라바라(My Baby Ba.La Ba.La) (원곡은 Chubby Checker)
2. 아가씨 좋와하시네(Sloop John. B) (원곡은 The Beach Boys)
3. 흰돛배(Hang On Shoopy) (원곡은 The McCoys)
4. 즐거운 하이킹(Shake In All Over) (원곡은 Johnny Kidd & the Pirates)
5. 막내둥이(Seventh Son’) (원곡은 Willie Dixon)
6. 검은 연인(Paint It Black) (원곡은 The Rolling Stones)
Side B
1. 영원히 사랑하리(I Cold Easily Fod In) (원곡은 Cliff Richard & The Shadows)
2. 몽키 춤을 춥시다(Monkey Monkey) (원곡 불명)
3. 말괄량이 처녀(Wooly Boully) (원곡은 Sam the Sham & the Pharaohs)
4. 오해 마세요(Don’t Let Me Be Misunderstood) (원곡은 The Animals)
5. 켄사 시티(Kan Sath City) (원곡은 Fats Domino, Freddie & the Dreamers 등)
6. 나는 미치겠네(I’ll Go Crazy) (원곡은 James Br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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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코너 뮤직: 한국 록과 포크 음악 사이트
http://www.conermusic.com
한국 록 음반 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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