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rious Artists – Modulations: Cinema For The Ear – Caipirinha/Ales(국내수입), 1998/2002 춤추는 박물관 테크노/일렉트로니카 열풍이 수그러든 지는 제법 오래되었다. 물론 1996∼98년경 일렉트로니카 뮤지션들이 메인스트림으로 대거 진출했을 당시(그 절정은 아무래도 프로디지의 [Fat Of The Land](1997)가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로 데뷔한 것일텐데) 시장 내에서 차지하게 된 일정한 지분이 남아 있고, 스타급 뮤지션들은 지금도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긴 하지만 처음의 열광에는 분명 비할 바 아니다. 그것이 어떻게 된 것이며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를 따지는 것은 이 글의 성격(과 분량)을 벗어나는 일일 것이니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하자. 다만 그때의 그 열기가 시장의 지분 확대만이 아니라 ‘테크노=댄스뮤직’이라는 단순명료한 공식을 (여기 이 곳에서까지도) 애매하게 만드는 데 기여했다는 사실은 말하고 싶다. 그리고 이 음반이 그 불명료함의 어떤 흐름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Modulations: Cinema For The Ear]는 OST 음반인 동시에 ‘자료집’의 기능도 갖고 있는 음반이다(원안이 된 다큐멘터리 영화 [Modulations]에 대한 소개는 이미 이루어진 바 있으니 역시 생략하자). 그것은 수록곡들이 전자 음악의 역사에서 적어도 한 줄 이상 언급될 만한 결과물을 만들어낸 인물들의 작품이라는 것 때문만은 아니다. 두툼한 음반 부클릿을 보면 그 점이 분명해지는데, 그 안에는 수록곡의 아티스트와 영화에 출연한 인물들에 대한 간략한 소개, 역시 간략하지만 요령있게 정리된 테크노/일렉트로니카의 역사와 연표, 심지어는 ‘용어 소사전’까지 들어 있다. 조르지오 모로더(Giorgio Moroder)를 ‘인기 영화음악 작곡가’로 알고 있던 이들은 이 음반에서 그가 무그 신서사이저를 가장 잘 활용한 인물이기도 했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사실은 내가 놀라서 하는 소리다). 아프리카 밤바타(Afrika Bambaataa)나 콜드컷(Coldcut)을 힙합 뮤지션으로만 알고 있던 사람은 조금 당황스러울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힙합이란 바로 테크놀로지의 개가가 아니었던가. 그러나 역시 음반은 CD 안의 내용물이 중요한 법이고, 이 음반은 그런 면에서 단순한 자료집 이상이다. 수록곡들은 평소 접하기 어려워 말로만 들었던 곡들(이를테면 아프리카 밤바타의 기념비적인 싱글 “Planet Rock” 같은)을 들어보는 것 이상의 즐거움을 준다. 도나 섬머(Donna Summer)가 부르는 매끌매끌한 “I Feel Love”에는 지금 들어도 가슴을 뛰게 하는 그 무언가가 있고 주언 앳킨스(Juan Atkins)의 “No Ufo’s Remix”를 들으며 다리를 까딱거리는 것은 디트로이트 테크노의 원조가 만든 곡을 듣는다는 감격 때문이 아니며, 싱코페이션을 뚱땅거리는 피아노의 그루브가 인상적인 데릭 메이의 “Strings Of Life”는 정말 매력적인 곡이다. 정글 뮤지션인 페나키아(Panacea)의 “Stormbringer”는 골디와는 다른 음울하고 사악한 매력을 자랑하고, 음울함이라면 료지 이케다(Ryoji Ikeda)의 에이펙스 트윈(Aphex Twin) 풍 앰비언트인 “Luxus 1-3″도 그에 못지 않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듣는 맛이 있다. 영화를 본 사람에게나(얼마나 될까) 안 본 사람에게나. 다만 공정하게 보이기 위해 이 점은 말해야겠다. 영화도 그랬지만 여기 실린 곡들은 어느 정도 전자음의 세계에 익숙한 사람들을 위한 선곡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대학 교과목에 비유해 보자면 1학년용이라기보다는 2학년용 수강편람 같다는 소리다. 하지만 이것은 내가 [weiv]의 독자들을 무시해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니 혹 그렇다면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주시길. 게다가 1학년이 2학년 과목을 못들을 이유는 또 뭐란 말인가. 듣고 싶으면 듣는 거지. 20020805 | 최민우 eidos4@freechal.com 7/10 수록곡 1. I Feel Love – Donna Summer 2. Planet Rock – Afrika Bambaataa 3. No Ufo’s Remix – Juan Atkins/Model 500 4. Simon From Sydney – LFO 5. Strings Of Life – Derrick May 6. Yeah – Jesse Saunders 7. Amazon 2-King Of The Beat – Aphrodite 8. Stormbringer – Panacea 9. The Shadow – Goldie/Rob Playford 10. Luxus 1-3 – Ryoji Ikeda 11. Atomic Moog 2000 – Coldcut 12. Kritische Masse 1 – To Rococo Rot 관련글 일렉트로닉 음악의 역사기행: 영화 [모듈레이션]을 보고 – vol.2/no.13 [20000701]