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보니스/키 보이스 – 에보니스 대 키 보이스 골든 POP’S – 오아시스(OL 982), 1971 ‘두 개의 키 보이스’가 있던 오리지날 초기 키보이스의 흔적 이 음반은 ‘제3회 1971년도 플레이보이배 쟁탈전’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에보니스의 데뷔 음반이다. 1969년부터 시작된 이 대회는 애초에는 그룹 사운드의 경연대회 형식이었던 것이 차츰 인기를 얻으면서 중창단과 같은 ‘보컬 그룹’들에게도 참가의 기회가 주어지게 되었다. 에보니스는 이 대회에 참가하여 특별상을 수상하며 이 음반으로 데뷔하게 된다. 이 음반은 앞면은 에보니스(Ebonys), 뒷면은 키 보이스(Key Boys)의 음악으로 구성된 스플릿 음반이다. 앞면은 민요인 “늴리리야”를 제외하면 김영광 작사·작곡의 곡으로 채워져 있다. 6곡 모두가 통기타만의 반주 위에 에보니스 두 멤버의 목소리가 부드럽게 얹혀있다. 그러나, 이 글에서 주목하는 부분은 ‘키 보이스’다. 이는 에보니스의 음악이 가치가 없어서가 아니라, 음반의 반쪽을 차지하고 있는 ‘키 보이스’에 집중하기 위해서이다. 이 음반에 키 보이스의 이름으로 실린 음악은 모두 6곡인데, 커버의 뒷면을 보면, 키 보이스, 차중락과 키 보이스, 윤항기와 키 보이스 노래’라는 다양한 이름을 달고 있다. ‘1971년 플레이보이 배’라는 문구로 볼 때 이 음반은 1971년에 발매된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윤항기, 차중락과 함께 적힌 ‘키 보이스’라는 존재이다. 1971년이라면 “해변으로 가요”가 이미 1년 전 ‘별이 쏟아지는’ 해변가를 점령한 이후인데, 어째서 키 보이스라는 이름 앞에 윤항기와 차중락이 등장하는 것일까? 일단 음반을 듣고, 의문을 해결해 보자. 첫 번째 수록곡, 아니 정확히 말해 음반의 뒷면 첫 수록곡은 ‘춤을 춥시다’이다. 몽키스(The Monkees)의 “Let’s Dance On”을 번안해 부른 이 곡은 흥겨운 록큰롤 넘버이다. 영화 [댓 씽 유 두(That Thing You Do)]의 원더스(One-Ders(wonders))가 동네 클럽에서 연주하는 장면을 떠올리면 좋을 듯 하다. 원곡이 “Good Lovin.'”, “Twist & Shout”, “La bamba” 등 흥겨운 록큰롤 넘버를 잘 섞어 만든 10대를 위한 춤곡이라고 하니, 음악을 들으며 발바닥을 마루바닥에 뭉개며 트위스트를 한 번 추어도 좋을 듯 하다. 전우라는 작사가에 의해 개사된 가사는 줄곧 ‘추~움 춥시다’를 연발한다. 그 뒤를 이어, 기타와 드럼의 연주가 있고, 마지막으로 ‘예’하는 백 코러스가 이어지는 곡이다. 흥겨움으로 몸을 흔들다 보면, 어느덧 부드러운 목소리에 몸의 움직임이 느려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사랑하지 않을 수 없네”라고 번안된 엘비스 프레슬리의 “Can’t Help Falling In Love”가 차중락의 부드러운 목소리와 함께 울려 펴진다. 이어서 거친 목소리의 사나이가 “고! 완 뚜 쓰리 포”를 외치며 시작하는 곡 “울리 불리(Wooly Bully)”가 나온다. ‘윤항기와 키 보이스 노래’라고 적혀 있듯, 거친 목소리의 주인공은 윤항기다. 이 곡은 1960년대 중반 키 보이스의 존재를 대중에게 각인시킨 최고의 히트곡이다. 이 곡은 1965년 혹은 1966년으로 추정되는 [쟈니 리/키 보이스] 음반에 실린 곡이다. 역시 흥겨운 업 템포의 록큰롤 넘버이다. 다음은 비틀즈의 “All My Loving”으로 “사랑의 찬가”라는 이름으로 실려있다. 하모니가 귀에 쏙 들어오는 곡으로, 부드러운 발라드라고 할 수는 없지만 울리 불리의 흥겨움이 잠시 멈추는 곡이다. 다음 곡 “이별의 새벽길”은 비틀즈의 “Ticket To Ride”를 번안한 것이다. 이전 곡들과 달리 흥겨운 록큰롤 넘버가 아닌 포크 록이다. 원곡의 조지 해리슨의 기타는 버즈(The Byrds) 풍의 포크 록에 영향을 끼쳤으며, 물결치는 기타와 베이스, 강한 드럼이 인상적인 곡으로, 키 보이스의 음악적 관심이 상당히 넓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곡이다. [쟈니 리/키 보이스]에 실린 “바람아 너는 아느냐(Blowin’ In The Wind)”와 더불어 초창기의 그룹 사운드가 연주하는 포크 록의 대표적인 예가 될 듯하다. 마지막으로 윤항기의 허스키한 목소리와 더불어 “내 마음의 사슬을 풀어다오(Unchain My Heart)”라는 곡으로 끝을 맺는다. 음반을 듣고 나니, 이 음반에 표기되어 있는 ‘키 보이스’가 지시하는 바를 알 수 있을 듯 하다. 이미 아는 사실이겠지만, 키 보이스는 전기와 후기로 나뉘며 각각의 멤버는 전혀 다르다. 앨범의 수록곡에 적혀있는 윤항기와 차중락을 비롯해, 김홍탁, 차도균, 옥성빈의 라인업이 전기의 멤버들이고, 이들은 이미 1960년대 말 키 보이스를 떠났다. 그리고, 1969년과 1970년 각각 1, 2집을 발매한 키 보이스는 후기의 키 보이스다. 그렇다면 결론적으로 이 음반이 나온 정황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1971년 “해변으로 가요”의 인기에 힘입어 키 보이스의 명성이 높아졌고, 이전의 키 보이스에 관한 향수와 관심이 생겼으며, 이때 에보니스라는 듀엣의 데뷔 음반을 내려던 음반사는 음반의 나머지 면을 키 보이스의 오리지널 멤버들이 노래한 번안곡들로 채워 넣게 된 것이다. 이 음반은 1971년이라는 과거 속에 담긴 ‘대과거’, 키 보이스란 프리즘을 통해 1960년대 한국 대중음악에 뿌리내리기 시작한 팝과 록의 영향을 살필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역사에서 가정은 늘 어리석다는 전제를 포함하긴 하지만, (전기의)키 보이스가 그 수명을 좀 더 오래 유지했더라면, 한국의 비틀스가 되었을 지도 모른다. 비틀스 역시 1950년대의 미국 음악을 카피하며 브리티시 인베이전의 선봉장이 되지 않았던가. 20020901 | 신효동 terror87@chol.com 0/10 수록곡 Side A 1. 잘 가라고 2. 오 내사랑 3. 빗소리 4. 늴리리야 5. 귀여운 손 Side B 1. 춤을 춥시다(Let’s Dance On) 2. 사랑하지 않을 수 없네(Can’t Help Falling In Love With You) 3. 울리불리(Wooly Bully) 4. 사랑의 찬가(All My Loving) 5. 이별의 새벽길(Ticket To Ride) 6. 내 마음의 사슬을 풀어다오(Unchain My Heart) 관련 글 한국에서 록 음악은 어떤 식으로 형성되었는가: ~1967 – vol.4/no.17 [20020901] ‘망명’한 재미 록 음악인의 회고와 전망: 심형섭(Tommy Shim)과의 인터뷰(1) – vol.4/no.17 [20020901] 애드 훠 [비 속의 여인: The Add 4 First Album] 리뷰 – vol.4/no.17 [20020901] 쟈니 리/키 보이스 [오! 우짤꼬/정든 배는 떠난다 외] 리뷰 – vol.4/no.17 [20020901] 애드 훠 [한국의 벤쵸스 Add 4: 신중현 경음악 편곡집 Vol. 1] 리뷰 – vol.4/no.17 [20020901] 락 앤 키 (보이스) [그 밤과 같이] 리뷰 – vol.4/no.17 [20020901] 정원/샤우더스 [정원과 샤우더스 전집] 리뷰 – vol.4/no.17 [20020901] 화이브 휭거스 [Five Fingers & Top Song] 리뷰 – vol.4/no.17 [20020901] 애드 훠 [즐거운 기타 경음악 투위스트] 리뷰 – vol.4/no.17 [20020901] 관련 사이트 코너 뮤직: 한국 록과 포크 음악 사이트 http://www.conermusic.com 한국 록 음반 연구회 http://cafe.daum.net/add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