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829021702-kimsuchol김수철 – Pops & Rock – 리빙사운드, 2002

 

 

야심으로 얼룩진 난감한 광폭미감

유투(U2)의 1997년 앨범 [Pop]과 당시의 일렉트로니카, 자신들의 음악을 노을’팝’이라 규정짓는 은희의 노을, 그리고 [Pop]이라는 제목의 델리 스파이스 다큐멘터리 등. 그러므로 ‘팝(pop)’에는 현재와 메이저가 숨쉬고 있다고 ‘얼추’ 짐작해보고 이에 대한 역명제로서 ‘록(Rock)’에는 역사와 마이너가 있다고 ‘은근슬쩍’ 설정해보자.

그렇다면 김수철의 새 앨범 [Pops & Rock]에는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며 어우러지고 있다고 ‘어정쩡하게’ 단정하련다. 이러한 즉슨, 시시콜콜한 빈정거림이겠지만 한때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펄쩍펄쩍 뛰는 모습’ 아래로, 게스트 보컬의 사진이 있다거나 영어로 표기한 이름, KBS 가요톱 10 연속 5주 골든상, MBC 10대 가수상 등 주요경력이 소상히 적혀있는 탓만은 아니다.

첫 곡 “나도야 간다”는 알다시피 1984년에 발매된 김수철 2집 수록곡으로 일렉트릭 기타가 강조되고 한 옥타브 올려 부른 것이 원곡보다 세련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오리지널이 지니고 있던 페이소스가 거세되고 단선적인 감정으로 치닫는 아쉬움이 있으니 신구(新舊)의 쌍곡선이 겹쳐지는 순간이며 메이저가 담을 넘는 현장이다. 한편 앨범 수록곡 중 가장 ‘김수철’스러운 “저기를 봐”가 반갑게 맞아 주기도 하는데 나직하게 음을 풀면서 필요할 때만 튕기는 기타와 있는 듯 없는 듯 탄탄하게 받쳐주는 베이스 라인에 상승과 하강의 반복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아쉽게도 반가움은 이정도다.

이후부터는 광폭미감(狂暴美感)에 휩쓸리지 않도록 단단히 허리춤을 잡고 있어야 하겠다. 화려한 잽을 휘두르는 단타의 기타 프레이즈를 지닌 “이대로가 좋을 뿐야”가 지나가면, 흐드러진 음색의 발라드 “다시 또”가 나오고 힙합이라고 하기엔 어색한 “자꾸 이러지마”가 혼란스럽게 두 번 반복되고, 이후엔 영가(靈歌) 분위기의 “보고싶은 너”가 지루하게 흐르니, 무국적의 변화무쌍, 쾌속질주로서 “나와”같은 노래를 김윤아가 아니면 누가 부를손가. 그러나 이것들을 동종(同種)으로 묶기엔 장황하다. 그리고는 김수철이 처음 부른 트로트라고 홍보되는 “잊을 수 없어요”와 함께 ‘건전가요’ 수준의 “One Korea”가 방점(傍點)이라며 찍혀진다.

이러한 것들이 안타까운 것은 일회성 소비문화가 주입된 기름진 상업성의 농후함과 형식에 있어 자신의 통시성에 의존하려 하면서도 정작 내용에 있어 이에 못 미치는 아쉬움 때문이다. 비록 과거로서 현재를 꿰뚫기 위한 노력이 가상할지라도, 정통성을 지닌 대중음악이라 선언하고 싶었을지라도, 풍부한 미감을 드러내려는 욕구가 짐작되어도 난감할 따름이니 실속 없는 장사요, 번지 없는 주막이며 개똥이도 말숙이도 모두 김가네 자식이렷다. 그리하여 미끈한 사운드에 영화(榮華)를 바란다면 과연 과거는 후광(後光)의 발산인지 누워서 곰곰이 생각해 볼일이다.

물론 그의 감각과 재능은 천재적이다. 20년이 다되어 가는 “나도야 간다”는 지금 들어도 묵은 된장냄새가 나지 않고 “난 왜 이럴까”를 늘어지게 부르는 목소리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작은 거인의 “어둠의 세계” 같은 아트록적인 연주곡이 없다고 투정부리기엔 그의 작업이 이원화된 지 오래아닌가. 그러나 이번 앨범의 발그레한 미소는 퍽이나 부담스러우니 십일년 만에 나타나서 사랑고백을 한다면 어쩌란 말이더냐. 20020827 | 이주신 weiv@dreamwiz.com

4/10

수록곡
1. 나도야 간다
2. 저기를 봐
3. 난 왜 이럴까?
4. 왜 그래?
5. 이대로가 좋을 뿐야 – 신해철
6. 다시 또 – 박미경
7. 나와 – 김윤아
8. 자꾸 이러지마 I – 장혜진 / 김용훈
9. 자꾸 이러지마 II – 김용훈
10. 보고 싶은 너 – 이상은
11. 잊을 수 없어요
12. 그리움 (연주 음악)
13. On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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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철 [Pops & Rock] 리뷰 – vol.4/no.17 [20020901]

관련 사이트
김수철 공식 사이트
http://www.kimsooch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