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902024115-0417chicoChico Buarque – Construcao – Universal, 1971

 

 

너무나 현대적인 MPB의 고전

브라질 음악을 처음 좋아하기 시작했을때 시꾸 부아르끼(Chico Buarque)는 가장 많이 거론되는 이름 중 하나였다. 굳이 따지자면 브라질 음악에서 ‘발라드’가수로 분류되던 그의 음악이였지만, 개인적으로 그의 음악은 쉽게 다가가기 힘든 종류의 것이였다. 까에따누 벨로주(Catano Veloso)의 음악에서 느낄 수 있는 지적이면서 고결한 느낌도, 브라질 음악은 아니지만 같은 시기 즐겨듣던 (아르헨티나의) 메르세데스 소사(Mercedes Sosa)의 목소리에서 느낄 수 있는 비장미도 느낄 수 없었다. 이반 린스(Ivan Lins)와 가장 가까운 느낌이였지만, 한번에 들어오는 이반 린스의 멜로디와는 분명 달랐으며 의외로 ‘발라드’와 ‘아방가르드’를 오가는 아르뚜 린제이(Arto Lindsay)의 실험적이면서 복잡한 서정미와 비슷하다는 느낌이였다.

결론은 평범하면서도 막상 맘을 움직이지는 못했던 그런 음악이였다는 이야기다. 브라질 음악사의 주옥같은 곡들을 작곡했을 뿐 아니라 까에따누 벨로주와 거의 동급으로 거론되는 그의 이름에 비해 실제 처음 접했을 때의 만족도는 형편없었다는 이야기다. 그 형편없음이 달라지기까지는 일이년이 걸렸던 것 같다. 사실 그의 음악에 매료되기 시작한 것도 마리아 베다니아(Maria Bethania)와의 라이브 앨범부터 이다. 정제된 마리아 베다니아의 중성적인 보컬에 더해진 시꾸 부아르끼의 보컬이 처음으로 매력적으로 느껴졌고, 그때 다시 듣게 된 앨범이 바로 1971년작 [Construcao] 이다.

‘발라드’와는 거리가 먼 어정쩡한 템포로 시종일관인 첫 곡 “Deus Lhe Pague”을 흐르는 요밀조밀한 타악기와 현악의 조화는 들으면 들을수록 감정을 고양시키는 매력이 있다. “Cotidiano”의 섹시한 오프닝, 전형적인 보싸노바 리듬 안에서도 자신의 멜로디를 강하게 유지시켜 나가는 “Desalento”에서는 시꾸 부아르끼의 노래실력도 인정하게 된다. 타이틀 곡 “Construcao”의 변화무쌍함과 “Cordao”의 밝음을 지나면 또 하나의 음악적 뿌리인 삼바의 영향을 진하게 느낄 수 있는 “Samba De Orly”을 만나게 된다. 특별히 새로운 해석은 아니지만 전통적인 삼바의 흥겨움 속에서도 자신만의 색깔을 분명히 드러내는 ‘솜씨’를 발견할 수 있다. 처연한 현악을 타고 흐르는 비장한 멜로디와 우울한 보컬로 이루어진 “Valsinha”은 1970년대 이탈리안 프로그레시브 록에서나 만날 수 있는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Minha Historia(Gesubambino)”는 매력적인 코러스와 섬세한 기타 연주, 여유 넘치는 멜로디가 더해진 앨범의 백미로 마지막 곡 “Acalanto”의 비장미와 어색한 듯 어울리면서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전체적으로 단순한 멜로디가 절묘한 감정제어를 통해 들을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주게 되는 경험을 주는 음악이며, 왜 시꾸 부아르끼가 MPB계의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지를 뒤늦게 나마 느끼게 만든 앨범이다. ‘MPB 음악 스타일의 확립’ 같은 음악사적인 의미나 대중적인 영향력을 갖기 시작한 출발점이라는 개인적인 의미를 떠나 본 앨범은 왜 브라질 음악이 ‘대중적이면서도 실험적일 수 있는지’ ‘뿌리를 지향하면서도 현대적일 수 있는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음악 중 하나인 것 같다. 그런데 정말 궁금한 것은 브라질 음악의 이 가늠할 수 없는 ‘깊이’와 ‘여유’는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20020831 | 박정용 jypark@nhncorp.com

9/10

수록곡
1. Deus Lhe Pague
2. Cotidiano
3. Desalento
4. Construcao
5. Cordao
6, Olha Maria
7. Samba De Orly
8. Valsinha
9. Minha Historia(Gesubambino)
10. Acalan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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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Chico Buarque 공식사이트
http://www.chicobuarque.com.b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