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ora Purim & Airto Moreira | The Magicians (1986)

Flora Purim & Airto Moreira – The Magicians – Crossover. 1986

이국적 정서, 도회속으로 녹아들다

‘다이나믹 듀오(dynamic duo)’라는 표현은 원래 1960년대의 소울 재즈씬에서 쓰이던 단어이다. 이는 소울 재즈의 극치를 보이던 두 명의 위대한 아티스트인 지미 스미쓰(Jimmy Smith)와 웨스 몽고메리(Wes Montgomery)의 듀엣 앨범의 제목으로, 그 뒤로 이 둘이 만나면 그들에게 ‘다이내믹 듀오’라는 표현으로 찬사를 보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1980년대에 들어서는 브라질 출신의 뮤지션 부부인 플로라 뿌림(Flora Purim)와 아이르뚜 모레이라(Airto Moreira)가 협연을 할 때에도 이 표현을 사용하게 되었다.

보수적인 미국의 본토 재즈 씬에서 미국 국적을 갖지 않은 아티스트 중 그들만큼 성공을 거둔 경우는 정말 손에 꼽을 정도이다. 국적에 약점을 가지고도 그들이 성공을 거둔 것은 도회적인 세련미, 다채롭고 열광적인 리듬, 그리고 플로라 뿌림의 맑으면서도 강렬한 보이스 컬러가 주된 이유가 아닐까 한다.

이 다이나믹 듀오의 1986년 발매작인 [The Magician]은 1980년대 최고의 성공을 거둔 굵직한 재즈 앨범에 속한다. 이 앨범은 당대의 거물 건반 연주자이자 프로듀서인 조지 듀크(George Duke)가 건반 주자 겸 앨범 전체의 프로듀서로 참여하고 있다. 아이르뚜 모레이라나 플로라 뿌림이 각자 활동을 할 당시의 음반들과 비교해 볼 때 원초적인 느낌이 도회적인 이국미로 절묘하게 승화되어 있는데, 이는 조지 듀크의 뛰어난 역량 덕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특징은 자반(Djavan)의 곡인 “Esquinas”를 커버한 것을 들어 보면 잘 알 수 있다. 관능적인 혼 섹션과 플로라 뿌림의 나른한 보컬, 빈틈없는 신씨사이저의 활용, 이 모든 것이 도회적인 전형성을 지닌 퓨전 재즈의 ‘정답’같은 모습을 취하고 있다. 케니 로긴스(Kenny Loggins)가 게스트로 참여하여 플로라 뿌림과 듀엣을 하는 “Bird of Paradise”는 오직 건반과 프로그래밍으로만 만들어진 곡인데, 강력한 질주감과 둘의 목소리의 절묘한 어우러짐, 한 치의 틈도 용납지 않는 매끈한 편곡이 이들의 개성을 잘 살리면서도 도회적이고 평균적인 정서에 부합시킨다. 앨범 전체를 들어 보면 감성과 정서, 악곡을 꾸미는 방법 등 모든 것이 초기 작품들과 비해서 많이 변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는 (미국인의 입장에서) 제 3국에 속하는 브라질 사람이 미국의 대중적 정서에 부합하는 의도로 볼 수도 있다. 즉, 난해함과 강렬함을 줄이는 대신 대중 속으로 섞여 들어가는 이 작품에 누군가는 돌을 던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브라질 사람으로서 미국이라는 거대하고 보수적인 나라에서 이처럼 성공적인 동시에 완성도 높은 작품 활동을 하는 이들을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Esquinas”를 다시 한번 들려주고 싶다. 이들의 미국화된 정서의 내면에는 브라질의 원초적인 청량감이 살아 있으며, 그 점에서 이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에 대한 자각을 버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0020830 | 박주혁 villastrangiato@hanmail.net

7/10

수록곡
1. Sweet Baby Blues
2. Garimpo
3. Esquinas
4. Bird of Paradise
5. The Magicians
6. Jennifer
7. Jump
8. Two Minutes of Peace
9. Love Reborn

관련 사이트
Airto Moreira 공식 홈페이지
http://www.airto.com/
Flora Purim과 Airto Moreira 홈페이지
http://www.geocities.com/BourbonStreet/Canal/17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