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il Young – Dead Man (OST) – Vapor, 1996 게으른 득도 미국 인디영화계의 대부 짐 자무쉬(Jim Jarmusch)의 1996년작 [데드 맨(Dead Man)]은 [지상의 밤(Night On Earth)](1991) 이후 5년만의 신작인 동시에 스타일의 고착화에 대한 비판을 받으며 점차 잊혀져가던 미국 인디 영화계의 거장의 귀환을 알린 작품이자 유행의 시기가 지난 후에 불쑥 찾아온 가장 낯선 수정주의적 서부극이다. 케빈 코스트너(Kevin Costner)의 사기극 [늑대와 춤을(Dances With Wolves)](1990), 혹은 상대적으로 더 성찰적인 클린트 이스트우드(Clint Eastwood)의 [용서받지 못한 자(Unforgiven)](1992) 등의 1990년대 할리우드산 수정주의 서부극들의 뿌리는 아서 펜(Arthur Penn)의 [작은 거인(Little Big Man)](1970)이나 샘 페킨파(Sam Peckinpah)와 같은 1970년대 아메리칸 뉴 시네마의 흐름과 궤를 같이 하고 있는 영화감독들에서 근원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데드 맨]은 내러티브와 형식적 스타일 등 많은 부분에서 이들과도 확연히 구분되는데, 1970년대 미국 영화의 황금기를 대표한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Francis Ford Coppola)나 마틴 스콜세지(Martin Scorsese) 등이 프랑스의 누벨바그 등의 사조에 영향받으면서 내러티브나 형식상에 상당히 파격적인 요소 – 즉 다양한 촬영기법이나 사운드 이펙트 등을 도입함으로서 표현영역을 확장하는 동시에 다른 측면으로는 지독하게 자기완결적인 봉합을 이루어냈던 것에 반해, 그 이후의 세대라 할 수 있는 짐 자무쉬의 경우는 기교적으로 훨씬 부족하고 간소한 형식을 고집해 오면서(시퀀스 쇼트와 수평 트랙킹으로 대표되는) 화면을 ‘비움’으로서 오히려 열린 공간과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만들어놓는다. 동시에 그의 영화에서 나타나는 국외자적인 정서가 헐리우드 영화의 완결성과 결정적으로 갈라서는 부분이기도 할 것이다. 영화는 대체로 썰렁하다.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자니 뎁(Johnny Depp)이 연기한 주인공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의 여정은 시작부터가 닐 영(Neil Young)의 음악에 의해서 과장된다. 그가 아주 우연한 계기로 살인자가 되고, 그의 이름을 오해한 인디언 노바디(Nobody) – 이름 한번 걸작이다 – 에 의해 그 신화적인 여정이 인도되는 각각의 부분은 지극히 썰렁하거나 난센스에 가깝다. 게다가 이러한 장면들마다 닐 영의 기타 피드백은 어김없이 과도하게 화면에 덧칠된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조금만 인내심을 가지고 영화를 보다 보면 이런 썰렁하고 무기교적인 전개가 아주 편안한 여정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로비 뮬러(Robbie Muller)의 촬영으로 빚어진 강한 컨트라스트는 인물들, 특히 윌리엄 블레이크를 두드러지게 할 뿐 주변적인 배경은 지극히 황량한 단편들만이 연극적 공간 안에 가둬진 듯이 보여진다. 이러한 까닭에 샘 페킨파의 야심적 실패작이라 이야기되는 [관계의 종말(Pat Garrett & Billy The Kid)](1973)를 떠올리게 되기도 한다. 심지어 감독은 블레이크와 노바디 일행이 지나간 공간을 보여준 후 잠깐의 암전을 뒤로 하고 그 길을 추적자들이 걸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분명 한번에 촬영했다는 것을 대놓고 보여주는, 감독의 게으름을 증명하는 부분이다. 추적자들과의 대면과 총격전 또한 썰렁한 우연의 연속들일 뿐이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그런 게으르고 단순한 표현을 통해 감독은 완벽에의 강박을 없애고 부족한 형식을 통해 완결적인 서구문명에 대한 비판을 우회적으로 드러낸다. 닐 영의 무정형의 기타 연주는 여기에 더할 나위 없는 동반자이다. 중요한 맥락마다 반복되는 영화의 주된 테마곡이 얼핏 관습적인 영화음악의 사용방식과 유사한 듯하지만, 낮은 톤으로 반복되다가 어느덧 강하게 증폭되는 사운드의 원근감은 일종의 ‘통찰의 순간’같은 닭살스러운 표현이 어울릴 듯하다. 지나칠 정도의 디스토션 때문에 개별적인 음이나 리듬에 대한 감각이 사라지게 된 부분도 마찬가지인데, 이는 또한 닐 영이 영화의 편집본을 보고 단 한번의 즉흥연주만으로 완성했다는 사실과도 연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데드 맨] OST는 즐기기에(특히 히어링이 부족해 사전을 매번 뒤적이는, 이 글쓰는 인간 같은 사람들에게는) 좀 문제가 있는 게 사실이다. 영화의 흐름과 유사하게 진행되는 이 음반에서 계속 듣게 되는 것은 앞서 언급한 테마곡의 다양한 변주이며, 그나마 영화의 메인 타이틀에 울려 퍼졌던, 어쿠스틱 기타와 리듬 파트가 보조를 하고 있는 곡은 애시당초 빠져 있다. 대신 영화의 흐름과 거의 유사하게 중간중간에 “Nobody’s Story”, “Stupid White Men” 등, 블레이크와 노바디 혹은 다른 인물들과의 대사 트랙들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는 영화의 진행순서와 거의 일치한다. 그런 까닭에 이는 “귀로 듣는 영화 [데드 맨]”에 가까울 수도 있다. 어떻게 들으면 1991년의 실험작 [Arc]와 유사하게 들릴 정도. 단지 [Arc]가 구릉지라면 [Dead Man]은 사막에 가깝다고나 할까. 20020704 | 김성균 niuuy@unitel.co.kr 6/10 사족: 빌리 밥 손튼(Billy Bob Thornton)과 함께 현상금 사냥꾼으로 잠깐 등장하는 이기 팝(Iggy Pop)은 자무쉬의 단편영화 [커피와 시가렛(Coffee & Cigarettes)](1986)에도 출연한 바 있다. 그 외에도 기비 헤인즈(Gibby Haynes) 같은 이의 모습을 찾아내는 것도 즐거움일 듯. 수록곡 1. Guitar Solo 1 2. The Round Stones Beneath The Earth… 3. Guitar Solo 2 4. Why Does Thou Hide Thyself, Clouds… 5. Organ Solo 6. Do You Know How To Use This Weapon? 7. Guitar Solo 3 8. Nobody’s Story 9. Guitar Solo 4 10. Stupid White Men… 11. Guitar Solo 5 12. Time For You To Leave, William Blake… 13. Guitar Solo 6 관련 글 소설(小說)로 보는 Rough Guide To Neil Young – vol.4/no.11 [20020601] Neil Young [Are You Passionate?] – vol.4/no.11 [20020601] Neil Young [Neil Young] – vol.4/no.11 [20020601] Neil Young With Crazy Horse [Everybody Knows This Is Nowhere] – vol.4/no.11 [20020601] Neil Young [After The Gold Rush] – vol.4/no.11 [20020601] Neil Young [Harvest] – vol.4/no.11 [20020601] Neil Young [On The Beach] – vol.4/no.11 [20020601] Neil Young & Crazy Horse [Tonight’s The Night] – vol.4/no.11 [20020601] Neil Young & Crazy Horse [Zuma] – vol.4/no.11 [20020601] Neil Young & Crazy Horse [Comes A Time] – vol.4/no.11 [20020601] Neil Young & Crazy Horse [Rust Never Sleeps] – vol.4/no.11 [20020601] Neil Young & Crazy Horse [Lucky Thirteen] – vol.4/no.17 [20020901] Neil Young & The Bluenotes [This Note’s For You] – vol.4/no.17 [20020901] Neil Young [Freedom] – vol.4/no.12 [20020616] Neil Young & Crazy Horse [Ragged Glory] – vol.4/no.12 [20020616] Neil Young & Crazy Horse [Arc] – vol.4/no.12 [20020616] Neil Young [Harvest Moon] – vol.4/no.12 [20020616] Neil Young & Crazy Horse [Sleeps With Angels] – vol.4/no.12 [20020616] Neil Young [Mirror Ball] – vol.4/no.12 [20020616] Neil Young [Dead Man] – vol.4/no.17 [20020901] Neil Young [Silver And Gold] – vol.2/no.13 [20000701] 관련 사이트 Neil Young 공식 사이트 http://www.neilyoung.com Neil Young 비공식 사이트 http://www.hyperrust.org Neil Young 팬 사이트 http://www.ogctheatre.com/oldgreycat/neil.htm http://www.azlyrics.com/y/young.html http://www.tapersalmanac.com/neilsongs.html CD Now의 “The 10 Essential Neil Young Albums” http://www.cdnow.com 영국의 음악 평론가 실비 사이먼즈(Sylvie Simmons)의 Neil Young 음반 가이드 http://www.q4music.comn_the_media.html/promoid=6264 영국의 음악 평론가 실비 사이먼즈(Sylvie Simmons)의 Neil Young 음반 가이드 http://www.q4music.com/buyersguides/DisplayList_ArtistByArtist.cfm?ObjectUUID=4D1B859C-9AC6-11D4-84430002553035E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