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826123539-0417cowntingcrowsCounting Crows – Hard Candy – Geffen/Universal, 2002

 

 

따스하고 속 깊은 아메리칸 록의 감성

카운팅 크로우스(Counting Crows)는 1991년에 보컬인 애덤 듀리츠(Adam Duritz)와 기타리스트 데이빗 브라이슨(David Bryson)을 중심으로 매트 몰리(Matt Malley, 베이스), 찰스 길링엄(Charles Gillingham, 키보드), 스티브 바우먼(Steve Bowman, 드럼)의 멤버로 결성되었다. 이들은 1994년에 데뷔 앨범 [August And Everything After]를 발표했는데 수록곡 “Mr. Johns”(리차드 기어(Richard Gere)가 출연한 영화의 삽입곡이기도 했다)가 히트하면서 말 그대로 ‘하룻밤 새에’ 이미 스타로 데뷔하기도 했다. 당시 미국 MTV와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이 곡이 종일 신청될 정도였다고 하니, 현지에서 이들의 데뷔 앨범에 대한 반응이 어땠는지는 짐작할 만 하다. 덧붙여 ‘아는 사람만 알던’ 써드 아이 블라인드(Third Eye Blind)가 스티브 바우먼이 1994년 말에 결성한 밴드라는 얘기는 주변 정보일 뿐이지만, 알아둬도 손해볼 것 같진 않고.

세 번째 앨범 [This Desert Life]가 나온 것이 1999년이었으니 이 앨범 [Hard Candy]는 3년 만에 발표한 정규 앨범이다. 음반에 대한 평가는 시적이고 창의적인 재능이 최고점에 달했다는 평부터, 영민한 사운드이기는 하지만 전작과 비교해서 보다 깊이 있는 완성도를 느끼기엔 무리다라는 평까지 약간 엇갈리는 편이지만, 아무래도 이것은 평자들의 취향 차이라고 생각해버리면 그만일 정도로 미미한 차이다. 음반을 들으면 우선 14곡의 수록곡들이 모두 다채로우면서도 귀에 쏙 들어온다는 점이 도드라지고, 그 점만 본다면 이 음반에서 이들의 재능(정확히는 애덤 듀리츠의 재능)이 가장 적절하게 발휘되었다는 데에 이의는 없을 것 같다.

말 그대로 미끄러지듯 흘러가는 슬라이드 기타와 애덤 듀리츠의 파르르 떨리는 보컬, 그리고 대부분의 곡에 등장하는 2부 화음이 매력적인 이 앨범을 관통하는 정서는(거의 모든 곡을 작사/작곡한 애덤 듀리츠의 말대로), 시간이 지난 지금 상처로 남아 있는 추억(memory)이다. 밀란 쿤데라(Milan Kundera)가 그의 소설 [향수]에서 정확히 지적했듯이 ‘노스탤지어’는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는 근원적 그리움의 고통이다. 이런 점에서 이 음반을 지배하는 한 남성의 노스탤지어는 막대사탕(“Hard Candy”)과 불면증(“Goodnight L.A.”), 지난 시간들에 대한 후회와 재기에 대한 두려움(“Up All Night”)과 같은 일상적인 사물과 경험에 의해 드러난다. 그리고 이러한 ‘상실’의 감수성은 아메리칸 루츠 록, 웨스턴 컨트리 풍의 겉옷(“Hard Candy”, “Good Time”, “If I Could Give All My Love”, “New Frontier”)에, 간간이 피아노와 현악의 장신구를 달고(“Butterfly In Reverse”, “Carriage”, “Black And Blue”, “Miami”, “Holiday In Spain”) 등장한다. 게다가 이 앨범을 보다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은 사뭇 심각한(?) 곡들 사이사이에 배치된 업비트의 유쾌한 곡들이다. 특히 세릴 크로우(Sheryl Crow)의 코러스 라인이 돋보이는 “American Girls”와 폰 섹스를 매개로 새벽까지 깨어있어야 하는 한 남성의 이야기를 고독하게 들려주는 “Why Should You Come When I Call?”, 앞서 얘기한 “Up All Night” 등의 곡은 자칫 단조로운 스타일의 반복이 될 수도 있었을 음반을 보다 세심하게 포장해 준다.

사실, 애덤 듀리츠의 음색이 한국 팝 시장에서 비주류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렇게 너무나 미국’적’인 카운팅 크로우스의 음악에 어딘지 따스하고 속 깊은 감성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뭐, 이런 느낌이 취향 탓인 것은 분명하지만(그러니 독자들은 이 음반을 구입할지 여부를 알아서 판단하시라), 이것을 두고 친미(親美)적인지 탐미(耽美)적인지 따지는 것은 분명 또 다른 문제일 테고. 20020823 | 차우진 djcat@orgio.net

7/10

수록곡
1. Hard Candy
2. American Girls
3. Good Time
4. If I Could Give All My Love (Richard Manuel Is Dead)
5. Goodnight L.A.
6. Butterfly In Reverse
7. Miami
8. New Frontier
9. Carriage
10. Black And Blue
11. Why Should You Come When I Call?
12. Up All Night (Frankie Miller Goes To Hollywood)
13. Holiday In Spain
14. 4 White Stallions

관련 사이트
Counting Crows 공식 사이트
http://www.countingcro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