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902111504-0417martinhodavilaMartinho da Vila – Meu Samba Feliz – Tropical Music, 1992

 

 

삼바 혁신자의 15년간의 궤적

많은 삼바 음악인들이 그렇듯 마르띠뉴 자 빌라(Martinho da Vila)도 본명이 아니다. 1938년 마르띠뉴 호세 페레이라(Martinho Jose Ferreira)라는 이름으로 태어난 사람이 빌라라는 이름으로 개명을 한 것은 1965년 빌라 이사벨(Vila Isabel)이라는 삼바의 한 유파(escola de samba: ‘escola’는 ‘school’이라는 뜻이다)에 가담한 이후부터다. 삼바의 유파와 장르들에 대해 설명하려면 이야기가 장황해지겠지만 빌라 이사벨 유파와 마르띠뉴 자 빌라는 이른바 삼바 엔레두(samba enredo)에 속한다. 별 말이 아니라 카니발, 본토 발음으로는 까르나바우(carnaval)의 퍼레이드에서 연주되는 삼바의 한 장르다. 그러니 삼바 엔레두 없는 삼바 카니발은 앙꼬 없는 찐빵이요, 고무줄 없는 뭐라고 하겠다. 삼바 엔레두는 미리 선정된 테마에 기초해서 연주되고 소규모 편성이 아니라 삼바 유파 전체가 연주한다는 특징도 있다.

그런데 삼바 엔레두가 그저 왁자하고 뻑적지근한 음악이라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자 빌라가 1965년에 선보인 “Carnaval de Ilusoes”는 짧고 가벼운 후렴구를 기초로 후렴 사이 사이로 가수들이 버스(verse)를 즉흥적으로 부르는 형식이었는데, 이는 그전까지 지나치게 긴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던 형식과는 천차만별이었고 따라서 삼바의 ‘혁명’으로 받아들여졌다. 그 후 1970년대 들어 마르띠뉴 자 빌라는 엄청난 상업적 성공을 거두면서 내놓는 음반마다 최소한 50만 장 이상 판매되는 영광스러운 시기를 누렸다. 그는 이제까지 30종 이상의 앨범을 발매했고, 스스로 노래한 음반 뿐만 아니라 다른 가수가 취입한 것을 포함한다면 그 양은 더 늘어날 것이다.

이 앨범은 1968년부터 1982년까지 발표한 그의 최고 히트곡들을 모은 것이다. 그렇지만 불행히도 삼바를 깊고 넓게 겪어 보지 못한 사람으로서는 개별 곡에 얽힌 상세한 설명을 할 수 없다. 여기 수록된 곡들이 실제로 카니발에서 연주되는 것이라기보다는 대중적으로 편곡되어 녹음된 것이라는 인상도 추측 이상은 아니므로 계면쩍을 뿐이다. 그렇다고는 하더라도 대중적 삼바의 악곡 구조와 악기편성을 느끼기는 충분하다. 초반의 트랙들, 특히 “Vai Ou Nao Vai”, “Casa de Bamba” 등을 들어 보면 남성 솔로 보컬의 버스(verse)와 여성 합창의 후렴구(refrain)가 서로 주고 받는 삼바 엔레두의 기본 골격을 확인할 수 있고, 기타, 까바뀌뉴, 베림바우 그리고 다양한 퍼커션의 악기음을 즐길 수 있다. 뭐랄까 꽉 차게 편곡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듬성듬성 방치한 것도 아닌 사운드는 ‘원시적’이라는 느낌과 현대적 서정을 동시에 전달한다. 특히 짐승의 가죽으로 만든 북을 문질러서 소리내는 꾸이까(cuica) 소리는 브라질 퍼커션만의 독특한 매력을 선사해 준다. 한편 “Calango Longo”에서는 브라질 북동부의 아코디온이 이끄는 음악인 포루(forro)를, “Choro Chorao”에서는 삼바 이전부터 있었다는 초루(choro)를 각각 들을 수 있는데, 이 트랙들은 그가 삼바의 전형을 확립하는 데 안주하지 않고 부단히 음악적 탐사를 해 왔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런데 마르띠뉴 자 빌라의 최대 히트곡인 “Canta, canta, minha gente”를 지나 종반부로 접어들면 음악에서 ‘아프리카’의 냄새가 점차 강해진다, “Camafeu”는 그에게는 음악적 후배인 질베르뚜 질이나 밀뚠 나씨멘뚜의 영향이 묻어 있는 듯하고, “Muadiakime”같은 곡은 나이지리아나 가나에서 만들어진 음악이라고 해도 속아 넘어갈 정도다. 6분에 이르는 대곡 “Minha Comadre”는 정도는 구성 자체가 아프리카적이다. 이런 점은 끊임없이 후배 흑인 음악인들을 발굴함과 동시에 공연과 강연 등에서 흑인으로서의 자각을 강조했다는 그의 이력을 볼 때 이상한 일은 아니다. 물론 편집 음반인 이상 마지막 트랙 두 개는 재즈풍의 댄서블한 곡으로 마무리된다.

이 앨범은 흔한 ‘컴필레이션 앨범’ 중의 하나일지 모른다. 단, “보싸 노바와 MPB는 정규 앨범을 구입할 만하지만 삼바는 정규 앨범을 구입하기 꺼려진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이 음반이 최상의 선택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삼바가 제도화되고 상업화된 음악임에도 불구하고 ‘존중받는’ 음악으로 인정받고 있다면, 여기에는 마르띠뉴 자 빌라같은 혁신자들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20020831 | 신현준 homey@orgio.net

8/10

수록곡
1. Mangueirense Feliz
2. Vai Ou Nao Vai
3. Casa de Bamba
4. Calango Longo
5. Choro Chorao
6. Ai, Que Saudade Que Eu Tenho!
7. Ao Povo Em Forma de Atre
8. Canta Canta, Minha Gente
9. Mudiakime
10. Camafeu
11. Minha Comadre
12. Isto E O Amor
13. Meu Pa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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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Martinho da Vila 공식 홈페이지
http://www.martinhodavila.com.br/
Martinho da Vila 디스코그래피 및 기타 정보(영어)
http://www.slipcue.com/music/brazil/davila.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